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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가톨릭 서간에서 보물 찾기: 가톨릭 서간 - 천주교 서간? 보편 서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5 조회수8,875 추천수0

가톨릭 서간에서 보물 찾기 - 가톨릭 서간


천주교 서간? 보편 서간!

 

 

신약성경의 목차를 펼쳐 보면 서간으로 모두 스물한 권이 나온다. 그중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부터 시작해서 ‘필레몬에게 보낸 서간’까지 모두 열세 권을 바오로계 서간이라고 부른다. 이 서간들은 공통적으로 편지의 서두 부분에서 바오로 사도가 해당 편지를 쓴다고 밝히고 있다. 이 열세 권의 서간 중 확실히 바오로 사도가 쓴 것으로 학자들 간에 이견이 없는 일곱 권(로마, 1코린, 2코린, 갈라, 필리, 1테살, 필레)을 ‘바오로 친서’라 하여 나머지 바오로계 서간과 구별한다. 그런데 신약성경에는 바오로 사도의 이름으로 된 서간들만 있지 않다. 야고보의 서간, 베드로의 서간 두 권, 요한의 서간 세 권, 그리고 유다의 서간도 있다. 이 일곱 서간을 ‘가톨릭 서간’이라고 부른다. 가톨릭이라면 천주교의 편지인가? 오해할 수 있지만, ‘가톨릭’이란 말은 본래 ‘보편적’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가톨릭 서간이란 ‘보편 서간’이라는 뜻이다.

 

 

가톨릭 서간이란?

 

가톨릭 서간이란 이름은 어떻게 붙여졌을까? 이는 바오로 사도의 서간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바오로 사도의 서간은 항상 수신인이 분명하다. 코린토 신자들이나 필리피 신자들처럼 특정 교회 공동체에게 보낸 편지이든, 필레몬에게 보낸 서간처럼 개인에게 보낸 편지이든 간에, 해당 편지의 수신인을 편지 서두에서 밝히고 있다. 그에 비해 가톨릭 서간은 편지의 수신인이 구체적이지 않다. 단지 “세상에 흩어져 사는 열두 지파에게”(야고 1,1) 또는 “믿음을 받은 이들”(2베드 1,1)이란 말로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이 편지들은 특정 공동체나 개인이 아닌, 보편적인 신도를 대상으로 쓴 것이라 해서 가톨릭 서간, 곧 보편 서간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러면 가톨릭 서간은 바오로 서간과 비교해서 어떤 특징이 있을까?

 

 

가톨릭 서간의 공통 배경

 

가톨릭 서간은 그 저자들만큼이나 개별 서간의 동기도 다양해서, 전체 내용을 특정 논점 한두 가지로 통일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 서간들을 써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던 배경은 공유한다. 신약성경에서 가장 먼저 쓰인 문서인 바오로의 친서들이 50년대 작성되었던 반면, 가톨릭 서간의 대부분은 그로부터 30년 정도가 지난 80년대 전후부터 100년 사이에 작성되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 강산이 몇 번은 바뀌었으니 바오로 사도 시대와는 꽤 큰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특히 중요한 변화로서 로마의 그리스도교 박해, 교회 지도자들의 권위 문제, 그리고 이단의 위험 등을 들 수 있다.

 

1) 로마의 박해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에게 박해란 그리 낯설지 않다. 예수님께서 이미 유다인들의 배척으로 돌아가셨고, 이후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파하던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박해를 받았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러한 박해의 성격이 달라진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직후 문제의 핵심은 예수님을 구약성경의 예언자들이 예언했던 바로 그 메시아로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 하는, 유다교 교리의 문제였다. 따라서 로마 제국에서도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고 따르는 것과 관련해서 일어나는 갈등이나 소요를 유다교의 내부 문제로 여겼다. 그랬기에 49년경 로마에서 예수님을 믿는 이들과 믿지 않는 이들 간에 분쟁이 일어났을 때에도, 당시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는 유다인들만 로마에서 추방했을 뿐 예수님을 믿던 로마인들에게는 아무런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그런데 60년대에 들면서, 박해의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네로 황제는 그리스도 신자들을 로마 제국의 적으로 여겨 박해하였다. 이때부터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은 유다교와 구별되는 종교의 신도로서 제국의 공적 박해를 받게 된 것이다. 따라서 바오로의 친서가 새로운 신앙을 받아들인 공동체들이 자리잡아가는 과정의 어려움을 보게 한다면, 가톨릭 서간은 이미 형성된 공동체들이 박해를 견뎌야 하는 상황을 보여 준다.

 

2) 원로의 권위

 

바오로의 친서와 비교해 볼 때, 가톨릭 서간에서는 원로들의 권위가 중요해지기 시작한다. 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사도들을 비롯하여 예수님을 직접 눈으로 목격했던 증인들이 다수 살아 있었다. 그러나 박해가 일어나고 세월이 흐르면서, 예수님의 목격 증인들이 순교로 또는 노쇠하여 하나 둘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이때부터 교회는 사도들의 권위를 계승하여 교회를 이끌어야 할 지도자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어야 했다. 그 뒤 각 지역 교회에는 원로들이 지도자로 대두하기 시작했다.

 

3) 이단 문제

 

가톨릭 서간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당시 교회가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이단 사상이다. 이단이라는 말은 ‘다른 것을 선택하다’라는 그리스어 ‘하이레오’에서 유래한다. 즉, 예수님의 참된 가르침이 아닌 다른 가르침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세월이 흐르면서 예수님에 관한 가르침을 왜곡시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다른’ 가르침을 선택하였고, 그 결과 교회 안에 이단이 생기게 된 것이다. “거짓 교사들”(2베드 2,1), “속이는 자들, 그리스도의 적”(2요한 1,7)이란 표현은 바로 이러한 이단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처럼 가톨릭 서간이 기록되던 때의 그리스도교는 밖으로는 로마 제국의 박해 속에서 교회를 지켜야 했고, 안으로는 지도자의 세대 교체 및 교회의 정통 가르침 수호라는 과제를 풀어야 했다. 가톨릭 서간은 안팎으로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든 교회 구성원을 올바른 신앙생활로 이끌기 위해 초기 교회가 고군분투했던 발자취를 보여 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 강은희 님은 미국 The Graduate Theological Union에서 수학하였으며(성서학 박사), 현재 부산 가톨릭신학원에서 성경 전반에 걸쳐 강의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6년 1월호(통권 478호), 강은희 헬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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