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자료실

제목 [구약] 성서의 해: 오경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1-27 조회수9,414 추천수1

[2019 사목교서 ‘성서의 해Ⅰ’] 오경

 

 

성경의 목차를 다시 한번 살펴봅니다.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구약 성경은 크게 오경, 역사서, 시서와 지혜서, 예언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고자 하는 부분은 이 가운데에서 처음에 위치한 오경입니다. 오경(五經)은 말 그대로 다섯 권의 책입니다. 오경에 속하는 책은 창세기, 탈출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입니다. 이 다섯 권의 책을 오경이라고, 또 모세오경이라고 부릅니다. 다섯 권의 책이기에 오경이라는 명칭이 이해가 되지만, 오경 앞에 ‘모세’가 붙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승에 의하면 모세가 이 다섯 권의 책을 저술하였다는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오늘날에는 모세를 오경의 저자라고 바라보지 않지만, 오경의 중심에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모세가 서 있습니다. 창세기를 제외한 탈출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는 야훼 하느님과 모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그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경 또는 모세오경, 두 가지 명칭이 모두 맞는 표현입니다.

 

오경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는 세상을 창조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이라는 이스라엘 성조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하느님 백성 이스라엘의 첫 시작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탈출기는 이집트에서 종살이를 하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을 하느님께서 모세라는 인물을 통해서 해방시켜 주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후에 전개되는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는 모세와 이 백성이 약속의 땅을 향해서 가는 여정과 함께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 백성이 되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계명과 규율을 알려주면서, 거기에 맞갖게 성장해가는 이스라엘 백성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창세기를 읽을 때, 우리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것 같지만, 그래도 읽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입니다. 한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었기 때문이지요. 이어지는 탈출기도 중반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탈출기 20장부터 십계명이 나오는가 싶더니, 이후부터는 온갖 계명과 규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됩니다. 이렇듯이 계명과 규율에 관한 이야기는 탈출기 32-32장을 제외하고 마지막 장인 40장까지 이어집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는 계명과 규율, 규정에 관한 이야기로 전개되는 것 같아 읽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제사에 관한 규정, 이웃에 관한 규정 등등, 읽기가 너무 재미없고 따분하기만 합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창세기부터 시작되어 신명기에서 마무리되는 오경은 이야기의 형식으로 전개되는 부분과 계명과 규율, 규정에 관한 설명이 나오는 부분이 서로 얽힌 채 구성되었습니다. 이는 문학 장르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히브리어로, 이야기의 형식으로 전개되는 부분을 “하까다”, 계명, 규율, 규정으로 구성된 부분을 “할라카”라고 부릅니다. 흥미로운 점은 오경에 있는 모든 성경 구절의 수를 살펴보면, 하까다와 할라카의 비율이 약 1:1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오경은 총 187장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각각 이야기의 형식과 계명과 규율의 형식이 각각 93~94장 정도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까다와 할라카의 양식을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은 오경에 두 가지를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하나는 하느님의 백성으로 선택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역사적 체험을 전하고자 했고, 다른 하나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그냥 적당한 관계를 맺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이스라엘이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이유로, 성경의 처음에 등장하는 다섯 권의 책을 주님의 가르침, 율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토라”라고 부릅니다. 하느님의 가르침이 담겨져 있는 토라를 소중한 책으로 여기면서 그 가르침을 따르고자 노력합니다. 우리에게는 재미없고, 흥미를 전혀 일으키지 않는 내용이지만, 우리 신앙의 선배 이스라엘 백성은 충실한 하느님 백성이 되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것들을 계명으로 전하였고 그것들을 지키면서 살아가고자 노력했습니다. 이것을 기억하면서 재미없고 따분할 수 있지만, 그 가르침에 주님의 뜻이, 주님의 가르침이 있고 구원의 드라마가 펼쳐진다는 것을 기억하며, “토라”를 읽어보면 어떨까요?

 

[2019년 1월 27일 연중 제3주일(해외 원조 주일) 인천주보 4면, 박형순 바오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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