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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서의 해: 다윗의 추락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10-29 조회수5,937 추천수0

[2019 사목교서 ‘성서의 해Ⅰ’] 다윗의 추락

 

 

다윗이 우리야의 아내 밧 세바를 범하고, 우리야를 죽인 사건은 주님의 눈에 거슬렸습니다(2사무 11,27). 그가 행한 범죄는 그냥 조용하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다윗의 죄악에 대하여 예언자 나탄을 시켜 그 잘못을 꾸짖으십니다(12,1-10). 참으로 무서운 심판의 말씀을 내리십니다.

 

“이제 네 집안에서는 칼부림이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이다”(12,10)

 

“이제 내가 너를 거슬러 너의 집안에서 재앙이 일어나게 하겠다. 네가 지켜보는 가운데 내가 너의 아내들을 데려다 이웃에게 넘겨주리니, 저 태양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가 너의 아내들과 잠자리를 같이할 것이다. 너는 그 짓을 은밀하게 하였지만, 나는 이 일을 이스라엘의 모든 백성 앞에서, 그리고 태양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할 것이다.”(12,11-12)

 

이러한 심판의 말씀을 들은 다윗의 반응은 분명합니다. “내가 주님께 죄를 지었소”(12,13). 그는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습니다. 그는 하느님께 항변하거나 용서하여 달라고 청하지 않습니다. 다윗은 자신의 욕심에 의해서 시작된 행위가 살인까지 이르게 될 것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한 그러한 잘못을 저지르고도 다윗은 아무런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잘못을 듣고, 하느님의 꾸짖음을 듣고 나서야 그는 정신을 차리면서 자신의 죄를 고백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러한 다윗을 용서하십니다(12,13-14). 하지만, 하느님의 심판은 계획대로 진행되면서 다윗의 추락을 가속시킵니다. 다윗의 집안에 닥쳐온 첫 번째 비극은 밧 세바가 낳은 아들의 죽음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본격적인 비극은 다윗의 맏아들 암논이 이복누이 타마르를 강제로 겁탈하면서 시작됩니다. 자신의 누이가 겁탈당한 사건에 대해서 분노한 압살롬이 이복형제 암논을 죽이게 됩니다. 다윗의 자식들 간의 폭력과 살인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이제는 아들 압살롬이 아버지 다윗을 거슬러 반란을 일으킵니다. 반란으로 인해서 다윗은 도성을 떠나서 도망가게 됩니다. 다윗의 왕권이 영원하리라는 하느님의 약속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다가옵니다. 자신의 신하가 아닌, 자신의 아들이 반란의 중심에 서서, 자신을 향해서 창끝을 겨누게 됩니다.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다윗은 자신의 죄악으로, 자신의 잘못으로 철저하게 보속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물론 반란은 진압됩니다. 그 진압과정에서 다윗은, 비록 자신을 향해서 반란을 일으켰다지만, 자신의 아들을 잃게 됩니다.

 

사무엘기는 부록에서(2사무 21-24장) 계속해서 다윗이 겪게 되는 어려움을 전해줍니다. 특히 사울은 인구 조사(2사무 24장)로 인해서 하느님께서는 7년간의 기근이나 석 달간의 전쟁, 혹은 사흘간의 흑사병을 선택하라고 요구하십니다. 다윗은 흑사병을 선택하고, 이로 인해서 7만 명의 백성이 죽습니다. 인구 조사가 무슨 큰 잘못일 수 있겠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다윗이 밧 세바를 탐한 것이 더 큰 잘못이라고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서는 인구 조사가 하느님이 아닌 군사력에 의존하고자 하는 태도를 반영한 것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신명기계 역사서 기억나시지요? 바로 하느님만을 믿고 의지해야 하는데 다른 것에 의지하는 행위를 모두 죄로 규정합니다. 군사력에 의존했다는 것은 임금 자신의 힘과 능력에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바로 그 자리에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음을 알려줍니다.

 

하느님의 약속을 들을 때만 해도 다윗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바로 그 두려움 없음은 자기 과신으로 이어지고, 자기 과신은 다윗에게서 하느님의 자리를 앗아갔습니다. 밧 세바를 탐한 사건은 다윗 자신의 행위에 의한 추락의 시작을 알려줬다면, 자식들간의 폭력과 살인, 압살롬의 반란은 그 죄에 대한 하느님의 심판이었습니다. 물론 흑사병도 그러하지요. 다윗은 훌륭한 임금이었을까요? 그럼에도 다윗은 훌륭한 임금이었습니다. 그가 흠도 티도 없던 임금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러한 결점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앞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쳤다는 사실이 그를 위대한 임금이라고 칭송하게 만듭니다. 다윗도 죄를 지었고, 그에게도 약점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죄와 약점 속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마음이었음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2019년 10월 20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전교 주일) 인천주보 3면, 박형순 바오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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