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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서의 해: 임금들의 이야기 – 열왕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11-05 조회수7,304 추천수1

[2019 사목교서 ‘성서의 해Ⅰ’] 임금들의 이야기 – 열왕기

 

 

여호수아기에서 시작된 ‘신명기계 역사서’의 마지막은 열왕기가 장식합니다. 열왕기(列王記). 말 그대로 임금들의 이름을 열거하는 이야기입니다. 히브리어로는 ‘임금들’을 의미하는 ‘멜라킴(מלכים)’이라는 제목으로 불립니다. 앞선 사무엘기가 다윗 임금의 이야기로 마무리되고, 열왕기의 시작과 함께 다윗의 말년과 죽음을 묘사하는 연속성으로 인해서, 칠십인역 성경은 사무엘기와 열왕기를 합쳐서 ‘왕국기(βασιλειῶν)’ 1·2·3·4권이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열왕기는 칠십인역에서는 ‘왕국기’ 3권과 4권에 해당합니다. 열왕기의 다양한 제목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열왕기는 임금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윗 임금이 이룩한 통일 왕조는 그의 후계자인 솔로몬의 통치 이후에 남과 북으로 갈라지게 됩니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 이후에, 다윗 왕조를 계승하는 남쪽 왕국은 ‘유다’의 이름을 유지하면서 유다 왕국이라 불렸고, 북쪽 왕국은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남북의 분열과정은 다음에 자세하게 언급하겠습니다). 이렇게 남북이 분열된 이후에 북조 이스라엘은 기원전 722년에 아시리아에 의해서 멸망합니다. 남조 유다는 기원전 587년에 바빌론에 의해서 멸망합니다. 열왕기는 남 유다의 멸망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임금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열왕기는 다윗 임금의 말년부터 시작하여 남 유다가 멸망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열왕기는 신명기계 역사서(여호수아기-판관기-사무엘기-열왕기)의 마지막 책입니다. 신명기계 역사서는 하느님께 충실하면 복을 받고, 하느님의 가르침을 거역하면 벌을 받는다는 ‘상선벌악’의 관점에서 기술됩니다. 따라서 신명기계 역사서의 마지막을 임금들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곧,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고, 나라가 무너진 사실에 대한 책임이 바로 이 나라를 다스렸던 임금들에게 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임금에 대한 평가는 그 임금이 군사·경제·외교적으로 부강한 나라를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오로지 종교적인 영역에서만 평가를 합니다. 하느님의 계약에 성실했는가, 그렇지 못했는가가 임금에 대한 평가 기준이었습니다(1열왕 11,6.33; 14,8; 15,3.11.34; 2열왕 14,3; 16,2; 18,3; 22,2).

 

하느님의 가르침에 충실했는지, 아니면 주님의 뜻을 거스르면서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열왕기의 중심 주제입니다. 이러한 주제를 가진 열왕기는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선 열왕기 상권은 왕국의 분열과 분열 이후의 모습을 알려줍니다. 다윗 임금의 말년에서 시작하여 솔로몬의 통치까지의 이야기를 1열왕 1-11장은 들려줍니다. 솔로몬이 죽은 이후에 왕국의 분열과 예언자들의 활동이 1열왕 12-22장에서 묘사됩니다. 이어지는 열왕기 하권은 왕국의 멸망을 다루고 있습니다. 먼저 북조 이스라엘의 멸망의 이야기(2열왕 1-17장)가, 뒤이어 남조 유다의 멸망이 다뤄집니다(2열왕 18-25장).

 

그럼 이러한 방대한 역사서인 열왕기는 누가 저술하였을까요?

 

열왕기의 저자는 전통적으로 예레미야 예언자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열왕기의 마지막 부분인 2열왕 24-25장과 예레미야 예언서의 마지막인 52장이 유사하게 예루살렘이 함락되고 성전이 파괴되는 장면을 묘사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전승은 아마도 예레미야 예언자가 예루살렘의 함락 장면을 목격한 예언자였기에 열왕기도 예레미야가 저술했을 것이라는 추정입니다. 하지만, 현대의 학자들은 약 400년에 가까운 방대한 역사서가 한 명의 저자에 의해서 저술되는 것은 어렵다는 사실에 동의합니다. 한 번에 처음부터 기술한 것이 아니라, 여러 번의 편집을 거쳐서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열왕기가 최종적으로 완성된 것이지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열왕기가 이스라엘 임금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역사서의 기록을 통해서 그들은 묻습니다. 진정한 역사의 주인은 누구인가? 누가 역사의 주도권을 가지고 지배하는가? 임금들의 잘못으로 하느님과의 관계가 훼손되었다면, 다시 관계의 회복은 가능한 것인가? 등의 질문에 답을 하고자 하는 책이 열왕기입니다. 그들이 던지는 질문을 우리도 함께 던지면서 읽어나가면 좋겠습니다.

 

[2019년 11월 3일 연중 제31주일 인천주보 3면, 박형순 바오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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