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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성경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루카 복음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5-05 조회수5,096 추천수0

[성경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루카 복음서 (1)

 

 

루카는 누구인가?

 

루카는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저술한, 신약에서 유일한 복음사가입니다. 신약의 거의 1/4에 가까운 분량의 내용을 두 권에 담아 예수 그리스도와 초대교회 발전상을 전해줍니다. 특히 머리말(1,1-4)에서 복음서를 어떻게 집필할 것인지에 대한 기획을 밝히면서 복음서와 사도행전 두 권의 집필을 시작합니다.

 

 

루카는?

 

외교인 곧 유다인이 아닌 다른 민족에 대한 배려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이로써 루카가 몸담고 있었던 공동체 안에는 외교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음이 확실시 됩니다. 마르코와 한 장면을 비교해 봅니다.

 

마르 2,3-4: “그때에 사람들이 어떤 중풍병자를 그분께 데리고 왔다. 그 병자는 네 사람이 들것에 들고 있었는데, 군중 때문에 그분께 가까이 데려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분께서 계신 자리의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어[지붕에 나무막대기나 나뭇가지를 깔아놓아 손쉽게 벗길 수 있었던 유다인들의 집 구조를 반영해줍니다], 중풍병자가 누워있는 들것을 달아내려 보냈다.”

 

루카 5,19: “그러나 군중 때문에 그를 안으로 들일 길이 없어 지붕으로 올라가 기와를 벗겨내고[기와지붕은 로마식이나 그리스식 지붕을 가리킵니다], 평상에 누인 그 환자를 예수님 앞 한가운데로 내려 보냈다.”

 

 

루카복음서의 특성은?

 

루카복음서의 신학적 특성과 의미를 몇 가지만 짚어봅니다.

 

1) 예수님의 출발지와 목적지가 분명합니다. 다윗이 베들레헴에서 태어나 예루살렘을 도성으로 정하여 그곳에서 다스렸습니다. 다윗 가문의 후손으로 세상에 오신 예수님 또한 조상 다윗처럼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시어 예루살렘에서 하느님의 구원사업을 완성하셨음을 루카는 분명히 밝혀줍니다.

 

2) 다른 어느 복음사가보다도 루카는 도성 예루살렘에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13,22.33; 17,11; 18,31; 19,11). 예수님은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인류구원 위업을 완성하시기 위하여 예루살렘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십니다(9,51-19,28).

 

3) 루카는 구약 시대(성부), 예수님 시대(성자), 교회의 시대(성령)를 선명히 구분해줍니다(16,16). 사도들은 예수님의 뒤를 이어 복음을 선포합니다(24,47-48). 이 모든 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영이신 성령의 힘으로 진행됩니다(24,49).

 

4) 루카복음에서 예수님은 인류구원이 이미 ‘오늘’ 이루어졌음을 선포합니다. 루카는 구원의 현재성을 강조합니다. 주요 장면을 봅니다.

 

ㄱ.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2,11)

 

ㄴ. “오늘 이 성경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4,21)

 

ㄷ. “이에 모든 사람이 크게 놀라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그리고 두려움에 차서 ‘우리가 오늘 신기한 일을 보았다.’ 하고 말하였다.”(5,26)

 

ㄹ.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19,9)

 

ㅁ.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23,43)

 

이는 아직 완성된 구원의 모습은 아니지만 ‘오늘’ 여기에서 이미 하느님 구원의 손길을 깊이 체험할 수 있음을 뜻하는 구절들입니다. 루카복음서에 나오는 ‘오늘’은 단지 이 세상에서 흘러가는 어제 오늘 내일의 영역에 속한 개념이 아닙니다. 이 ‘오늘’은 이 세상 시간을 까마득히 뛰어넘는 ‘구원된 날’을, 이미 앞당겨 체험하는 ‘천상의 오늘’을 의미합니다.

 

5) 약하고 병든 이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그리고 죄인을 찾아 나서시는 하느님 모습을 루카에서 가장 자주 또 깊이 만나게 됩니다. 루카복음서 안에서 예수님은 자비와 사랑 가득한 분으로 용서와 치유의 하느님을 뵙게 해줍니다. 우리 각자가 먼저 ‘오늘’ 그분을 맛보고 만나려 노력하고 또 그렇게 체험하도록 기도하는 가운데 모든 이를 그분께 인도할 수 있기를 루카는 바라면서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기술하고 있습니다(6,12; 9,1-2).

 

6) 하느님 나라가 어디 있는지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내줍니다. 그 두 장면을 봅니다.

 

ㄱ. “그러나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쫒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11,20; 병행구 마태 12,28)

 

ㄴ.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17,21)

 

루카는 예수님의 등장과 더불어 이미 하느님 나라가 이미 이 세상 한 가운데 와 있음을 선포합니다.

 

 

루카에게 예루살렘은?

 

루카는 사뭇 예루살렘을 강조합니다. 그곳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인류구원사건이 완성된 곳, 곧 파스카 사건이 일어난 곳이기 때문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라고 명하십니다.

 

“보라, 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분을 내가 너희에게 보내 주겠다. 그러니 너희는 높은 데에서 오는 힘을 입을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어라.”(루카 24,49)

 

루카복음서를 전반부로 볼 때 사도행전은 그 책의 후반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첫 작품 루카복음서에서 예루살렘이 예수님 활동의 목적지였다면, 두 번째 작품 사도행전에서는 예루살렘이 제자들 복음 선포의 출발점이 됩니다. 다음 구절에서 이 점이 뚜렷이 드러납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

 

사도행전에서 사도들은 성령의 이끄심을 받아, 예수님의 지상생애 목적지였던 예루살렘으로부터 출발하여 세상 끝에 이르기까지 복음을 전파하게 됩니다. “바오로는 자기의 셋집에서 만 이년 동안 지내며, 자기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을 맞아들였다. 그는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아주 담대히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하여 가르쳤다.”(사도 28,30-31) 당시 루카가 생각하던 세상은 로마제국이었으므로 수도 로마가 바로 세상 끝이라고 보았던 것입니다.

 

반면 마르코 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복음선포의 꽃을 피우시던 갈릴래아를 강조합니다. [예루살렘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은 자신을 찾아온 마리아 막달레나 일행에게 갈릴래아로 가서 그분을 만나라고 하십니다. “그러니 가서 제자들과 베드로에게 일러라. ‘예수님께서는 전에 여러분에게 말씀하신 대로 여러분보다 먼저 갈릴래아로 가실 터이니, 여러분은 그분을 거기에서 뵙게 될 것입니다.”(마르 16,7)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5월호, 신교선 가브리엘 신부(인천교구 용현5동성당 주임)]

 

 

[성경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루카 복음서 (2)

 

 

루카 복음서를 쉽게 읽는 방법은?

 

루카복음서를 크게 전, 후반부로 나누어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루카는 복음서 전반부에서 예수님 탄생 이야기와 갈릴래아 지방 중심의 예수님 복음선포 활동을 집중 묘사합니다(1,1-9,50).

 

이어서 후반부에서 루카는 예루살렘으로 향하시는 예수님 모습과 수난, 부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9,51-24,53). 복음서 후반부는 구세사를 한마디로 요약해주는 엄숙한 표현으로 시작됩니다. “하늘에 올라가실 때가 차자,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가시려고 마음을 굳히셨다.”(9,51)

 

실은 루카의 두 작품을 크게 하나라고 볼 때, 복음서는 전반부이고 사도행전은 후반부입니다. 따라서 사도행전까지 읽어야 루카의 신학을 제대로 파악하게 됩니다.

 

 

예수님의 예루살렘 상경기?

 

“하늘에 올라가실 때가 차자,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가시려고 마음을 굳히셨다.”(9,51) 이 구절과 더불어 예수님의 긴 여행, 곧 ‘예수살렘 상경기’(9,51-19,27)가 시작됩니다. 이 부분에서 예루살렘에 도착하기 전까지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복음을 전하며 기적을 일으키시는 예수님 활동상이 상세히 묘사됩니다. 이 부분 전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구절 몇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러나 사마리아인들은 예수님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그분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야고보와 요한 제자가 그것을 보고,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불러내려 저들을 불살라 버리기를 원하십니까?”(9,53-54)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여행을 하시는 동안, 여러 고을과 마을을 지나며 가르치셨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주님, 구원받을 사람은 적습니까?’ 하고 물었다.”(13,22-23)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에 사마리아와 갈릴래아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다. 그분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시는데 나병 환자 열 사람이 그분께 마주 왔다. 그들은 멀찍이 서서 소리를 높여 말하였다. ‘예수님, 스승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17,11-13)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데리고 가시며 그들에게 이르셨다. ‘보다시피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제 사람의 아들에 관하여 예언자들이 기록한 모든 일이 이루어질 것이다. 사람의 아들은 다른 민족 사람들에게 넘겨질 터인데, 그들은 사람의 아들을 조롱하고 모욕하며 침 뱉을 것이다.’”(18,31-32)

 

“사람들이 이 말씀을 듣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는 비유 하나를 덧붙여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신 데다, 사람들이 하느님의 나라가 당장 나타나는 줄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어떤 귀족이 왕권을 받아 오려고 먼 고장으로 떠나게 되었다···’”(19,11-12)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고 앞장서서 예루살렘으로 오르는 길을 걸어가셨다.”(19,28)

 

 

루카의 특수사료?

 

특히 루카 9,51-18,14 사이에서 복음사가 루카는 마르코복음 전승에서 벗어나 자기 나름대로 복음서를 편집해갑니다. 그 안에는 루카복음서에만 등장하는 내용들이 즐비하게 나오는데 이를 ‘루카의 특수사료’라 일컫습니다. ‘예루살렘 여행기’ 안에는 루카의 신학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내용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몇 가지 내용만 집고 넘어갑니다.

 

1)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10,29-37) 2) 예수님을 초대한 마르타와 마리아(10,38-42) 3) 바리사이가 예수님을 초대하다(11,37-41) 4) 바리사이가 예수님을 돕다(13,31-33) 5) 바리사이 지도자의 초대를 받으시다(14,1-6) 6) 되찾은 아들의 비유(15,11-32) 7) 약은 집사의 비유(16,1-8.9-13) 8) 부자와 나자로의 비유(16,19-31) 9) 나병 환자 열 사람을 고쳐주시다(17,11-19) 10) 과부의 청을 들어주는 재판관의 비유(18,1-8) 11) 바리사이와 세리의 비유(18,9-14) 12) 예수님께서 자캐오에게 구원의 날 ‘오늘’을 선사하시다(19,1-10)

 

 

바리사이와 예수님?

 

루카복음서에는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을 초대하는 장면이 연거푸 나옵니다. 이는 역사상의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과 가까이 지내셨음을 엿보게 해주는 구절들입니다.

 

“바리사이 가운데 어떤 이가 자기와 함께 음식을 먹자고 예수님을 초대하였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그 바리사이의 집에 들어가시어 식탁에 앉으셨다.”(7,36)

 

“예수님께서 말씀하시자, 어떤 바리사이가 자기 집에서 식사하자고 그분을 초대하였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그 집에 들어가시어 자리에 앉으셨다.”(11,37)

 

“예수님께서는 어느 안식일에 바리사이들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의 집에 가시어 음식을 잡수실 때 일이다.”(14,1)

 

또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죽음의 위기를 알려드리기도 합니다. “바로 그때에 바리사이 몇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어서 이곳을 떠나십시오. 헤로데가 선생님을 죽이려고 합니다.’ 하고 말하였다.”(13,31)

 

이들 구절 안에서 예수님과 바리사이들의 관계가 얼마나 따뜻했었는지가 잘 드러납니다. 사도행전에서는 바리사이들의 사상이 어떠했는지 엿보게 해줍니다.

 

“그들[대사제와 그의 동조자들]은 (스테파노의) 이 말을 듣고 격분하여 사도들을 죽이려고 하였다. 그때에 최고 의회에서 어떤 사람이 일어났다. 온 백성에게 존경을 받는 율법 교사로서 가말리엘이라는 바리사이였다. ···· 그는 그들에게 말하였다. ‘저 사람들 일에 관여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십시오. 저들의 그 계획이나 활동이 사람에게서 나왔으면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에게서 나왔으면 여러분이 저들을 없애지 못할 것입니다. 자칫하면 여러분이 하느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사도 5,33-39)

 

“그리고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사두가이들이고 일부는 바리사이들이라는 것을 알고, 바오로는 최고 의회에서 이렇게 외쳤다. ‘형제 여러분, 나는 바리사이이며 바리사이의 아들입니다. 나는 죽은 이들이 부활하리라는 희망 때문에 재판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바오로가 이런 말을 하자 바리사이들과 사두가이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지면서 회중이 둘로 갈라졌다. 사실, 사두가이들은 부활도 천사도 영도 없다고 주장하고, 바리사이들은 그것을 다 인정하였다.”(사도 23,6-8)

 

복음서들이 쓰일 무렵[기원후 70년경과 그 이후]에는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어 사제들은 흩어져버립니다. 그때부터 바리사이들이 주축이 되어 유다교를 이끌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신약에서는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의 주요 적수들로 나옵니다. 복음서에 나오는 바리사이들과 실제 역사적 바리사이들과는 상당히 다를 수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희년 선포?

 

예수님께서는 고향 나자렛 회당에 가시어 희년을 선포하십니다.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6-19) 이어서 그 말씀이 곧바로 성취되었음을 선언하십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4,21)

 

이 희년선포를 뒤따르는 복음서와 사도행전의 모든 내용(루카 4,31-24,53와 사도행전 전체)은 사실 희년이 이루어져가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내용이라고 보면 과장일지요?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6월호, 신교선 가브리엘 신부(인천교구 용현5동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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