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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요한 묵시록 바르게 읽기8: 일곱 봉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5 조회수7,053 추천수0

[요한 묵시록 바르게 읽기] 일곱 봉인

 

 

4-5장에 나오는 환시는 어린양을 소개하며 그의 승리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집니다. 또 앞으로 보일 일곱 봉인에 대한 환시가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담고 있다는 점도 암시해 줍니다.

 

6장에서 일곱 봉인의 환시가 시작됩니다. 이 환시는 조금 독특한 구조로 짜여 있습니다. 처음 여섯 봉인에 대한 환시가 소개되고 마지막 일곱째 봉인에 대한 환시가 나타나기 전에 “선택된 이들”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환시가 중간(7장 참조)에 자리합니다.

 

 

처음 네 봉인

 

6,1-8에서는 첫 네 봉인에 대한 환시를 전합니다. 특히 이 네 봉인에 대해 사람들은 “묵시적 기사들”에 대한 환시라고 이름 붙였고, 이를 소재로 여러 예술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년)의 판화입니다. 묵시적 기사들에 대한 환시는 구약성경의 즈카 6,1-8에 묘사된 네 병거에 대한 환시를 생각나게 합니다. 즈카르야서에서 네 병거는 하늘의 네 바람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요한 묵시록에서 네 명의 기사는 각각의 재앙을 의미합니다. 그 재앙의 내용은 구약성경에서 찾을 수 있는 재앙의 목록과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예루살렘 백성을 벌하시는 재앙으로서 칼로 상징되는 전쟁, 전쟁의 결과로 인한 굶주림, 흑사병으로 인한 죽음이 나타납니다(예레 15,2; 24,10; 29,17-19 참조). 칼과 굶주림, 사나운 짐승들 그리고 흑사병이 가장 큰 벌로 묘사되기도 합니다(에제 14,21 참조). 따라서 요한 묵시록의 저자는 재앙을 묘사하면서 구약성경의 이미지를 많이 사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흰말을 탄 첫째 기사는 활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시대-역사적 상징으로 이해됩니다. 당시에 활은 파르티아 군대의 상징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62년에 로마의 네로 황제는 파르티아의 볼로게세스 1세 임금과 긴 전투를 벌인 끝에 패배합니다. 요한 묵시록의 환시는 이 전투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고, 이어지는 묵시적 기사들의 환시도 그와 관련된 이미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쟁이 벌어질 것을 암시하는 첫째 기사의 등장 후에 나오는 둘째 기사는 실제로 전쟁이 벌어졌음을 보여 줍니다. 붉은 색은 피와 관련되며, 이 기사에게는 “서로 살해하는 일이 벌어지도록”(6,4) 하는 권한이 주어집니다. 그 권한의 상징은 큰 칼입니다. 이제 전쟁에 대한 암시는 실제로 벌어지는 전쟁의 환시를 통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묘사됩니다.

 

셋째 기사는 검은 말을 타고 있습니다. 검은색은 부정적 의미를 지닙니다. 그의 손에는 저울이 들려 있습니다. 저울은 일반적으로 ‘정의’를 상징하지만, 구약성경에서는 하느님을 거역한 벌로 인한 전쟁과 연관됩니다. 전쟁으로 굶주리는 상황에서 먹을 것이 부족해 저울에 달아 먹어야만 한다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레위 26,26; 에제 4,16-17 참조). “밀 한 되가 하루 품삯이며 보리 석 되가 하루 품삯이다”(6,6). 이 구절에 나오는 “하루 품삯”의 원어는 ‘데나리온’입니다. 마태 20장의 비유에 따라 “하루 품삯”으로 번역한 것 같습니다. 당시의 다른 기록과 비교해 보면, 한 데나리온으로 밀 한 되를 산다는 것은 밀 값이 열 배 넘게 폭등했다는 의미입니다. 또 “올리브 기름과 포도주에는 해를 끼치지 마라”(6,6)는 구절에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담겨 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도미티아누스 황제는 92년에 로마의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소아시아 지방에 칙서를 내립니다. 포도밭의 반을 없애고 새로운 포도밭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포도 재배가 주된 경제 기반이었던 소아시아의 일부 도시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마 황제에게 사절단을 파견하여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이는 로마 황제가 소아시아 지방에 황제 숭배 의식뿐 아니라 과도하게 경제적 간섭을 하고 있었음을 알게 해 줍니다.

 

넷째 기사는 푸르스름한 말을 타고 있는데, 그의 이름은 “죽음”입니다. 그의 뒤에는 저승이 따르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칼과 굶주림과 흑사병과 들짐승으로 사람을 죽이는 권한이 주어집니다. 이 역시 전쟁의 결과로 보입니다. 전쟁이 지난 자리에 전염병이 돌고 사람들이 그 여파로 죽음을 맞는 것을 나타냅니다. 결국 묵시적 기사들의 환시는 전쟁과 그로 인한 살상, 경제적 불안정,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퍼져 가는 전염병을 나타내는 환시라 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봉인

 

다섯째 봉인은 박해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는 마르 13,9-11의 전쟁 다음에 오는 내용과 거의 비슷합니다. 저자는 살해된 이들, 곧 순교한 이들의 영혼이 제단 아래에 있는 것을 봅니다. 제단이라는 표현과 연결해 보면 그들의 영혼을 구약성경의 속죄 제물과 비슷한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구약성경에서 속죄 제물에 쓰이는 제물의 피는 제단의 바닥에 뿌려졌습니다(레위 4,7.18.25.30.34 참조). 피를 생명을 담고 있는 것으로 여겨 하느님께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순교자들의 영혼이 하느님께 바쳐진 것으로 이해했음을 보여 줍니다.

 

심판을 요청하는 영혼들의 외침에 “수가 찰 때까지”(6,11) 조금 기다리라는 답변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표현에서 강조하는 것은 종말의 때가 아직 오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또 종말에 있을 심판은 복수의 차원이 아니라 하느님의 정의를 이루기 위한 계획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섯째 봉인

 

여섯째 봉인은 지금까지 묘사된 환시 중에 가장 큰 재앙입니다. 이제 지상에 나타난 재앙들은 하늘로 옮겨 갑니다. 여기서 표현된 개별적 내용은 대부분 구약성경에서 언급된 바 있습니다. 지진(이사 13,13), 태양과 달의 변화(아모 8,9; 이사 13,10; 요엘 3,4-5 참조), 자루옷(이사 50,3), 하늘이 말린다는 내용(이사 34,4 참조) 등이 모두 그렇습니다. 이처럼 요한 묵시록의 환시는 구약성경에 있는 개별적 내용을 한데 모아 새로운 환시를 구성합니다. 구약성경에서 많이 사용된 표현을 묶어 새로운 환시를 전해 줍니다. 종말에 있을 하늘의 표징은 ‘하느님의 진노’와 연결됩니다. 그것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것인지 6,16에서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 허규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9년 사제품을 받았다.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수학하였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신약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5년 8월호(통권 473호), 허규 베네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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