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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탈출기와 거울 보기12: 광야에서 만난 하느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5 조회수8,818 추천수0

탈출기와 거울 보기 (12) 광야에서 만난 하느님

 

 

이집트를 떠난 이스라엘 백성이 지나가야 했던 광야는 간간이 가시나무와 같은 식물이 그 모습을 드러낼 뿐, 어디에서도 푸른 초목을 볼 수 없는 황무지입니다. 그러기에 광야는 굶주림과 목마름, 죽음의 위협이 자리한 곳입니다. 구약성경은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여정을 두 차례로 나누어 보도합니다. 첫 번째 광야 여정은 탈출기에 소개된 것으로, 바다의 기적을 체험한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를 거쳐 시나이 산에 이르는 여정입니다(15,22-19,1). 이스라엘 백성은 시나이 산에 이른 후 그곳에서 1년 정도 체류했다가 민수 10,11-13에 이르러서야 다시 길을 떠납니다

 

 

탈출기와 민수기, 두 차례의 광야 여정

 

바다를 건너 광야로 들어온 후 시나이 산에 이르는 여정을 ‘광야 여정 1’, 시나이 산을 떠나 가나안 땅이 마주 보이는 모압 평원에 이르는 여정을 ‘광야 여정 2’라 하겠습니다. 광야 여정 1과 2 사이에 ‘시나이 계약’이라는 중요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 사건으로, 두 번째 광야 여정을 떠나는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과 계약을 맺은 ‘계약의 백성’이 됩니다. 성경 저자는 계약의 중요성과 그에 따라오는 의무를 강조하기 위해 광야 여정 1과 2에 비슷한 사건들을 언급합니다. 예를 들면 므리바의 물 사건과 메추라기의 기적은 두 여정에서 모두 일어나는데, 백성은 한결같이 불평하지만 그 불평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은 두 여정에서 다르게 소개됩니다. 탈출기의 광야 여정과 민수기의 광야 여정을 비교하여 묵상해 보시면, 성경 저자가 왜 이런 차이를 보이려고 했는지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신앙인으로 사는 법을 배우는 자리, 광야

 

이번 달에는 광야 여정 1에서 일어난 만나와 메추라기 사건(16장)을 살펴보겠습니다. 광야 여정 이야기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어는 ‘불평’과 ‘시험’입니다. 광야 여정은 이스라엘 백성이 신앙으로 사는 법을 익히는 신앙의 학교이자, 그들의 믿음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시켜 주는 시험의 기간입니다. 이 신앙의 여정 동안 그들은 시련을 만날 때마다 불평으로 반응합니다.

 

이집트를 떠난 지 한 달이 되었을 때 이스라엘 백성은 엘림과 시나이 산 사이에 있는 신 광야에 도착합니다. 이집트를 떠날 때 챙겨 온 식량이 다 떨어져 굶주리기 시작하자 이스라엘 백성은 불평을 터뜨리며 그들을 데리고 나온 모세와 아론을 원망합니다. “당신들은 이 무리를 모조리 굶겨 죽이려고, 우리를 이 광야로 끌고 왔소?”(16,3) 그리고 비참하고 힘겨웠지만 적어도 굶주리진 않았던 이집트의 노예살이를 그리워합니다. “아, 우리가 고기 냄비 곁에 앉아 빵을 배불리 먹던 그때!”(16,3)

 

 

필요와 원의를 채워 주시는 하느님

 

과연 하느님은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어떻게 대하십니까? 그들의 불평에 실망하여 당신의 선택을 후회하십니까? 혹은 이스라엘 백성을 약속의 땅으로 데려가시려는 당신의 계획을 포기하십니까? 하느님은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전혀 탓하지 않으십니다(16장). 그들의 불평을 들으신 후, 그들의 바람대로 손수 먹을 것을 마련해 주십니다. 그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저녁에는 메추라기 떼, 아침에는 만나를 보내 주시어 당신을 이스라엘 백성의 필요와 원의를 채워 주시는 분으로 드러내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 여정을 통하여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어떻게 그들과 구체적으로 함께하시는지를 배우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신 광야에서 그들의 굶주림을 채워 주시는 하느님을 체험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광야로 초대하신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이 배움의 학교에서 당신을 신뢰하며 사는 법 또한 배우기를 원하십니다. 하느님을 신뢰하는 정도는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충실성으로 드러납니다. 하느님께서는 만나를 풍족히 내려 주시지만 그것은 저장할 수 있는 식량이 아니고, 안식일에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욕구의 노예가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길들이는 법을 배우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렇기에 광야의 여정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시험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이 백성이 나의 지시를 따르는지 따르지 않는지 시험해 보겠다”(16,4). 이 시험은 하느님을 위해 필요한 시험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 스스로 자기 믿음의 정도를 알게 하는 시험입니다.

 

한편 모세는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분명히 말합니다. “너희는 우리가 아니라 주님께 불평한 것이다”(16,8). 이스라엘 백성은 왜 그들이 광야의 여정을 걷고 있는지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모세나 아론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울부짖음을 들으시고 그들을 구원해 내시려는 하느님의 원의에 따라 지금 이 길을 걷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의 인생 또한 그렇지 않습니까? 하느님의 원대한 계획 안에서 우리 인생이 펼쳐지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갖은 우여곡절로 굽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인생이라 할지라도, 하느님께서 인도하고 계심을 확신합니까? 이런 확신이 있는 이들의 믿음은 광야의 여정을 통해 더욱 단단해질 것입니다. 광야는 시련의 시간인 동시에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오직 광야에서만 만나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혹시 광야의 여정에 있거나 그 여정을 막 지나왔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그때 만난 ‘하느님의 양식, 나의 만나’는 무엇이었는지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 김영선 수녀는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소속으로, 미국 보스톤 칼리지에서 구약성경을 공부하였으며,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구약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6년 12월호(통권 489호), 김영선 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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