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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가톨릭 서간에서 보물 찾기: 야고보 서간 (5) 시련 중의 인내와 기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5 조회수7,578 추천수0

가톨릭 서간에서 보물 찾기 - 야고보 서간 (5) 시련 중의 인내와 기도

 

 

하느님의 가르침대로 올바르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이들이 당혹해지는 순간 중 하나는 옳은 일을 하는 중에 큰 시련이 닥쳤을 때일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에게 당신의 법대로 살아가면 반드시 잘될 것이라 약속하지 않으셨던가? 그런데 하느님을 업신여기는 이들은 타인들을 괴롭히고 불의하게 살아가면서도 승승장구하는데, 스스로 올바르게 살아갈 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들에게 자비를 실천하는 의인들이 오히려 고난을 겪는 현실이라면, 이 세상에서 누가 기꺼이 하느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려 하겠는가? 이 문제는 초기 그리스도 신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련의 올바른 이해

 

‘시련’ 또는 ‘유혹’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페이라스모스’가 야고보서 1,12에서는 시련으로, 1,13에서는 유혹으로 번역되어 있다. ‘시련’이 자기 자신의 잘못과는 관계없이 겪게 되는 것이라면 ‘유혹’은 자신의 약점과 연결된 시험(1,14)이라는 어감이 강하다. 하느님은 인간이 악한 길로 빠져들도록 유혹하시는 분이 아니다. 우리가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길에서 벗어나려는 유혹을 느낀다면, 그것은 우리의 나약함이 불러들인 것이다. 그러나 시련은 누구에게든 닥칠 수 있다. 특히 아직은 불완전한 이 세상이 하느님의 나라로 거듭나기 위해 누군가의 힘과 노력이 필요할 때라면, 그 몫은 의인이 당하는 수난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있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시련을 기쁜 마음으로 견뎌 내야 한다고 야고보서는 가르친다. 우리의 영혼은 시련을 통하여 단련되고 완전하게 될 것(1,12)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닥쳐오는 시련을 피할 수 없다면, 이를 어떻게 이겨 내야 할까? 야고보는 욥의 인내와 엘리야의 기도를 모범으로 제시한다.

 

 

인내의 모범 욥(5,11)

 

욥은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로서, 그의 이름은 고통받는 의인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성경에서 의인이란 하느님을 두려워하며 겸손히 그분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을 뜻한다. 욥은 하느님의 가르침에 충실하고 약자들에게 자비를 베풀며 흠없이 살아오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재앙이 닥치자 욥의 친구들은 그 재앙이 자신들은 모르는 욥의 죄 때문에 내려진 징벌이라고 생각했다. 욥은 이유를 알 수 없어 자신에게 닥친 재앙을 참고 견디면서 하느님의 변호에 자신을 맡겼고, 마침내 하느님은 욥의 무죄함을 인정해 주셨다. 욥의 이야기는, 의인에게 닥치는 시련은 그가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받는 징벌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진가를 증명해 주기도 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욥의 모범을 제시하며, 야고보서는 역경에 처한 신도들의 용기를 북돋운다. 의인에게도 시련이 닥칠 수 있음을 받아들이라고 가르친다. 이유 없이 주어진 시련은 본인의 잘못으로 당하는 징벌보다 훨씬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 시련을 견뎌 냄으로써, 인간의 예측대로 움직이지 않으시는 하느님의 신비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성숙한 신앙에 도달할 수도 있다. 의인은 역경 중에서도 올바른 삶을 포기하지 않고 더욱 굳세어져 하느님의 완전한 피조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의인의 기도 : 엘리야의 모범(5,17-18)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인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기도이다. 야고보서는 ‘행동하지 않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는 가르침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야고보서가 행동을 강조했다 해서, 영적 측면을 등한시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는 우리가 야고보서를 읽을 때 특히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야고보서는 어려움이 닥치면 기도로써 이겨 내라고 가르친다(5,13). 특히 의인의 기도는 큰 효력을 발휘하여 불가능해 보이는 일까지도 가능하게 함을 상기시키며, 엘리야의 모범을 제시한다.

 

엘리야는 이스라엘이 우상숭배에 빠졌을 때, 홀로 하느님 편에 섰던 위대한 예언자였다. 그는 삼 년이 넘도록 비를 멈추게 하였다가 온 이스라엘 백성이 모인 가운데 다시 비를 내리게 하여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돌려놓았다(1열왕 18장). 어떻게 인간이 하늘에서 내리는 비마저 좌지우지할 수 있을까? 그러나 하느님께는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의인의 열렬한 기도는 바로 그 하느님께 도달한다. 의인의 기도는 자신의 세속적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지향한다. 이러한 기도를 하느님께서 어찌 못 들은 체하시겠는가!

 

 

시련에 처한 공동체를 위하여

 

편지라는 한정된 지면에 온갖 주제를 다 담을 수는 없다. 편지란 막연히 좋은 말들을 기록해 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편지의 수신자에게 구체적으로 해야 할 말이 있기에 쓰는 것이다. 편지에 특정 주제가 포함되어 있다면, 그 주제가 그 편지를 읽는 이들에게 가장 당면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야고보서의 독자들은 전반적으로 시련에 처해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은 일상생활의 어려움도 겪었겠지만, 무엇보다도 당시의 시대 상황 때문에 박해라는 시련도 함께 겪고 있었을 것이다. 야고보서는 욥과 엘리야의 모범을 제시하여 공동체의 용기를 북돋우고 시련을 통하여 더욱 굳건해진 그리스도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고난 중에도 끊일 줄 몰랐던 인내와 기도의 삶은 바로 예수님께서 지상 삶의 마지막 날까지 가셨던 길이 아니었던가!

 

* 강은희 님은 미국 The Graduate Theological Union에서 수학하였으며(성서학 박사), 현재 부산가톨릭대학교와 동 대학교 신학원에서 성경 전반에 걸쳐 강의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6년 6월호(통권 483호), 강은희 헬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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