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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이사야서 해설: 아모츠의 아들 이사야(1,1)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5 조회수8,208 추천수0

[이사야서 해설] “아모츠의 아들 이사야”(1,1)

 

 

요즘 나온 책들은 대개 표지 안쪽에서 저자를 소개합니다. 그런데 이사야서에는 이사야를 소개하는 구절이 없습니다. 추리 소설을 읽듯이 이사야서 본문을 읽으면서 이사야에 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찾아낼 뿐입니다. 그 첫 번째 정보가 이사야서 첫 구절의 말씀입니다.

 

“아모츠의 아들 이사야가 유다의 임금 우찌야, 요탐, 아하즈, 히즈키야 시대에 유다와 예루살렘에 관하여 본 환시”(1,1).

 

 

이사야는 누구인가?

 

여기 나오는 “아모츠의 아들”이라는 표현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습니다. 성경에서 어떤 사람을 구별할 때 누구의 아들, 누구의 손자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 꼭 그 아버지가 유명한 인물이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어서, 그가 예언자로 활동한 때가 “우찌야, 요탐, 아하즈, 히즈키야 시대”라고 말합니다. 기원전 8세기입니다. 언제 태어났는지는 알 수 없고, 예언자로 활동한 시기만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6장에서 말하듯이 그가 “우찌야 임금이 죽던 해에”(6,1) 부르심을 받았다면 기원전 740년의 일이고, 36-37장에 기록되어 있는 산헤립의 침공은 히즈키야 시대인 기원전 701년에 벌어진 사건입니다. 히즈키야 시대의 일들이 약간 더 소개된 38-39장에서 이사야에 대한 기록이 끝나는 것을 보면, 이사야는 그 무렵까지 예언자로 활동했던 것 같습니다.

 

본문은 그의 출생지나 출신 배경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말하지 않습니다. 이사야서의 내용과 문체를 통해 추정해 본다면 교육을 상당히 받은 고위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임금이나 대신들을 어렵지 않게 만납니다. 길을 가다가 임금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요. 예루살렘을 중시하고 하느님께서 다윗을 선택하셨음을 강조하는 것만 보아도 그가 예루살렘 귀족 출신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는 결혼했고 적어도 아들 두 명을 두었습니다.

 

좀 더 이야기해 보면, 그가 예언자로 부르심 받은 때를 정확히 규정하는 데 다소 문제가 있습니다. 6,1은 “우찌야 임금이 죽던 해”인 기원전 740년에 그가 부르심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1,1과는 달리 우찌야 임금 때 예언자로 활동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6장의 소명담 이전에 이사야가 이미 활동을 시작했어야 합니다. 이런저런 추측을 해볼 뿐, 더 이상은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어떤 경우이든, 이사야서에 기록된 말씀 가운데 확실하게 우찌야 시대의 것으로 알아볼 수 있는 말씀은 없습니다. 이사야 예언서 제1부에 주로 등장하는 임금들은 아하즈와 히즈키야이고, 이사야가 정치적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개입한 때도 주로 이 시기입니다.

 

 

이사야가 활동한 시대의 상황

 

기원전 740년부터 40년간, 이사야는 예언자로 활동했습니다. 이 시대의 상황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아시리아’입니다. 이런 저런 전쟁과 나라와 인물들이 등장하겠지만, 이사야 예언자뿐만 아니라 기원전 8세기의 북 왕국 이스라엘과 남 왕국 유다에 생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아시리아입니다. 나날이 팽창하던 아시리아의 세력이 얼마만큼 커졌느냐에 따라 국제 정세가 변했습니다. 이사야가 활동을 시작하기 전인 기원전 745년에 아시리아 임금이 된 티글랏 필에세르 3세는 강력한 군주로서, 무엇보다 팽창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이스라엘과 유다 가운데, 아시리아의 영향을 먼저 받게 된 쪽은 이스라엘입니다. 위협을 느낀 이스라엘은 아람(시리아)과 동맹을 맺어 아시리아에 맞서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유다 임금이었던 아하즈는 여기에 동조하지 않고 오히려 아시리아와 손을 잡으려 합니다. 이에 아시리아는 아람을 멸망시키고 이스라엘도 공격합니다. 히즈키야 시대에 와서는 아시리아가 이스라엘을 멸망시키기에 이릅니다(기원전 722년). 아시리아의 도움을 받은 유다도 아시리아에 종속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유다가 고분고분히 아시리아를 섬기려 하지 않자, 아시리아는 유다를 공격합니다. 기원전 701년에 유다를 침공한 산헤립은, 예루살렘을 함락시키지 못했으나 그 밖의 온 땅을 쑥밭으로 만들어 놓습니다.

 

 

이사야 예언서 제1부의 구조

 

이 시기에 이사야가 전한 말씀이 기록되어 있는 이사야 예언서 제1부는 아래와 같이 몇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주석 성경》 참조).

 

1-12장  이스라엘과 유다에 관한 예언들

13-23장  다른 민족들에 대한 신탁들

24-27장  소위 ‘이사야의 묵시록’

28-33장  이스라엘과 유다에 대한 약속과 위협을 담은 신탁들

34-35장  또 다른 묵시록적 단편들

36-39장  산헤립의 침공 당시 이사야의 활동

 

그런데 조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1-39장이 모두 아모츠의 아들 이사야가 선포한 말씀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기에도 나중에 덧붙여진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4-27장과 34-35장은 기원전 8세기의 것이 아니고 분명 더 늦은 시기에 삽입된 부분입니다. 실제 이사야 예언자와 연관된 부분이 많다고 여겨지는 대목은 주로 1-12장입니다. 이 부분은 천천히 읽을 것입니다. 중요한 본문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13-23장에 나타난 다른 민족들에 대한 신탁에는 서로 다른 시기의 본문들이 섞여 있습니다. 예컨대, 주로 아시리아에게 심판을 선고하던 본문에는, 바빌론에 대한 심판을 예고한 후대의 본문들이 덧붙어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하느님의 통치와 심판이 이스라엘과 유다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 줍니다.

 

이어지는 24-27장은 13-23장과 달리, 특정한 나라들이 아니라 온 땅에 대한 심판을 선고합니다. 이사야가 쓴 것도 아니고 엄밀히 말하면 묵시록도 아니지만, 온 세상의 종말에 대한 심판을 예고한다는 점 때문에 ‘이사야의 묵시록’이라 일컬어지기도 합니다.

 

28-33장의 특징은 불행 선언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선언한다면 그것은 결국 심판 선고이지요. 그리고 34-35장은 다시 종말을 이야기합니다. 심판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편으로 놀라운 미래를 그려 보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아마도 후대에 이사야서 본문들을 연결하기 위하여 삽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36-39장은 히즈키야 시대에 행해진 이사야의 활동을 전합니다. 여기서 이사야 예언서 제1부가 끝납니다. 그 마지막 장면에서(39장) 이사야는 히즈키야에게 바빌론이 예루살렘 성전을 약탈할 것이라고 예고합니다. 이사야서에는 유다 왕국의 멸망과 유배에 대한 기록이 없지요. 그 모두를 대신하는 것이 바로 이 예언자의 선고입니다. 이사야서의 편집자는 이 선고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예언자가 선고했으니 그대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40장에 유배 끝 무렵의 선포를 붙여 놓은 것이지요.

 

산헤립의 침공 이후 이사야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성경이 전하는 바는 없습니다. 그를 따르던 제자들이 있었고 그의 예언을 기록하고 보존하여 전수한 이들도 있었으나, 그의 말에 귀 기울인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외경에서는 이사야가 히즈키야의 뒤를 이은 므나쎄 임금 때에 죽임을 당했다고 말합니다. 므나쎄는 다윗 왕조에서 가장 나쁜 평가를 받는 임금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사야의 죽음에 관한 일을 역사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임금들이 이사야가 전한 하느님의 말씀을 거북해했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본문을 읽어 가면서 이를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현실 문제에 매여 있는 임금들과 당장 눈앞의 이익을 계산해야 하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이사야의 말은 결코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유배 전의 모든 예언자가 그랬듯이 이사야도 하느님을 믿지 못하는 유다와 그 임금들에게 심판을 선고하고, 어쩌면 무모하게 보이는 믿음을 요구했습니다. 이사야는 이들에게 대담한 믿음을 갖지 못한다면 무너지고 말리라고 말한 것입니다.

 

어떨까요? 우리의 믿음은 이런 도전을 견뎌 낼 수 있을까요? 이사야는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이 그렇게 녹록한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우리도 어쩌면 이사야의 말이 듣기 싫어 적당히 얼버무리고 이 책을 덮어 버리고 싶어질지 모릅니다.

 

* 안소근 수녀는 성 도미니코 선교 수녀회 소속으로 로마 교황청 성서대학에서 수학하였고, 현재 대전가톨릭대학교와 가톨릭교리신학원에서 가르치고 있다. 《아름다운 노래, 아가》, 《굽어 돌아가는 하느님의 길》 등을 썼고, 《약함의 힘》, 《예수님은 누구이신가》 등 여러 책을 옮겼다.

 

[성서와 함께, 2016년 2월호(통권 479호), 안소근 실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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