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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탈출기와 거울 보기21: 계약의 혜택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5 조회수7,821 추천수0

탈출기와 거울 보기 (21) 계약의 혜택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산에 이르렀을 때 하느님께서는 그들과 맺을 계약을 제안하셨습니다(19,5-6). 이 계약은 탈출 24장에 이르러 체결됩니다. 계약이 비준되기에 앞서 이스라엘 백성은 계약이 내포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숙지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이스라엘의 새로운 정체성에 맞갖은 삶에 대한 규정이 담긴 십계명과 계약법전이 소개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십계명과 계약법전에 선포된 내용을 묵상해 보았습니다. 계약법전을 종결짓는 후문(23,20-33)은 이스라엘 백성이 계약의 내용을 준수할 때 주어질 축복을 간략히 열거하고, 그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때 일어날 불행한 결과에 대해 경고합니다. 먼저, 이 후문에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위하여 무엇을 하실 것인지가 언급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 앞에 천사를 보내시어 약속의 땅에 이르는 길을 안내하게 할 것이며, 또한 이방인들에게 주님에 대한 공포와 말벌을 보내심으로써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을 차지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십니다. 뿐만 아니라 만약 이스라엘 백성이 천사의 말에 순종하고, 하느님이 주신 규정을 준수하기만 한다면 질병과 유산, 불임이 그들 가운데는 없을 것이며, 넉넉히 먹고 마시며, 장수를 누리게 해 주겠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만약 그들이 이방 민족들의 신들과 계약을 맺고, 이방인들을 그 땅에 머물게 하며, 그들의 신들을 섬긴다면 그 이방 민족들이 그들에게 덫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십니다.

 

모세는 하느님의 이 모든 말씀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하였고, 그들은 “주님께서 하신 모든 말씀을 실행하겠습니다” 하고 응답합니다(24,3). 이로써 계약은 체결됩니다. 시나이 계약의 비준에 대해 들려주는 탈출 24장은 사실은 서로 다른 세 전승이 결합된 것입니다.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산에서 맺은 계약을 비준하는 표지가 전승에 따라 식사 혹은 피 또는 증언판으로 다르게 설명됩니다. 한 전승에서는 모세와 아론, 나답과 아비후, 그리고 원로 일흔 명이 산에 올라가 하느님을 뵙고 식사를 함으로써 계약이 체결됩니다(24,1-2.9-10). 다른 전승에서는 모세가 산기슭에 제단을 쌓고 기념 기둥 열둘을 세운 후 이스라엘의 젊은이들로 하여금 주님께 번제물과 친교 제물을 바치게 합니다. 그리고 짐승의 피의 절반을 제단에 뿌린 후 계약의 책을 백성에게 읽어 주자 백성 모두가 “주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것을 실행하고 따르겠다”고 응답합니다. 이에 모세가 나머지 피를 백성에게 뿌리면서 “이는 주님께서 이 모든 말씀대로 너희와 맺으신 계약의 피다”라고 말함으로써 계약은 비준되었습니다(24,3-8). 또 다른 전승에서는 모세와 여호수아만이 하느님의 산으로 올라갔고, 모세가 구름 덮인 산 속에서 사십 일을 보낸 후 하느님께서 쓰신 돌로 된 증언판을 받아 옴으로써 계약이 체결됩니다(24,12-18; 31,18). 모세가 증언판을 받아 산에서 내려오기까지 그가 하느님으로부터 들은 말씀은 탈출 25-31장에서 소개되는데, 이는 모두 성막의 건설과 성막에서 사용될 기물의 제작에 관한 말씀입니다. 그리고 탈출 35-40장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하여 말씀하신 그대로 성막을 건설하였다는 보고입니다.

 

왜 탈출기의 저자는 성막의 건설과 관련하여 이토록 많은 장을 할애하는 것일까요? 탈출 35-40장은 이미 소개된 탈출 25-31장의 말씀을 거의 반복하는 듯합니다. 모세는 ‘하느님께서 지시한 그대로 성막을 만들었다’고 한 마디만 하면 될 것을 왜 성경 저자는 지루해 보일 정도의 반복을 마다하지 않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시나이 계약이 주는 혜택이 하느님의 현존이기 때문입니다. 시나이 계약의 결과로 이제 하느님께서는 백성 가운데 계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현존은 이스라엘 백성이 누리게 될 모든 축복의 원천이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을 모시기에 적합한 장소를 마련해야 합니다. 거룩하신 하느님께서는 아무 곳에나 계실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당신이 계실 곳을 어떻게 성별하고 마련해야 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음 달에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의 현존을 모시기에 적합한 장소를 어떻게 마련하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볼 것입니다. 그에 앞서 이스라엘이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과 맺은 계약을 거울삼아 우리 자신이 하느님과 맺은 계약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역시 세례성사를 통하여 하느님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에 대해 성찰할 때 우리는 자주 계약에 따라오는 의무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계약에 따라오는 혜택이 무엇인지를 한번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시나이 계약의 혜택이 하느님의 현존이라면, 하느님과 계약을 맺은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혜택은 무엇일까요? 어떤 은총이 주어졌습니까? 이 계약 덕분에 누리게 된 축복은 무엇입니까? 이 계약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약속하신 것은 무엇인가요? 하느님은 그 약속에 성실하셨습니까? 하느님과 우리 각자가 맺은 계약의 역사 안에 하느님께서 남겨 놓으신 발자국을 돌아보는 한 달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는 성막의 건설과 성소의 기물들의 제작에 대해 설명하는 탈출 25-31장을 읽기 위한 좋은 준비가 될 것입니다.

 

* 김영선 수녀는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소속으로, 미국 보스톤 칼리지에서 구약성경을 공부하였으며,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구약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7년 9월호(통권 498호), 김영선 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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