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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말씀과 함께 걷는다: 에제키엘서 - 실어증에 걸린 예언자 에제키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5,671 추천수0

[말씀과 함께 걷는다 – 에제키엘서] 실어증에 걸린 예언자 에제키엘

 

 

구약성경은 예언자를 일컬어 ‘하느님의 사람’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사람이 되기 위하여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이 하느님의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는 특징은 무엇일까요?

 

하느님의 사람이라면 하느님의 뜻을 행하기 위하여 자기 것을 포기한 사람이겠지요. 만약 하느님의 사람이 자기 것을 추구한다면, 사람들이 주는 영광을 추구한다면,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하느님 말씀을 전해야 할 때 어쩔 수 없이 그 말씀의 일부를 적당히 변형하거나 삭제하려 들 것입니다. 또 사람들의 마음에 들기 위하여 하느님께서 말씀하지 않으신 것을 하느님 말씀인 양 거짓으로 선포할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그는 하느님의 사람이라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에제키엘 예언자는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아가려는 이들에게 진정한 모범이 되는 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에제키엘 예언서의 특징과 구조

 

에제키엘에게서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기 위한 모범을 찾기 위해서는 그가 어떤 하느님 말씀을 어떻게 선포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에제키엘 예언서의 특징과 구조를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에제키엘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예언서에 비해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대부분의 예언서는 시문으로 저술되었지만 에제키엘서는 산문체로 저술되었습니다.

 

둘째, 에제키엘서에는 예언이 연대순으로 편집되어 있습니다. 기원전 593년에 선포된 첫 예언(1,2 참조)부터 기원전 573년에 선포된 마지막 예언(40,1 참조)까지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편집되지 않은 유일한 예외가 29,17입니다. 여기에는 기원전 571년에 선포된 예언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셋째, 에제키엘의 예언 메시지는 크게 예루살렘 함락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 함락 이전에 선포된 1-24장은 주로 유다와 예루살렘에 대한 심판 예언이며, 예루살렘 함락 이후에 선포된 25-48장은 이민족에 대한 심판 예언(25-32장)과 유다와 예루살렘에 대한 구원 예언(33-48장)입니다. 따라서 에제키엘의 예언은 예루살렘 함락 이전에는 유다와 예루살렘의 심판에 관한 것이고, 예루살렘 함락 이후에는 구원에 관한 것으로 확연히 다릅니다.

 

넷째, ‘주님의 영광’에 대한 환시가 예언서의 중심 구조를 이룬다는 점입니다. 주님의 영광에 대한 첫째 환시는 1,1-28에 소개되며, 에제키엘이 크바르 강 가에서 처음 본 것입니다. 둘째 환시는 8-11장에서 소개되며, 에제키엘은 주님의 영광이 예루살렘 성전을 떠나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셋째 환시는 미래의 성전에 대한 청사진을 소개하는 40-48장의 마지막 부분에 언급되는데, 주님의 영광이 성전으로 돌아오는 것을 목격합니다. 여기에서 ‘주님의 영광’이라는 말은 주님의 현존을 뜻하는 사제계의 고유한 용어입니다(탈출 16,7.10; 24,16.17; 레위 9,23; 민수 14,10; 17,7 등 참조).

 

 

예루살렘 함락 이전에 선포된 심판 신탁

 

에제키엘이 선포한 예언의 구체적 내용 중에 이번 달에는 예루살렘 함락 이전에 선포된 1-24장의 심판 신탁을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달에는 예루살렘 함락 이후에 선포된 25-48장의 이민족에 대한 심판 신탁과 예루살렘에 대한 구원 신탁을 살펴볼 것입니다.

 

1-24장에 나오는 유다와 예루살렘에 관한 심판 신탁을 에제키엘이 전할 당시, 유배민들은 예루살렘이 멸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감히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본국에 남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에제키엘은 그들을 향해 예루살렘이 멸망할 것이며, 왜 멸망할 수밖에 없는지 계속 선포했습니다. 이 일이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예언직을 시작할 때부터 매우 분명했습니다. 에제키엘은 이 가슴 아픈 심판의 신탁을 전하기 위하여 자신의 온 존재를 하느님께 드려야 했습니다. 그는 말로만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한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유다와 예루살렘이 멸망하고야 말 것이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그는 예언자로 부르심을 받자마자 실어증에 걸려 두문불출하게 됩니다(3,25-27 참조). 오직 하느님께서 말씀을 입에 담아 주실 때만 말할 수 있게 됩니다. 그가 실어증에 걸린 기간은 기원전 593년부터 예루살렘이 멸망하던 때인 586년까지 6-7년이었습니다. 에제키엘은 예루살렘이 포위될 것을 알리기 위해 진흙 벽돌로 예루살렘이 포위되는 상황을 연출하고(4,1-3 참조), 이스라엘과 유다의 운명을 보여 주기 위해 왼쪽 옆구리로 390일, 오른쪽 옆구리로 40일 동안 누워서 지냅니다(4,4-8 참조). 포위된 사람이 먹게 될 형편없는 음식을 먹고, 유배지에서 부정한 음식을 먹게 되리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인분으로 빵을 구워 먹으라는 명령을 듣습니다(4,9-15 참조).

 

예루살렘이 멸망한 후 사람들이 겪게 될 운명을 알려 주기 위해서는 머리카락과 수염을 깎아 불태우고 자르고 흩어버리며, 일부만 남겨 옷자락에 묶어 둡니다(5,1-4 참조). 예루살렘의 멸망이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유배 짐을 싸서 벽에 구멍을 내고 도시를 떠나는 시늉을 합니다(12,1-16 참조). 그것도 모자라서 사람들 앞에서 떨며 빵을 먹고 불안과 걱정에 싸여 물을 마십니다(12,17-20 참조). 이것이 앞으로 반드시 닥쳐올 예루살렘의 운명이 될 것입니다. 심지어 그는 사랑하는 아내가 죽었는데도 곡조차 하지 않습니다(24,15-24 참조). 이는 백성의 기쁨과 영화요 눈의 즐거움이며, 영의 열망인 예루살렘이 멸망하는 날 그들 역시 너무나 기가 막혀 울지도 못할 것임을 미리 보여 주는 것입니다.

 

에제키엘은 왜 이토록 기이한 행동을 했을까요? 하느님께서는 일찍이 에제키엘을 예언자로 불러 세우실 때 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스라엘은 반항하는 집안으로 하느님의 말씀에 도무지 귀 기울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2,3-8 참조). 그렇다면 예언자는 들으려 하지 않는 그들에게 어떻게 하느님 말씀을 선포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그들의 주의를 끌 수 있을까요? 예언자는 먼저 이런 기이한 행위로 하느님의 메시지를 선포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호기심에서라도 그 행위의 의미가 뭔지 묻습니다(24,19 참조). 에제키엘은 그렇게 해서라도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혹시라도 그들 가운데 누군가 에제키엘의 경고를 듣고 죄에서 돌아서 하느님께 돌아오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스라엘의 파수꾼으로 예언자가 해야 할 임무입니다.

 

예루살렘이 멸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곳에서 자행되는 ‘우상 숭배’ 때문입니다(6,13 참조). 주님의 영에 사로잡힌 예언자는 환시 가운데 예루살렘 성전으로 옮겨 가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우상 숭배를 목격하고, 불법이 가득한 그곳에서 주님의 영광이 떠나는 것을 지켜봅니다(11,22-23 참조). 이 도성에 대한 하느님의 심판 의지가 너무나 확고하여 노아와 다니엘과 욥 같은 의인의 중재로도 심판이 연기될 수 없습니다(14,14 참조). 멸망할 예루살렘의 운명과 죄악은 쓸모없는 포도나무(15장 참조)와 부정한 아내(16장 참조), 불충한 임금(17장 참조)에 비유됩니다.

 

에제키엘은 예루살렘이 파괴될 때 비로소 사람들은 그것을 심판하시는 분이 하느님임을 알아보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여전히 이스라엘이 회개하여 살기를 바라십니다. 에제키엘은 하느님께서 조상들의 죄악 때문에 후손들의 미래를 제거하시는 부당한 분이 아니라 각자 자신이 살아온 삶에 따라 심판하시는 분이며, 회개하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기회를 주시는 분이라고 선포합니다(18,29-32 참조). 어두운 심판의 예언조차 죽음이 아니라 삶을 지향하는 말씀입니다.

 

* 김영선 수녀는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소속으로, 미국 보스톤 칼리지에서 구약성경을 공부하였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5년 2월호(통권 467호), 김영선 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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