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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탈출기 함께 읽기: 계약의 책과 시나이 산 계약 체결(탈출 20,22-24,18)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7-08 조회수9,323 추천수0

[탈출기 함께 읽기] “계약의 책과 시나이 산 계약 체결”(탈출 20,22-24,18)

 

 

십계명(20,1-21)

 

십계명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간에 맺은 계약에 대한 근본 원리이지, 구체적 지침이나 벌칙을 담은 법률은 아닙니다. 따라서 계약의 책은 이스라엘 백성이 일상의 삶에서 십계명을 준수하고 계약의 정신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세세한 규정들을 제시합니다.

 

 

계약 공동체의 새 규범, ‘계약의 책’(20,22-23,33)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계약을 맺을 때, 모세가 하느님의 말씀을 다 기록한 다음 ‘계약의 책’을 들고 백성에게 들려준 사건에서 유래합니다. ‘계약 법전’이라고도 불리는 ‘계약의 책’은 종교법(예배, 제단, 안식년과 안식일, 연중 삼 대 축제)과 사회법(폭력, 상해, 절도, 손해 배상, 약자 보호, 정의 실현)에 관한 내용을 전하는 법들의 모음집입니다. 머리말인 예배 규범(20,22-26)과 맺음말인 하느님의 약속(23,20-33) 사이에 두 부류의 규정이 소개됩니다. 첫 부분(21,2-22,16)은 ‘~하면(또는 ~한 경우에는), ~하라(또는, ~해야 한다)’는 식의 조건절과 결과절로 이루어집니다. 둘째 부분(22,17-23,19)은 ‘~해야 한다’ 또는 ‘~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조건절이 없는 간결한 형태를 취합니다. 계약 법전은 하느님과의 계약에 근거한 하느님의 명령입니다. 계약 조항인 율법이 백성에게 선포되고 동의한 후, 모세에 의해 기록되는데(21,1; 24,3-4), 율법을 지키는 것은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입니다. 또한 율법은 모든 사람에게 부과된 법으로 공공성을 지니기에 모든 사람은 율법을 배울 종교적 의무를 지닙니다. 아울러 율법 준수를 명하는 구절은 왜 그것을 지켜야 하는지 동기를 밝힙니다. 과거(이집트 탈출 사건 등)와 연관하고(22,20; 23,9), 법규의 기원을 밝히며(23,15) 설명합니다(22,27; 23,7.12). 그리고 율법은 사회적 신분에 상관없이(종만 제외) 공평하게 적용합니다. 이처럼 계약 법전은 탈출 사건과 계약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자유와 생명, 정의와 공평을 보여줍니다.

 

① 하느님을 섬기는 예배 규범(20,22-26)

 

주님께서는 시나이 산에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당신의 법을 일러주십니다(20,22; 21,1). 이제 그들은 보고 들은 바에 응답해야 합니다. 첫 가르침은 이미 십계명(20,3-6)에서 제시하신 ‘신상 제작 금지 계명’입니다(20,23). 이 첫 말씀이 계약 법전 전체의 기초가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형상을 통하지 않고, 흙이나 다듬지 않은 돌로 쌓는 제단에서 예배드리라고 말씀하십니다(20,24-25). 주님께서는 “내가 나의 이름을 기억하여 예배하게 하는 곳”(20,24), 곧 꿈이나 사건을 통해 하느님의 현현을 체험하고 그분의 이름을 부르며 예배드리게 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서 강복하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이는 탈출기 25장 이하에 나오는 성소와 성막 사건과 연결됩니다.

 

② 일상생활에 관한 법규(21,1-23,33)

 

21장 1-11절은 이집트의 종살이를 연상시키는 종에 관한 규정입니다. 이 규정에서 다루는 종은 빚 때문에 종이 된 이스라엘 사람입니다. 히브리 사람을 종으로 삼았을 경우 6년만 부리라고 규정합니다. 자유를 얻은 종은 종으로 들어왔을 때의 가족 상태 그대로 나가야 합니다.

 

21장 12-17절은 사형에 해당하는 죄의 규정을 알려줍니다. 악의로 이웃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해져야 합니다. 그러나 일부러 죽인 것이 아닌 경우에는 지정된 곳으로 피신할 수 있도록 합니다. 신명기에 따르면 피의 복수를 피하기 위해 마련된 도피 성읍은 이스라엘 전역에 여섯 곳이 있습니다(신명 19,1-13). 부모를 때리거나 욕하는 자도 사형에 처해집니다. 또한 사람을 유괴한 자도 사형을 받아야 합니다.

 

21장 18-36절은 상해에 관한 법을 제시하는데, 특히 남을 다치게 한 행위에 대해 똑같이 상해를 입히라고 규정하는 ‘동태복수법’(21,22-27)에 대해 알려줍니다. 그런데 통태복수법은 사적인 복수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나친 복수를 막고 끼친 해와 받아야 할 벌이 잘 상응하도록 하는 기능을 지닙니다.

 

21장 37절-22장 16절은 절도와 손해 배상, 처녀를 범한 자에 관한 법을 알려주고 22장 17-30절은 종교와 윤리에 관한 규범을 제시하는데, “주님 말고 다른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자는 처형되어야”(22,19)하며, 약자들(이방인, 과부, 고아, 가난한 이)을 보호하여야 합니다.

 

23장 1-9절은 정의 실현에 관한 법을 제시하는데, 거짓 증언과 거짓 고소를 해서는 안 되며, 공정한 재판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힘없는 이라고 재판할 때 우대해서도 안 됩니다”(23,3).

 

23장 10-19절은 안식년과 안식일, 연중 삼 대 축제에 관한 법을 알려주고 23장 10-13절은 7년마다 땅을 놀리는 안식년 제도와 7일마다 일을 쉬는 안식일 제도를 보여줍니다. 이는 땅의 진정한 주인은 하느님이심을 일러주는 것이고, 안식년의 소출은 가난한 이들과 들짐승의 몫이 됨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23장 14-19절은 연중 삼 대 축제(무교절, 수확절, 추수절)에 관한 법을 일러줍니다. 주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 너희 하느님의 집”(23,19)인 성소에 가서 “너희는 일 년에 세 차례 나를 위하여 축제를 지켜야 한다.”(23,14)고 말씀하십니다.

 

23장 20-33절은 계약 법전의 맺음말 부분으로 가나안 땅 입주에 관한 약속과 경고의 긴 말씀을 전합니다. 곧 약속의 땅에 대한 소유, 그 땅에 내릴 하느님의 강복, 그 땅의 범위, 그 땅의 정화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주 하느님을 섬겨야 합니다.’(23,25).

 

 

시나이 산에서의 계약(24,1-11)

 

시나이 산에서의 계약 의식에서는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이스라엘 백성의 응답, 곧 “주님께서 하신 모든 말씀을 실행하겠습니다.”(24,3.7)가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주님께서는 “너 모세만 주님에게 가까이 오고 다른 이들은 가까이 와서는 안 된다. 백성은 아예 산으로 올라와서는 안 된다.”(24,2)고 말씀하십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와서 주님의 모든 말씀과 법규를 일러 주자, 온 백성이 한목소리로 “주님께서 하신 모든 말씀을 실행하겠습니다.”(24,3)하고 대답합니다. 이어서 모세는 주님의 모든 말씀을 기록합니다.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맺은 계약을 담은 문서는 하느님에 의해서(증언판: 24,12; 31,18; 34,1) 또는 모세에 의해(계약 법전: 24,4; 34,27) 기록됩니다.

 

다음 날 모세는 산기슭에 제단을 쌓고, 이스라엘 열두 지파에 따라 기념 기둥 열둘을 세운 다음, 몇몇 젊은이들을 보내어 번제물과 친교 제물을 바치게 합니다. ‘번제’는 가죽을 제외한 제물 전체를 송두리째 태워 바치는 제사로서, 완전한 봉헌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친교제’는 하느님과 우호 관계를 맺는 제사로, 기름기만 태워 바치고 나머지 고기는 하느님 앞에서 같이 나눠 먹음으로써 공동체의 친교를 도모합니다(창세 31,54; 신명 27,7). 그러고 나서 모세는 피의 절반을 가져다 제단에 뿌린 다음, 계약의 책을 들고 그것을 읽어 백성에게 들려줍니다. 그러자 백성은 “주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것을 실행하고 따르겠습니다.”(24,7)하고 신앙을 고백합니다. “따르다”는 말은 ‘듣다’와 같은 단어입니다. 들음과 따름은 둘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이제 너희가 내 말을 듣고 내 계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나의 소유가 될 것이다.”(19,5)라고 하신 하느님의 말씀에 응답하는 것입니다. 모세는 피를 가져다 백성에게 뿌리며 계약이 맺어졌음을 공적으로 선언합니다. “이는 주님께서 이 모든 말씀대로 너희와 맺으신 계약의 피다.”(24,8)

 

 

시나이 산에서 사십 일을 지낸 모세(24,12-18)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너는 내가 있는 이 산으로 올라와 거기 머물러라. 내가 백성을 가르치려고 율법과 계명을 기록한 돌 판을 너에게 주겠다.”(24,12)고 말씀하십니다. 계약 체결 의식이 끝난 후 모세는 다시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고 백성에게 줄 “율법과 계명을 기록한 돌 판”을 받으러 하느님의 산에 올라갑니다. 이때 여호수아가 모세의 시종으로 처음 등장합니다. 탈출기 24장 12-14절은 모세가 산 위에 머무는 동안 벌어졌던 금송아지 사건과 계약 파기, 재계약으로 이어지는 32-34장의 도입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세는 주님의 영광이 시나이 산에 자리 잡고, 구름이 산을 덮고 있는 엿새 동안 기다립니다. 주님께서 이레째 되던 날 구름 가운데에서 모세를 부르십니다. 모세는 구름을 뚫고 올라가 밤낮으로 사십 일을 그 산에서 지냅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0년 7‧8월호, 조성풍 신부(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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