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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십계명 따라 걷기: 여섯째 계명 - 간음하지 마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7-17 조회수4,981 추천수0

[십계명 따라 걷기] 여섯째 계명 : 간음하지 마라

 

 

사랑의 길

 

그 사랑 한결같기를

 

주님의 제단 앞에 나란히 선

신랑과 신부를 바라보는 것은

큰 기쁨이요 영광입니다.

 

세상 그 무엇도 갈라놓을 수 없는

티 없이 맑고 고결한 사랑이

두 사람 안에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마주 섭니다.

온전히 하느님의 모습을 닮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완전한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나의 반쪽을 채워 달라고

서로에게 고백합니다.

 

이미 온전히 하나인데도,

아직 하나가 아니라

여전히 모자란 반쪽이라고 고백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겸손입니다.

 

당신이 가진 무엇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 필요하다고 고백합니다.

 

소유에 눈이 멀어 사람을 보지 못하는

어둠 가득한 혼탁한 세상 안에

해맑게 빛나는 순수함입니다.

 

삶의 가시밭길조차

당신과 함께하기에

기쁨 가득하리라고 고백합니다.

 

제 살길 찾기에 얽매여

벗들의 슬픔을 함께 보듬지 않으며

어느새 편안함에 길들어

자신의 고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쉽게 주저앉고 마는 많은 이에게

쉼 없이 샘솟는 희망을 나눕니다.

 

지나온 날들의 허물도

지금 이 자리의 부족함도

행여 있을지 모를 내일의 잘못도

결코 서로의 믿음을 허물지 못하리라

마음으로 몸으로 고백합니다.

 

서로를 향한 지긋한 눈빛으로

서로를 품는 넉넉한 마음으로

맞닿은 손끝이 전하는 따스한 느낌으로

지금 여기에 마냥 머물고픈

참사랑을 나눕니다.

그 사랑 언제나 한결같기를 …

 

함께했기에 정겨웠던 이 세상 떠나

영원히 하느님 품으로 돌아갈 때

오늘 맞잡은 손

다시 곱게 쓰다듬으며

그동안 가슴 아릴 만큼 고마웠다고

아름다운 작별 인사 나누며

뜨거운 사랑의 눈물 흘릴 수 있기를 …

 

하느님 앞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모든 부부를 위해 기도합니다.

 

 

인간의 성(性)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심으로써, 남자와 여자에게 동등하게 인격적 품위를 부여하셨다. 자기의 성(性)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남녀 각자가 할 일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393항). 모든 사람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고귀하게 보듬어야 합니다. 또한 자신의 성을 소중히 가꾸고, 다른 이의 성을 존중하여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정결입니다.

 

“인간이 육체적이고 생물학적인 세계에 속해 있음을 표현하는 성은, 인격 대 인격의 관계 안에서, 남녀가 온전히 또 시간의 제한없이 서로를 내어 줄 때 참으로 인격적이고 인간다운 것이 된다. 그러므로 정결의 덕은 완전한 인격과 온전한 헌신을 내포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337항).

 

 

그럼에도 사랑하겠습니다

 

부부 피정에서 평소에 금슬이 좋기로 소문난 한 부부가 체험을 나누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편 옆에 선 아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이면서 이야기하였습니다, 십여 년 전 남편이 외도하였다고. 모든 것을 잃은 듯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고. 뉘우치는 남편이지만 처음에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그러나 온몸과 마음이 삭는 듯 오랜 아픔 뒤에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사랑하겠다고. 그러고 나서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 8,7)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몸소 실천한 아내와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요한 8,11)하신 예수님의 훈계를 따른 남편은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 주었습니다. ‘간음을 이겨 낸 사랑’을 한 부부를 함께했던 모든 이는 정결한 눈물로 곱게 품었습니다.

 

 

간음하지 마라, 다만 사랑하라

 

여섯 번째 계명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힌두교 일화를 하나 소개합니다.

 

옛날 옛적에 수행자 하나가 속세를 버리고 ‘포기한 자’가 되어, 그 문화에서는 드문 종교적 고행을 실천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런데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아내와 식구가 그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놓아주려 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랑이라고?” 그의 스승이 말했습니다. “그건 절대로 사랑이 아니야, 사랑은 풀어 주는 법이거든. 잘 듣게나.”

 

스승은 제자에게 꼭 죽은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요가 비법 하나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튿날 제자는 죽어 있었고, 집 안은 이내 가족의 울부짖음과 통곡 소리로 들썩거렸습니다. 그때 스승이 등장하여 슬피 우는 가족에게 죽은 제자를 살리는 힘이 자기에게 있는데, 다만 대신 죽을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누가 나섰을까요?

 

놀랍게도 가족은 저마다 자신이 살아 있어야 할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제자의 아내가 말했습니다. “실상 누구도 그를 대신해서 죽을 필요는 없어요. 우린 그이 없이도 잘해 나갈 거니까요”(조안 키티스터, 「십계명 마음의 법」, 성찬성 옮김, 성바오로, 2008).

 

조안 키티스터 수녀는 이 일화를 통해서 여섯 번째 계명을 간음을 금하는 소극적 의미를 넘어, 참으로 사랑하라는 적극적인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누군가에게 헌신할 뜻도 없이, 누군가를 대신하여 기꺼이 죽을 마음도 없이 사람을 개인의 육체적 만족에 이용하는 상태”인 간음이 아니라, “진실로 사랑하라. 가식 없이 사랑하라. 사랑이 아파할 때 사랑하라. 육체와 영혼으로 함께 사랑하라. 사랑이 오래 이어지도록 사랑하라.”는 촉구로 받아들입니다.

 

 

부부님들이여,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온갖 형태의 간음이 난무하는 오늘날에도 참사랑을 나누는 부부가 있기에, 여섯 번째 계명은 빛을 낼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부부와 함께 이 땅의 모든 부부에게 감사와 사랑의 인사를 건네고 싶습니다.

 

낯설었던 한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을 또 하나의 나로 받아들이고

너와 나 갈림 없는 하나를 이루심에

부부님들이여,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홀로만의 편안함과 자유로움보다

더불어 걷는 여정의 힘겨움과 부담스러움을

기꺼이 짊어지고 나아가심에

부부님들이여,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과 미움,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이

함께할 수밖에 없는 두 분의 여정에서

가짐보다 베풂을 기쁨으로 여기심에

부부님들이여,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맘속 깊이 감추고픈 부끄러움마저도

배우자에게 고백하며 통회의 눈물 흘리는

이 세상 가장 큰 용기 지니심에

부부님들이여,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씻을 수 없는 배우자의 더러움조차

뜨거운 사랑의 눈물로 깨끗이 하여

그 사람을 온전한 사람으로 안아 주심에

부부님들이여,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갈라설 수밖에 없는 수많은 이유보다

함께해야 하는 단 하나 사랑의 소명에

온몸과 온 마음 내어 맡기심에

부부님들이여,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살아남기 위한 죽임에 관대한 세상에서

스스로 죽음으로써 살림을 이루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꾸리심에

부부님들이여,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다시 사랑의 길을 걸어요

 

“‘간음해서는 안 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자는 누구나 이미 마음으로 그 여자와 간음한 것이다”(마태 5,27-28).

 

참으로 단호한 말씀입니다. 과연 이 말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하지만 우리는 간음하다 잡힌 여자에 대한 예수님의 용서(요한 8,1-11 참조)로부터 큰 위로를 받습니다. 그러니 우리 자신의 성(性)과 다른 이의 성(性)을 쾌락의 도구로 삼지 말고, 벗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사랑이신 예수님과 함께 참사랑의 길을 걸어요.

 

* 상지종 베르나르도 - 의정부교구 신부. 교구 제8지구장 겸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8년 7월호, 상지종 베르나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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