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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67-68: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와 한국사회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4-27 조회수2,448 추천수0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67.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와 한국사회


“사회교리의 원리이자 그리스도인의 삶인 사랑의 길”(「간추린 사회교리」 204항)

 

 

마리아: 신부님, 코로나19 때문에 건물에서 일하시던 자매님이 해고되셨어요. 박봉에도 힘들게 일하셨지만 항상 웃음이 가득하셨어요. 덕분에 깨끗한 건물에서 일했다 싶어요. 그런데 그 자매님이 안 계시니 위생관리가 안 되고, 무엇보다 그분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져요.

 

이 신부: 그렇군요!

 

 

구체적 실천으로서 사랑

 

이제 한마음으로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해야 합니다. 망가진 일상과 서민경제, 고용충격을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합니다. 특별히 취약한 이웃들을 먼저 배려해야 합니다. 또한 삶을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창세기에서 하느님은 세상을 창조하시며 피조물을 다스리고 지배할 권한을 인간에게 주셨습니다. 하지만 이는 착취와 욕심의 야만적 군림이 아니라 섬김과 봉사라는 사랑의 책임을 뜻합니다. 실제로 금번 세계적 위기는 연대, 배려, 돌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줬고, 우리 삶이 얼마나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졌는지를 반성하게 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소비와 욕심, 재물에 안주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자연과 생태를 보호하며 약한 이들을 먼저 돌보고 진정으로 하느님 말씀을 실천해야 합니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속에서 하느님 말씀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침이자 도덕적·사목적 식별의 도구입니다.(「간추린 사회교리」 10항) 누구나 사랑의 중요성을 압니다. 그러나 그 사랑은 책 속에 적힌 추상적 문자가 아닙니다. 그것은 몸소 실천해야 하고 이웃과 세상에 이바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것이어야 합니다.(「간추린사회교리」 5항)

 

 

사회와 깊이 연관된 사랑

 

최근 ‘사회적 가치’(social value)가 공감을 받고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란 ‘인간존엄, 안전과 생명, 약자와 자연보호, 지속가능한 평화와 균등한 발전’이 포함된 가치의 총화입니다. 재난 속에서 위험관리 역량과 안전인식이 높아졌고 성숙한 시민의식은 ‘나만 잘 살면 된다’가 아니라 ‘다 함께 행복한 사회’를 선택하기에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감이 매우 높습니다. 사회적 가치는 개인이나 기업의 나눔과 사회공헌, 재능기부나 봉사활동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더 넓게 공공부문과 정부, 기업의 경영전략, 영리추구에 있어서 인권, 환경, 약자보호의 목적을 포함한 의미로도 제안됩니다.

 

사회적 가치는 공공성을 지키고 재난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도 제시되며 가톨릭교회도 ‘인간존엄과 공동선, 연대성, 보조성의 원리,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과 재화의 보편적 목적’ 등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구가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사랑의 길을 사회교리 원리로 제시하며(「간추린 사회교리」 204~208항) 모든 가치, 원리, 기준의 바탕임을 확인합니다.(204항) 또한 이 사랑이란 사회적 가치와 깊이 연결돼 있으며, 공동선을 추구하고(207항), 주변의 실재적 어려움에 즉시 응답하며, 이웃의 어려움을 초래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적극적인 차원도 함께 의미합니다.(208항)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사랑의 실천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는 매일 오후 9시마다 고생하는 의료 간병인들을 위해 시민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나눈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멈췄다고 하지만 최저시급을 받으며 열악하게 일하는 학교 급식 종사자, 돌봄 간병 여성분들, 새벽마다 남구로 인력시장에서 일용직 일자리를 구하려는 많은 형제자매들이 없다면 사회는 멈출 것입니다. 더위와 추위를 맞아가며 힘든 청소를 하시는 분들만 없어도 일상은 멈추고 맙니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이름 모를 이웃들이 없다면 나도 우리도 사회도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진정으로 세상을 멈추는 것은 이기적인 욕심과 무관심, 하느님 말씀에 불충한 나태함이 아닐까요?

 

정치가 공정한 배분과 행정을 통해 본연의 역할을 한다면, 그리스도인은 그보다 더 큰 이상과 역할을 살아내야 합니다. 바로 하느님 말씀인 사회교리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국가 정책이 가장 절박하고, 간신히 버티고 있는 그 순간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하듯, 그리스도인의 사랑도 그러해야 합니다.

 

“사회적 차원에서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사회의 중개를 활용해 이웃의 삶을 개선하고 이웃의 가난을 초래하는 사회적 요인들을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의심할 여지없이 사랑의 행위, 자비 행위를 통하여 인간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 자기 이웃의 실재적이고 절박한 필요에 응하는 것이다.”(「간추린 사회교리」 208항) [가톨릭신문, 2020년 4월 26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68.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와 한국사회


“그리스도인, 이웃과 사회를 위한 등불”(「간추린 사회교리」 582항)

 

 

스텔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때문에 일자리를 잃어서 걱정이에요. 기업들도 신규채용이 없어서 취준생들도 걱정이 많아요. 근데 얼마 전 서울역으로 노숙인 야간 순회를 갔었는데, 저보다 더 어려운 이웃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저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노숙인분들 위한 봉사를 계속하려구요.

 

이 신부: 참으로 좋은 말씀이에요!

 

 

코앞에 닥친 경제위기

 

세계적으로 15만 명이 사망한 코로나19 사태로 고용충격이 우려스럽습니다. 경제침체와 기업의 도산, 실업은 소득단절과 민생파탄으로 이어집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9년 한국은 비정규직 종사자가 748만 명(36.4%),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4인 이하 사업장 종사자가 580만 명(그 중 영세업체 종사자는 378만 명)에 달합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고용충격에 취약한 근로자는 728만여 명에 달하며 그 중에서도 실업급여를 탈 수 없는 근로자는 459만 명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달 급여가 들어오지 않아도 생활의 불편함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달만 급여가 안 들어와도 당장 월세와 공과금, 병원비와 끼니마저 곤란한 이웃이 10명 중 2~3명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이미 많은 분들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항공, 관광, 여행, 숙박업을 비롯해서 지역 상권과 자영업체들, 기업의 하청업체 등이 1순위였습니다. 기반이 취약한 사업장과 업체부터 타격을 받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가족돌봄 수당, 고용유지지원금 수당(휴업수당의 70%), 특별고용업종 지원금, 특수고용노동자 지원 등의 지원정책과 공공일자리 공급을 통해 실업대란과 민생파탄을 막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1조3537억 원의 지원규모로는 밀려드는 구제신청과 위기업종의 증가로 재원부족을 피할 수 없다고 합니다.

 

 

사회문제와 마주하는 가톨릭교회

 

1891년 레오 13세 교황께서 노동현장에서의 비인간화라는 중대한 사회 문제에 대한 식별과 응답으로 최초의 사회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반포하셨습니다. 1930년의 심각한 경제 위기 후 비오 11세 교황께서도 「새로운 사태」 40주년을 기념하며 회칙 「사십주년」(Quadragesimo Anno)을 반포하셨습니다. 이 두 회칙들을 포함해 「간추린 사회교리」는 비인간적인 상태에서 고단히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비참함을 고찰하며 실업, 고용, 일자리 등을 망라한 노동문제는 생계 및 가정과 연관된 현안이기에 실제적인 면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294항), 정치 공동체는 국가적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해 국민들의 기본적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고 가르칩니다.(389항)

 

또한 사회주의를 치유책으로 삼기를 거부하며, 위기해결의 기본 방법으로서 투쟁보다 자본과 노동의 연대와 협력, 약자와 가난한 이들의 보호, 재화의 나눔, 사랑의 길을 가르칩니다.(89항) 심각한 사회문제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물론 정부 당국의 역할이 막중합니다만, 구원의 봉사자인 교회는 형제적 사랑과 깊은 관심으로 사회를 마주하며(60항) 그 안에 복음을 현존케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합니다.(62항) 사회에서 이뤄지는 일에 대해 무관심해서는 안 되며, 구원의 길에 있는 인간을 돕고(69항) 인간다운 사회를 위해 이바지해야 하고(63항)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이웃사랑의 연대를 수행해야 합니다.

 

 

대안에 대한 모색

 

1998년 IMF사태로 지금처럼 어려운 시절을 겪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실직을 당하고 온 국민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그때 당시 김수환 추기경님은 명예총재로서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평화의 집’을 만들어 구직 지원, 취업프로그램 운영, 상담과 교육을 실시했고, 전국 각 교구의 본당과 기관에서 사회적 약자와 노숙자 지원 사업, 무료급식소, 쉼터를 운용했습니다.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이 상황은 두렵습니다. 많은 이들이 생존과 상실의 아픔을 겪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희망이 있다면 우리가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하게 여겨 이 사태를 함께 이겨 나가는 것이고, 반대로 소모품처럼 사람을 여기고 사람이 아닌 다른 것을 우선시한다면 그것이 바로 절망이 아닐까요?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희망을 이어가고 섬기고 나누는 사회가 되도록 그리스도인은 등불이 돼야 합니다.

 

“교도권은 공동선을 보장하고 인간의 통합적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연대를 높이 권장한다. 사랑은 이웃 안에서 또 다른 자신을 보게 해 준다.”(「간추린 사회교리」 582항) [가톨릭신문, 2020년 5월 3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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