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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활 속의 교회법48: 죄인지 모르고 본의 아니게 죄를 지었습니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10-28 조회수4,437 추천수0

생활 속의 교회법 (48) 죄인지 모르고 본의 아니게 죄를 지었습니다

 

 

가끔 고해를 듣다보면 ‘점집에 가는 것이 죄인 줄을 모르고 점을 쳤습니다. 나중에 어떤 신자로부터 그것이 죄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고 고백을 하시거나 ‘부모님들이 무당을 불러서 제를 지내면서 저에게도 꼭 와야 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굿을 하는 곳에 갔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죄를 지었습니다.’ 하고 고백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우리는 때로 죄인지 모르고 죄를 짓거나 죄인 것은 알지만 어쩔 수 없는 강압에 의해 죄를 짓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알고 원해서 지은 죄’에 비하면 죄에 대한 책임(죄책, 벌)이 상당부분 경감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면제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완전한 죄’를 짓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완전한 죄가 구성되기 위해서는 죄책을 물을 수 있는 신분에 해당해야 하고, 어떤 행위가 죄인 것을 알고 있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를 짓겠다고 의도하고, 악한 행위를 실제로 해서, 악한 결과를 가져와야 합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죄를 지은 후에 자신의 행위에 대한 반성이 없어야 합니다.

 

교회법 제1321조 2항은 ‘법률이나 명령을 고의적으로 위반한 자는 그 법률이나 명령으로 규정된 형벌에 구속된다. 그러나 마땅한 성실을 생략(omissio debitae diligentiae)함으로써 위반한 자는 처벌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의미는 고의적으로 위반한 것이 아니라 어떤 행위가 죄임을 신자라면 마땅히 알았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고, 또한 그러한 죄를 피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사항을 성실히 하지 않아서(부주의) 범하게 된 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점을 치는 것이 미신행위로서 신앙인에게 죄임’을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면 죄책이 면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점을 치는 것이 혹시 죄일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교리서나 주변의 신자들에게 물으면 분명히 알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성실을 소홀히 했거나 태만히 했거나 혹은 죄일 것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음에도 점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고의적으로 점을 치는 것이 죄인지 알아보지 않고 점을 쳤다면 죄책(벌)이 면책되지 않습니다(제1325조).

 

또한 부모님이나 배우자에게 천주교 신자로서 굿을 하는 곳에 갈 수 없으니 대신 하느님께 기도를 열심히 하겠다고 설득할 경우 충분히 부모님과 배우자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임에도 괜한 불편함을 피하거나 부모님이나 배우자의 호감을 사기 위해 굿을 하는 곳에 갔다면 이에 대한 죄책(벌)을 면하기 어렵습니다(제1326조 참조).

 

이렇듯 인간적 행위나 법적 행위에 대한 죄책(벌)을 판단할 때는 행위 자체만이 아니라 개인의 신원 · 인식 · 의도 · 행위 · 결과 · 반성태도 등을 모두 고려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타인의 잘못을 판단할 때, 단순히 어떤 사람이 행한 행위만을 보고 쉽게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고 그 상황을 어떻게 이해했으며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행위를 했는지 자세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행위가 낳은 결과와 행위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사실 이 모든 과정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늘 타인의 행동에 대한 판단은 신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어떤 사람의 행동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할 위치에 있는지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나의 판단을 듣고 싶어 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섣불리 타인의 행동에 대해 자의로 판단하고 더구나 그러한 섣부른 판단을 성급하게 사실로 단정하고 타인에게 전하는 죄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2018년 10월 28일 연중 제30주일 가톨릭제주 4면, 황태종 요셉 신부(제주교구 사법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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