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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66: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와 한국사회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4-19 조회수2,620 추천수0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66.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와 한국사회 "사랑, 그리스도인이 걸어야 할 길”(「간추린 사회교리」 3항)

 

개인과 사회 지탱해주는 버팀목 ‘그리스도 사랑’

 

 

사계절 중 부활을 전후한 때처럼 아름다운 시절이 또 있을까요?

 

메마른 겨울나무들 사이에서 제일 먼저 피어난 소박한 산수유꽃을 보고 ‘오매, 벌써 봄인가 봐’ 하고 놀라고 나면 그 나무에 사랑의 편지라도 걸어놓고 싶게 마음이 밝고 젊어집니다.(중략)

 

우리의 마음속에서도 고난을 극복하고 살고 싶은 용기나 생을 찬미하고 싶은 희열, 남을 위해 기도하고 염려하는 마음 등 좋은 것은 다 사랑이 일으키는 감정이기 때문입니다.(박완서 ‘아름다운 시절’ 중)

 

 

Before Corona, After Corona(토머스 프리드먼)

 

‘거리두기,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 이후 줄곧 해오던 것들이지요? 그 밖에 각종 집회, 종교·문화행사가 취소되고, 온라인 수업, 자택근무가 이뤄졌으며, 여행과 이동마저 중단됐습니다. 일상과 경제는 멈춰 섰고 안타깝게도 사상초유의 경제·사회 위기가 닥칠 것이라 합니다. 재난에 대비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더 큰 시련으로 몰아닥쳤고 경제적 어려움과 더불어 단절과 고립, 소외와 불안이 가중됐습니다.

 

온 세계가 이 펜데믹(감염병 세계 유행)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분투 중이지만 많은 이웃들이 피로와 불안, 공포와 슬픔에 지쳤습니다. 그러나 이를 기회로 사회와 삶을 성찰하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낡은 관행과 인습을 과감히 개혁하고, 개인과 사회는 기후와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고, 소비에 중독된 삶을 진지하게 회심하자는 것입니다. 중세 흑사병 이후 사회가 크게 변했다 하는데 금번 코로나 사태 후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강요되는 ‘각자도생’

 

세계적 재앙 수준의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 때문에 개인위생의 철저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허례허식 폐지 및 간소화를 비롯해서 유통·소비 분야에서 언택트(Untact), 비대면(非對面) 거래가 활발해지고 기업의 고용구조와 산업환경도 변화될 것이라 합니다. 변화 속도나 양상은 글로벌-디지털-세계화로 인해 과거와는 천양지차입니다. 그런데 위기감, 불안감, 공포와 혐오도 급속도로 번집니다. 그래서 사회 일각에서 인포데믹(정보전염병, infodemic), 이모데믹(부정적 감정의 집단전염, emodemic) 현상을 우려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거리두기에 기반한 각자도생이 해결책으로 등장합니다.

 

이미 전 세계는 저성장, 저출산 사회로 접어들었고, 가정공동체의 중요성도 약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 행복의 바로미터가 ‘공동체가 아닌 개인’, ‘책임감에서 벗어나기’, ‘혼자서 즐기는 여유’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탈공동체, 탈권위, 탈제도화가 가속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이기적 개인주의, 연대감의 약화, 빈익빈부익부의 심화, 이웃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합니다.

 

 

그리스도인의 길은?

 

각자도생은 현실에 대한 하나의 대책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소외와 배제, 무관심이 아닌 연대, 협력, 화합과 사랑을 제시합니다. 「간추린 사회교리」는 사회에 대한 관심이 성부의 사랑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라 천명합니다.(3항) 그 사랑은 교회와 인간의 존립목적이기도 하며 그리스도인의 삶 그 자체 입니다. 재난은 장기화될 수도 있고, 또 훗날 재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재난이 끝나든, 더 이어지든 우리는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설 것입니다. 사랑과 이웃에 대한 우선적 선택의 여부입니다.

 

공포와 불안, 빈곤과 불편함 속에서 이웃과 사랑을 먼저 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삶의 목적이 고단한 현실,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에만 매몰된 것이 아님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성장이란 경계를 지워가며 정신의 지평을 넓혀가는 일이고, 인간 존재는 부재(不在) 속에서도 존재한다는 통찰처럼 인간은 영원에 속해 있으며 하느님에 의해서 이끌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신앙인은 개인과 사회를 지탱해 주는 것이 결국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그 사랑’임을 깨닫고 이를 토대로 이웃과 사회를 향한 협력과 연대를 실천해야 합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지혜에 부합한, 정의와 평화가 요구하는 바를 사람들에게 가르친다. 이 교리는 그 자체로 깊이 일치되어 있다. 이러한 교리적 일치는 온전하고 완전한 구원에 대한 믿음, 충만한 정의에 대한 바람,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온 인류를 참 형제자매로 만드는 사랑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간추린 사회교리」 3항)

 

[가톨릭신문, 2020년 4월 19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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