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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92: 우리와 사회의 회복을 위하여 - 가족과 공동체의 의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11-01 조회수2,812 추천수0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92. 우리와 사회의 회복을 위하여 - 가족과 공동체의 의미(「간추린 사회교리」 149항)


가족이어서, 함께 있어서 저절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마리아: 신부님, 직장 일도 힘든데 퇴근하면 또 집안일 때문에 힘들어요. 남편도 직장이 바빠서 힘들고요. 다행히 애들은 어머님이 봐주시는데 참 죄송해요.

 

베드로: 아빠가 돼서 저도 모르게 꼰대 짓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러면 안 되는데요.

 

이 신부: 저도 그런 경험을 할 때가 있어요! 함께 함은 필요하지만 쉽지 않아요. 그러나 잘하도록 노력해야죠!

 

 

함께 사는 것, 참 어렵죠?

 

사제로서 참 부끄럽습니다. 독신으로 사는 사제들도 신자들, 동료 사제들, 수도자들과 갈등을 빚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소임지에서 2~3년만 버티면 된다고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 평신도분들은 얼마나 힘드실까요! 농담이지만 “결혼생활은 A급 수도생활이야!”라는 어느 선배 신부님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가족갈등과 불화를 키웠다고 합니다. 감염사태 장기화로 육아 및 돌봄에 따른 피로가 증가하고 학교와 직장, 여가생활 등에 지장이 초래되면서 스트레스가 심해진 탓이라 합니다. ‘정서적 과로사 위기 직면’이라고 표현할 만큼 가족 간 소모 현상이 심해져서 우울, 불안, 두려움, 무력감과 분노가 번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신상담, 가정폭력, 자살, 심지어 ‘코로나 이혼’(Covidivorce) 사례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런 중심에 코로나19 사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 본질적으로 가족과 공동체를 붕괴시킨 것은 지속적으로 진행된 개인주의, 세대 간 갈등,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인식 약화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우리로 하여금 가족과 공동체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좋은 가족 되기’ 연습

 

성경에도 가족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그 가르침들은 ‘효’와 ‘순명’을 중시하는 한국의 전통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페미니즘(feminism)에 관심 많은 분들에게 효와 순명은 듣기 힘든 고리타분한 말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문제는 효와 순명의 의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가 왜곡된 현실에 있습니다.

 

남성우월주의, 욕망, 여성을 부당하게 억압하는 폐단과 차별도 건강한 가정의 의미를 왜곡시킨 요인 중 하나입니다. 전통사회가 가족애를 강조하면서도 신분과 서열을 바탕으로 여성과 약자의 희생을 묵인해 왔는데 현대사회도 여전히 좋은 가족 됨을 배우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거기에 개인주의, 이기주의와 혐오와 배척, 물질만능주의가 더해졌습니다.

 

환경과 기후위기만큼 시급한 것이 바로 올바른 가족생활에 대한 인식입니다. 석사나 박사들은 우리 주변에 많지만 ‘밥사’나 ‘감사’, ‘봉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은 별로 없다는 성찰은 삶을 깊이 반성하게 합니다.(박소웅 칼럼 ‘사회적 거리에 친구가 없다’에서) 우리가 종종 착각하지만 가족이라고 해서, 함께 있다고 해서 저절로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의식적·의지적 노력을 통해 지속적인 학습·훈련을 실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상대방을 잘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부모님이,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뭔지 아시나요?

 

 

가정과 공동체 핵심 원리 ‘제 몸같이 사랑함’

 

신학교 시절 은사 신부님 말씀 중에 “사제로 살며 성덕(聖德)이 아니라 변덕(變德)만 쌓일 수 있다”는 것이 기억이 납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나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죠. 인간의 사회적 본성이 자동적으로 서로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친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간추린 사회교리」 149항) 그래서 우리는 한 사람의 좋은 식구, 구성원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 핵심은 타인을 ‘제 몸같이 사랑함’(에페 5,25)입니다.

 

공동체는 단순한 합(合)이 아니고 복음적 사명을 증거하고 이를 위해 노력할 때 그 결실이 맺어진다고 합니다.(교황청 신앙교리성 훈령 「자유의 자각」 32항) 그리고 가톨릭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결합된 ‘몸의 지체로서의 공동사회’를 지향하며 가정과 공동체를 위한 보조성, 공동선, 존중과 협력, 사랑을 강조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214항) 코로나19 사태로 많이 힘들지만 좋은 친구, 가족, 사람이 곁에 있다면 뭐든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함께 좋은 구성원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고립된 존재’로 창조하시지 않았으며, 오직 ‘사회적 존재’가 되기를 바라셨다. 그러므로 사회생활이란 인간에게 외부적인 것이 아니며, 인간은 오직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만 성장할 수 있고 또 자신의 사명을 실현할 수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149항)

 

[가톨릭신문, 2020년 11월 1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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