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서 DOCTRINE

가톨릭 교리서

검색 (목차 또는 내용) 검색

제 1 편 신앙 고백

교회 교리서
제 2 부 그리스도교 신앙 고백 제 1 장 천주 성부를 믿나이다 제1절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
교회 교리서

섭리 그리고 악의 문제

309 만일 질서 있고 선한 세계의 창조주이신 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의 모든 피조물을 돌보고 계시다면 어째서 악이 존재하는가- 절박하고도 피할 수 없으며, 고통스럽고도 신비한 이 질문에 그 어떤 성급한 대답도 충분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스도교 신앙 전체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다. 창조의 선성(善性), 죄의 비극,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신의 계약, 구원을 위한 당신 아드님의 강생, 성령파견, 교회의 형성, 성사의 효력으로써, 그리고 자유로이 응할 수 있는 인간을 행복한 삶에 초대함으로써 인간에게 다가오시는 하느님의 고통스러운 사랑이 그 답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떤 두려운 신비 때문에 이 초대를 회피할 수도 있다. 그리스도교 메시지 가운데 그 어느 것도 어느 모로든 악에 대한 대답 아닌 것이 없다.
310 하느님께서는 왜 악이 존재할 수 없는 완전한 세상을 창조하시지 않으셨을까-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무한한 능력으로 항상 더 나은 무엇인가를 창조하실 수 있다.(149) 그러나 무한히 지혜롭고 선하신 하느님께서는 궁극적 완성을 향해 가는 ‘진행의 상태’로서 자유로이 세상을 창조하기로 하셨다. 하느님의 계획에 따른 이러한 변화는 어떤 존재들의 출현과 더불어 다른 존재들의 소멸을, 더 완전한 것과 더불어 덜 완전한 것을, 자연의 건설과 더불어 파괴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피조물이 그 완성에 도달할 때까지는, 물리적 선은 물리적 악과 공존한다.(150)
311 지성과 자유를 지닌 피조물인 천사인간자유로운 선택과, 더 나은 것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들의 궁극적 목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들은 그릇된 길을 갈 수도 있다. 실제로 그들은 죄를 지었다. 그리하여 물리적 악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중대한 윤리적 악이 세상에 들어오게 되었다. 하느님께서는 결코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윤리적 악의 원인일 수 없다.(151)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당신 피조물의 자유를 존중하여 악을 허락하시는 것이며, 신비로운 방식으로 악에서 선을 끌어내신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는……최상의 선이시므로, 만일 악에서 선을 이끌어 내실 충분한 능력과 선을 가지고 계시지 않다면, 당신의 피조물들 안에 어떠한 악도 존재하도록 방치하지 않으실 것이다.(152)
312 이리하여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전능하신 섭리하느님께서 당신의 피조물에서 야기된 악의 결과에서, 물론 윤리적 악의 결과에서도, 선을 이끌어 내실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었다. 요셉형제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나를 이곳으로 보낸 것은 여러분이 아니라 하느님이십니다.……형님들은 나에게 악을 꾸몄지만,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선으로 바꾸셨습니다. 그것은 오늘 그분께서 이루신 것처럼, 큰 백성을 살리시려는 것이었습니다”(창세 45,8; 50,20).(153) 이제까지 저지른 가장 큰 윤리 악은 모든 인간의 죄로 일어난 하느님 아들의 배척과 살해였다. 이 악에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충만한 은총으로(154) 그리스도의 영광과 우리의 구원이라는 가장 큰 선을 끌어내셨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악이 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313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 8,28). 성인들도 이것이 사실임을 계속 증언해 왔다.
시에나의 가타리나 성녀는 ‘자신들에게 닥치는 일들에 대해 문제를 삼고 반발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은 사랑에서 나오며, 모든 것은 인간구원을 위하여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목적이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십니다.”(155)
토마스 모어 성인순교를 앞두고 다음과 같이 자신의 딸을 위로한다. “하느님께서 원하시지 않는 일은 아무것도 일어날 수 없다. 비록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든 것이 우리 눈에 매우 나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것이 우리를 위하여 가장 좋은 것이다.”(156)
또 노리치의 줄리언 여사는 말한다. “그러므로 나는 하느님은총을 통하여 신앙을 굳게 지켜야 하며,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다 선하리라는 사실도 굳게 믿어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그리고 당신도 모든 일이 선이 됨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157)
314 우리는 하느님께서 세계와 역사의 주인이시라는 것을 굳게 믿는다. 그러나 종종 우리는 그 섭리의 길을 알 수가 없다. 종말에, 우리의 부분적인 인식이 끝나고 하느님의 “얼굴과 얼굴을 마주”(1코린 13,12) 보게 될 때, 비로소 이러한 길을 완전히 깨닫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길을 통해서, 심지어 악과 죄의 비극을 통해서까지도,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피조물을 결정적인 안식(Sabbath)으로(158) 이끄신다. 이 결정적인 안식을 위하여 하느님께서는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