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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편 그리스도인의 기도

교회 교리서
제 1 부 그리스도인의 삶과 기도
교회 교리서

친교인 기도

2565 신약에서 기도는, 하느님의 자녀들이 무한히 선하신 성부와 그분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그리고 성령과 맺는 생생한 관계이다. 하늘 나라의 은총이란 “거룩하고 고귀하신 삼위일체 하느님인간의 마음이 온전히 결합되는 바로 그것이다.”(8) 그러므로 기도 생활이란 평소에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의 면전에서 지내는 것이며, 그분과 일치를 이루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느님친교를 이루는 생활은 언제나 가능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9) 기도는,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어 그분의 몸인 교회 안에서 확장되어 가는 그만큼, 그리스도다운 기도가 되는 것이다. 기도의 차원은 그리스도께서 베푸시는 사랑의 차원이다.

제 1 장 기도에 대한 계시

동정 마리아의 기도

2617 마리아의 기도는 때가 차 오는 여명에 우리에게 알려진다. 하느님의 아들이 강생하시기 전에, 그리고 성령께서 세상에 강림하시기 전에, 그리스도의 잉태를 위한 주님 탄생 예고 때,(87) 그리스도의 몸교회를 형성하기 위한 성령 강림 때에(88) 마리아께서 바치신 기도성부자비로운 계획에 탁월하게 협력하는 기도이다. 하느님께서 태초부터 기다려오신 승낙은 하느님의 비천한 여종의 믿음 안에서 이루어진다. 전능하신 분께서 베푸시는 “은총을 가득히” 입으신 마리아께서는 당신의 전 존재를 바쳐 응답하신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루어지소서!”(Fiat)라는 말은 그리스도인의 기도, 곧 주님께서 우리의 모든 것이 되셨으니, 우리도 온전히 그분의 것이 되겠다는 기도이다.
2618 복음서는 마리아께서 믿음 안에서 어떻게 기도하고 전구하시는지를 우리에게 알려 준다. 카나에서(89) 예수님의 어머니께서는 혼인 잔치에 필요한 것을 당신의 아들에게 청하신다. 그런데 이 혼인 잔치는 또 다른 잔치, 곧 당신의 신부교회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몸과 피를 내주시는 어린양의 혼인 잔치를 상징한다. 그리고 새 계약이 맺어지는 시각에, 십자가 아래에서,(90) 마리아께서는 ‘새 하와’로, ‘여인’으로, ‘살아 있는 이들의 참어머니’로 받아들여진다.
2619 이런 까닭에, 라틴 말로는 마니피캇(Magnificat), 비잔틴 말로는 메갈리네이(Megalynei)인, “성모의 노래”는(91) 하느님의 어머니의 노래이자 교회의 노래이며, 시온의 딸의 노래이자 하느님의 새 백성의 노래이고, 구원 경륜 안에서 충만하게 베풀어 주신 은총에 대한 감사의 노래이며, 우리 조상들에게,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토록” 언약하신 약속의 이행을 통해서 그 희망이 채워진 ‘가난한 사람들’의 노래이다.

간추림

2620 신약 성경에서 기도의 완전한 본보기는 예수님의 자녀다운 기도에서 발견된다. 자주 고독 속에서 은밀히 행하신 예수님의 기도에는,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사랑으로 충만한 동의와, 기도가 받아들여지리라는 절대적인 확신이 들어 있다.
2621 예수님께서는 그 가르침을 통하여 제자들에게 깨끗한 마음과 생생하고 꾸준한 믿음 그리고 자녀다운 대담성을 가지고 기도할 것을 가르치신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깨어 있으라고 촉구하시며, 당신의 이름으로 아버지께 간청하라고 권고하신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께 드리는 기도를 친히 들어 주신다.
2622 ‘그대로 이루어지소서’(Fiat)와 ‘성모의 노래’(Magnificat) 에 담겨 있는 동정 마리아기도는, 믿음을 통하여 당신의 전 존재를 아낌없이 바치는 특성을 띠고 있다.

‘오늘’

2659 우리는 특별한 순간들, 이를테면 주님의 말씀을 들을 때, 그리고 주님파스카 신비에 참여할 때에 기도를 배우지만, 매일매일의 사건 속에서 언제나 우리는 기도를 샘솟게 하시는 주님성령을 받는다. 우리 아버지께 드리는 기도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하느님 섭리에 대한 가르침과 동일한 선상에 있다.(8) 시간은 아버지의 손 안에 있다. 우리는 지금 아버지를 만난다. 어제도 아니요 내일도 아닌 바로 오늘 만나는 것이다. “아, 오늘 너희가 그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너희는 마음을 완고하게 하지 마라, 므리바에서처럼’”(시편 95[94],7ㄹ-8ㄱ).
2660 날마다, 순간마다 일어나는 일들 안에서 기도한다는 것은 “철부지 어린아이들”과 그리스도의 종들, 참행복가난한 사람들에게 알려진 하느님 나라의 비밀 가운데 하나이다. 정의와 평화의 하느님 나라가 도래하여 역사의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은 좋고 마땅한 일이지만, 일상의 사소한 상황들에 기도가 배어들게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모든 형태의 기도주님께서 하느님 나라에 비유하시는 그 누룩이 될 수 있다.(9)

간추림

2661 성령께서는 살아 있는 전통인 성전을 통하여,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들에게 기도를 가르치신다.
2662 하느님 말씀, 교회전례, 믿음희망사랑의 덕은 기도의 원천이다.

천주의 성모님과 일치하여

2673 기도를 통하여 성령께서는, 영광스럽게 되신 외아들의 인성 안에서 우리를 그분의 위격과 결합시키신다. 예수님의 인성을 통하여, 예수님의 인성 안에서, 우리가 자녀로서 드리는 기도교회 안에서 우리를 예수님의 어머니와 일치하게 한다.(21)
2674 “마리아의 모성은 주님 탄생 예고에 믿음으로 동의하시고 십자가 밑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간직하셨던 그 동의에서부터 모든 뽑힌 이들의 영원한 완성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지속된다.”(22) 유일한 중개자이신 예수님께서는 우리 기도의 길이시다. 예수님의 어머니이시며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는 온전히 투명한 분으로서, 예수님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어 주신다. 마리아께서는 ‘길잡이’(Hodegetria)이시며, 동방과 서방의 전통적인 성화에 따르면, 그 길의 ‘이정표’이시다.
2675 마리아께서 성령께 탁월하게 협력하신 사실을 토대로, 교회그리스도신비에서 드러난 그분의 위격에 초점을 맞추어, 천주성모님께 바치는 기도를 발전시켜 왔다. 이 기도를 표현하는 수많은 찬미가후렴 안에는 흔히 두 가지 움직임이 번갈아 나타난다. 하나는 주님께서 당신의 비천한 여종에게, 그리고 이 여종을 통해서 모든 사람에게 해 주신 “큰일”에 대해 주님을 “찬양하는”(magnificat) 것이며,(23) 또 다른 하나는 예수님의 어머니께 하느님의 자녀들의 애원과 찬미를 맡겨 드리는 것인데, 이는 마리아께서 이제 하느님의 아들이 자신 안에서 마치 신부(新婦)처럼 취하신 그 인성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2676 마리아께 드리는 기도의 이 두 가지 움직임은 ‘성모송’에 탁월하게 표현되어 있다.
“마리아님, 기뻐하소서”(Ave, Maria): 가브리엘 천사의 이 인사말로 성모송은 시작된다. 천사를 통해서, 하느님께서 친히 마리아께 인사를 건네신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비천한 여종을 바라보셨던(24) 그 시선으로, 우리는 감히 마리아께 다시 인사를 드리며, 하느님께서 마리아에게서 얻으신 그 기쁨을 우리도 누리는 것이다.(25)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천사가 드린 이 두 마디의 인사말은 서로에 의해 그 뜻이 명확해진다. 주님께서 마리아와 함께 계시기 때문에 마리아께서는 은총이 가득하다. 마리아께 가득한 은총은 모든 은총의 근원이신 분의 현존이다. “환성을 올려라.……딸 예루살렘아……주 너의 하느님……네 한가운데에 계시다”(스바 3,14.17). 마리아 안에 주님께서 친히 와 계시니, 마리아께서는 바로 시온의 딸이요, 계약 궤이며, 주님의 영광이 머무는 곳이다. 마리아께서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는 하느님의 거처”(묵시 21,3)이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께서는 자신 안에 머무르러 오시는 분, 자신이 세상에 낳아 줄 그분께 자신을 온전히 바치신다.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사의 인사말 다음에, 우리는 엘리사벳의 이 인사를 우리의 인사로 삼는다. “성령으로 가득 찬”(루카 1,41)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복되다고 일컫는(26) 수많은 사람들 중 첫 번째 사람이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 마리아께서는 주님의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었기 때문에, “모든 여자 가운데 가장 복되시다.” 아브라함믿음을 통해서, “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복을 받도록”(창세 12,3) 해 주는 사람이 되었다. 마리아께서는 믿음을 통해서, 믿는 이들의 어머니가 되셨고, 세상의 모든 민족은, 마리아 덕분에, 하느님의 복 그 자체이신 분을 받아 모신다.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2677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루카 1,43) 하고 외친 엘리사벳처럼, 우리도 경탄한다. 마리아께서는 당신의 아들 예수님을 우리에게 주셨기에, 천주성모이시며 우리 어머니이시다. 우리는 우리의 모든 근심과 청원을 그분께 맡길 수 있다. 마리아께서는 자신을 위해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하고 기도하셨듯이, 우리를 위해서도 기도하신다. 마리아기도에 우리를 맡겨 드림으로써, 우리는 마리아와 함께 우리를 하느님의 뜻에 맡기게 된다.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소서.”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우리는 마리아께 우리를 위하여 기도해 주시기를 청함으로써, 우리가 가난하고 불쌍한 죄인임을 깨달으며, 또한 온전히 거룩하신 분, “자비의 어머니”께 호소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바로 ‘지금’, 우리는 우리 자신을 마리아께 맡겨 드린다. 그리고 우리의 신뢰심을 더욱 넓혀, 이제부터는 ‘우리 죽을 때’를 그분께 맡긴다. 당신 아들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처럼, 마리아께서는 우리가 죽을 때도 함께 계셔 주실 것이며, 우리가 저세상으로 건너가는 시간에 우리의 어머니로서(27) 우리를 맞아들여, 천국에 계신 당신의 아들 예수님께 우리를 인도해 주실 것이다.
2678 중세 서방 교회신심은, 대중이 성무일도 대신에 드리는 기도로서 ‘묵주 기도’를 발전시켰다. 동방의 경우, 비잔틴 교회에는 성모 찬미가(Akathistos)와 성모께 위로를 구하는 성모 청원 기도(Paraclesis)라고 하는 연도(連禱) 형태가 노래 성무일도로 남아 있다. 반면에, 아람, 콥트, 시리아의 전통은 천주의 성모에 대한 대중적인 찬미가와 찬가를 더 선호해 왔다. 그러나 성모송, 성모 찬미가(theotokia), 에프렘 성인이나 나렉의 그레고리오 성인의 찬가에서 기도의 전통은 지금까지도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2679 마리아께서는 완벽한 기도자, 교회의 표상이시다. 우리가 마리아기도하는 것은, 모든 인류를 구원하시려고 당신 아들을 보내신 성부의 계획에 마리아와 함께 동의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사랑하셨던 제자가 그랬듯이, 우리도 살아 있는 모든 이의 어머니가 되신 분, 예수님의 어머니를 모시어,(28) 마리아와 함께 기도할 수 있고, 나아가서 마리아기도할 수도 있다. 마리아기도교회기도를 떠받쳐 주는 것이며, 교회기도희망 안에서 마리아기도와 일치한다.(29)

간추림

2680 기도는 주로 성부께 드리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또한 기도는 특히 예수님의 ‘거룩한 이름’을 부름으로써 예수님께 바친다. “하느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저희 죄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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