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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편 그리스도인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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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주님의 기도 “우리 아버지” 제3절 일곱 가지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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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2842 여기에 나타나는 “하오니(하듯이: sicut)”라는 말이 예수님의 가르침에서 단 한 번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만일 하느님을 외적으로 모방하는 것이라면, 주님계명은 지키기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참여, 우리 하느님거룩함자비사랑이 담긴 적극적인 참여를 의미한다. “우리는 성령으로 사는 사람들이므로”(갈라 5,25) 성령께서만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지셨던 똑같은 마음을 갖게 해 주실 수 있다.(123) 그리하여 용서의 일치는 가능하게 된다.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에페 4,32).
2843 이리하여 끝까지 사랑하는 사랑, 곧 용서에 대한 주님의 말씀은 구체화된다.(124) 교회 공동체에 대한 주님의 가르침을 완성하는 매정한 종의 비유(125) 이런 말씀으로 끝맺는다. “너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 사실 모든 것은 “마음 깊은 곳에서” 매고 푸는 것이다. 당한 모욕을 더 이상 느끼지 않고 잊는 것은 우리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다. 그러나 성령께 자기 마음을 바치는 사람은 모욕을 동정으로 바꾸며, 상심(傷心)을 전구(轉求)로 변화시켜 기억을 정화한다.
2844 그리스도인의 기도는 원수를 용서하기에 이른다.(126) 기도하는 제자는 변화되어 스승의 모습을 닮게 된다. 용서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이 바치는 기도의 정점이다. 하느님과 같은 마음을 지녀야만 기도의 은혜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용서는 우리의 세상에서, 사랑이 죄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한다. 어제와 오늘의 순교자들은 예수님의 이러한 증언을 재현하고 있다. 용서는 하느님의 자녀들과 그들의 아버지 사이의 화해(127) 그리고 인간들 사이의 화해를 위한 기본 조건이다.(128)
2845 본질적으로 하느님의 이 용서는 한도 없고 끝도 없다.(129) ‘잘못’(루카 11,4에 따르면 ‘죄’, 또는 마태 6,12에 따르면 ‘빚’)에 관해서라면, 사실 우리는 언제나 빚진 자들이다.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십시오. 그러나 서로 사랑하는 것은 예외입니다”(로마 13,8). 거룩하신 삼위의 일치는 모든 관계의 진실성의 근원이며 기준이다.(130) 이 일치는 기도 안에서, 특히 성찬례 안에서 실현된다.(131)
하느님께서는 분열을 일삼는 사람들의 제물을 받아들이지 않으십니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제단에서 돌려보내시면서, 먼저 형제들과 화해하라고 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평화를 위한 기도로써 평안해지기를 원하십니다. 하느님께 바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제물은 우리들 사이의 평화와 화목이며, 성부성자성령 안에서 이루어지는 백성의 일치입니다.(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