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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대림 제2주일, 인권주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29 조회수2,437 추천수0

대림 제2주일, 인권주일 - 주님의 길을 닦고 고르는 정의 실천

 

 

하느님의 나라를 향한 노력

 

우리는 무엇을 얻거나 성취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결실을 갖게 되었을 때는 기쁨이 크다. 그것은 그 목적에 이르기까지 기울인 노력과 땀의 대가이기 때문에, 더욱 값지고 기쁨은 큰 것이다. 별다른 노력 없이 얻는 결과라면 획득의 기쁨도 크지 않고 그 결실에 대한 가치도 떨어지게 된다. 이것은 도달해야 할 목표로서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과 정성을 기울이는 ‘과정’이 중요한 것임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느님의 나라를 기다린다.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노력하고 정성을 기울이고 하느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생활을 꾸린다. 하느님 나라는 종착지이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행복이며 평화의 나라이다. 하느님 나라의 행복보다 더 큰 기쁨은 없다. 그렇다면 하느님 나라의 행복과 평화를 얻기 위한 과정도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과정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습이며 하느님 나라를 지향하는 우리의 생활태도여야 한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그리스도인

 

하지만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인간은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본래의 모습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노력이 부족하고 지나친 욕심, 그리고 타인을 하느님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 이기심이 빚어내는 결과이다. 사회구조가 인간의 기본 권리마저 보장해 주지 못하는 꼴이 되도록 방치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림시기를 지내고 있는 교회는 인간의 존엄성이 상실되어 가는 현실을 깊이 걱정하여 1982년부터 대림 제2주일을 인권주일로 정하여 지내고 있다. 인간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모습대로 창조하셨기 때문에 존엄하다. 인간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헌법’에서조차 처음부터 인간은 존엄하다고 규정하고 여기에 근거를 두고 법과 권리를 논한다. 인간은 그 자체로 존엄한 존재이기에 그 기본의 권리인 인권은 보장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존엄성을 살리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힘써야 할까?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나라를 위해 매진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하느님 나라를 준비하는 그리스도인은 오실 주님을 맞이하고 준비하는 세례자 요한에게서 그 모습을 본다. 그는 하느님 나라로 인도하고 가르쳐 주실 그리스도를 맞을 준비를 하는 우리의 모델이 된다.

 

 

정의로 주님의 길을 준비하자

 

그는 ‘정의’로 무장한 모습이다. 정의는 인간에게 주어진 기회의 균등이며 평등함을 이루는 일이다. 정의를 실천하는 힘은 하느님의 ‘자비’에서 나온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 힘입어 정의를 실천한다. 그리고 그 정의는 하느님 나라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그리스도께서 오시면 바로 그러한 평화가 도래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례자 요한처럼 그리스도께서 가져다주실 ‘평화의 길’을 준비해야 한다. 곧 정의를 실천하는 일을 해야 한다.

 

세례자 요한은, 정의를 실천하는 일이 “산을 깎고 골짜기를 메우고 주님 오실 길을 고르는 것”(루가 3,5 참조)이라고 말한다. 높은 산은 탐욕과 이기주의, 하느님 앞에 겸손할 줄 모르는 교만,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음, 스스로 높은 체하는 독선과 고집이다. 고통이 따르지만 깊이 뉘우치고 뼈를 깎듯이 깎아내야 할 높은 산이다. 깊은 골짜기는 이웃에 대한 무관심과 장벽,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의심과 불신, 사회의 어두운 구조이다. 이것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으로 메워야 할 깊은 골짜기이다.

 

굽은 길은 인색함과 반항과 불만으로 얼룩진 마음들, 부정과 부패로 양심을 저버리는 일, 하느님을 부정하고 거부하는 비뚤어진 생각, 자신의 도리를 소홀히 하는 나태한 정신들이다. 바로잡아 곧게 펴야 할 비뚤어진 길이다.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서 외치는 이 목소리는 우리의 변화된 삶을 촉구한다. 광야에는 아무것도 없다. 오직 예언자의 외침만이 뚜렷하게 우리에게 들릴 뿐이다.

 

그리스도인은 주님을 맞이하고자 정의를 실천함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지상에서부터 마련하고 준비한다. 이사야 예언자(제1독서)도, 정의로 허리를 동이고 성실로 띠를 두르고 준비하라고 말한다. 사도 바오로(제2독서)는 더 나아가 이것이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주신 하느님의 가르침이며 여기서 배우고 하느님 나라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대림시기를 지내면서 진정 주님을 맞이하기에 합당하게 준비하는 생활이 되는지 반성하고 노력하자. 인권주일을 지내면서 진정 “주님의 길을 닦고 그분의 길을 곧게”(복음 환호송) 하도록 다짐하자.

 

[경향잡지, 2003년 12월호, 나기정 다니엘 신부(대구대교구 제3대리구 전담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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