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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전례 톡톡: 미사 경문 번역과 성가들이 맘에 안 들어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7-31 조회수6,837 추천수0

[전례 톡톡] 미사 경문 번역과 성가들이 맘에 안 들어요

 

 

미사에 가면 형편없고 진부하거나 엉터리로 번역된 전례문을 듣게 됩니다. 성가들도 종종 거의 한계에 이를만큼 답답해요. 옛날 것으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최소한 가톨릭 전통에 합당한 번역문이나 성가와 음악을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요? - 베로나에서 알도 -

 

 

과거에 대한 향수는 미사 전례의 양호 상태를 평가할 때 좋은 조언자가 못됩니다. 옛날 전례로 돌아가자는 제안은 왜곡과 탈선을 고치라는 요구를 피해 그냥 도망쳐버리는 것이지요. 사실 독자께서 언급하신 불편함과 개탄의 소리는 주로 ‘형편없고 진부하거나 엉터리’라고 정의하신 번역문, 그리고 그레고리오 성가를 대체한 성가들에 집중돼 있군요. 이는 전혀 근거 없는 비난도 아니고, 따라서 우리가 진지하게 분석해 볼 가치가 있어요.

 

 

새로운 교회적 양심

 

그렇지만 우리가 미리 말해두어야 할 것이 있어요. 예식적인 관점에서도 개혁할 때 손대지 않은 면이 없었다는 거에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주일 성경 독서만 해도 60여 개에서 약 600여 개로 늘어났죠. 수많은 시편 본문들, 수백 개의 본기도, 백여 개의 감사송, 보편 교회용으로 세 개의 새로운 감사기도와 이탈리아 교회용으로 여섯 개의 감사기도가 더 생겨났답니다.

 

신앙과 기도의 비길 데 없는 이 유산을 한쪽으로 치워버리거나 바다에 내던져버린다면 그건 미친 짓이겠죠. 하지만 개혁의 상당 부분은 회중을 전례 거행에 직접 참여케 한, 사람 중심의 개혁이었어요. 회중에게 분명한 교회적 양심을 선사해서, 가만히 앉아 있는 벙어리 구경꾼 같은 회중이 능동적이고 깨어 있으며 표현의 일치와 직무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참여자로 변모하게 했어요. 이제야 교회가 주례 사제의 인도 아래 모여서 주 예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그분을 기억하여 전례를 거행한다고 말할 수 있지요. 그런데 옛날로 돌아가자고요? 우리 농담하지 맙시다!

 

번역문과 성가들. 전례 거행의 이 두 요소가 이탈리아에서 특히 심각한 사목적 문제가 되고 있어요. 미사 전례문의 이탈리아어 번역판이 십년에 걸쳐 완성된 것이긴 해도(1964-1973) 걸작품은 아니랍니다. 4세기 중반 이후, 즉 ‘후기 라틴’ 시대에 그리스어를 대신하여 로마 전례에 들어온 전례 라틴어도 걸작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영 엉터리는 아니지요. 제가 어떤 번역을 옹호하려는 말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일을 같이 해본 적이 있는 터라 예전부터, 저는 여러 자리에서 어떠어떠한 부분들이 잘못됐는지 지적하며 재검토하도록 자극을 주고 있지요. 그런데 독자의 생각은 아무리 봐도 근거 없고 부당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문제는 이미 2월에 트렌토(Trento)에서 개최된 한 학회에서 ‘종교문헌의 번역’이란 주제로 심도있게 다루어진 적이 있지요. 여기서 분명히 드러난 게 뭐냐면 작업의 복잡함을 넘어, 문헌들의 그룹, 문학적인 종류, 개혁 중앙기구들이 정해놓은 방법론 등에 따라 평가가 다양하다는 거에요.

 

 

수정 및 변경

 

요약하면, 성경 독서들은 이탈리아 주교회의에서 나온 성경에서 인용된 것인데 현재 개정 작업중이죠. 회중이 응답하는 부분들(소위 ‘통상문’)은 1964년에 만들어진 것이라 손댈 곳이 많긴 하지만, 문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봐줄만은 하지요. 하지만 감사 기도들을 보면 내용도 그렇고 형식도 그렇고 부정확한 것들이 발견돼요. 주례자가 하는 기도문들은 사목적 요구들과 정해진 규정들을 아주 탁월하게 반영하고 있어요. 좌우지간, 전부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책임을 맡은 기구들의 지도 아래(따라서 어쩔 수 없이 개입도 필요했음) 만들어진 거지요. 따라서 만약 여기서 정한 것들 중에 아직 논의가 필요한 게 남아있다면,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지요. 아니, 수정 및 변경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어요.

 

성가 문제는 객관적인 큰 어려움도 있고 개별 교회들, 지역들, 교구들의 직접 관할권 문제도 있어서 양상이 서로 매우 다르게 나타나지요. 라틴어에서 여러 다른 언어로 넘어가면서 새로운 성가와 곡조들, 때로는 새로운 악기까지 도입됐어요. 하지만 오르간은 여전히 탁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그레고리오 성가도 아주 단순한 곡조를 이용해서 개별 라틴어 텍스트에 붙여 활용될 수 있게끔 됐어요. 바로 『전례헌장』(Sacrosanctum concilium) 자체가 규정하고 있듯 ‘신자들이 라틴어로도 자기들과 관련된 미사 통상문의 부분들을 외우거나 노래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야 한다.’(54항)는 거죠.

 

 

국가 성가집

 

이탈리아 음악계가 여러 일련의 상황들에서 보여준 현실은 그러나 위의 말과 상당히 거리가 있어요. 상황들을 나열하자면 길어요. 반발을 좀 불러올 수도 있겠지만 저는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어요. 작곡가들과 음악가들끼리 이해 부족으로 서로 등을 돌리고 있는 것, 그리고 교회 귄위가 나라 전체에서든 지역에서든 부적절하게 개입하는 것, 이 두 가지가 문제에요. 그 때문에 공의회로부터 삼십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독일이나 프랑스, 스페인 같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엄선된 성가들로 된 국가 성가집도 없는 상태에 있어요. 대부분의 경우, 지역이나 교구별로도 없어요. 모든 교회 공동체가 완전 자유롭게, 즉 매우 한심한 혼란 상태에 놓여 있답니다.

 

하지만 이탈리아 주교회의가 1983년 이탈리아 미사 경본 제2판을 발간하면서 팔을 걷어붙이고 몇 가지 규정을 정했어요. 성가는 전례용으로 합당해야 하며, 그 내용이 신앙적으로 확실해야 하고, 음악적으로도 효과적이고, 전례시기에 맞게 선별된 노래들이어야 한다는 거에요. 교회의 인가 없이 어떤 성가를 영구적으로 성가집에 수록하는 일은 없어야 하고요. 모든 교구가 전례 거행 때 부를 성가 목록을 지정해 놓아도 되죠. 국가 성가집이라는 전체 전망 안에서 지역별 성가집을 이용하면 되니까요. 악기 사용의 경우, 오르간을 제외하곤 교구 전례위원회나 성가위원회에 문의하면 되겠어요. 공의회 30주년을 맞아 미사 거행이 새로워지는 계절이 열리기를 기대해봅니다.

 

(R. Falsini, La liturgia. Risposta alle domande più provocatorie, San Paolo, Cinisello Balsamo 1998, 54-57).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계간지 분도, 2018년 봄호(Vol. 41), 번역 최종근 파코미오 원장수사(성 베네딕도회 요셉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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