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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전례 톡톡: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그레고리오 미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10-11 조회수6,109 추천수0

[전례 톡톡]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그레고리오 미사

 

 

사람들이 그러는데, 그레고리오 30일 연미사를 드리면, 마지막 미사 날 우리 할머니가 천국에 들어가신대요. 그런데 만약 그 중간에 성금요일이 끼어 있으면 어떻게 되죠? 그 날은 미사가 없는 날인데, 그래도 다른 미사들은 효과가 똑같은 건가요? - 지아베노에서 스테파니아

 

 

“그녀의 바람은 우리가 당신 제단에서 그녀를 기억하는 것이었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노가 고백록에서 하느님께 어머니, 성녀 모니카의 마지막 순간을 이렇게 이야기하지요. 그리스도인들이 성찬례에서 죽은 이들을 기억한 건 분명해요. 죽은 이들을 천국의 기쁨 안으로 받아 달라고 바치던 기도가 죽은 이들을 위한 성체성사 거행으로 바뀐 게 틀림없어요. 그 시절엔 죽은 이들의 운명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분명하지 않아요. 성 그레고리오 대교황(+604) 때 와서야 연옥의 존재와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의 이점에 대한 역사적인 전환을 보게 돼요. 그레고리오 교황은 죽은 이들이 영원한 단죄와 싸워 아직 승리를 얻지 못하고 위험에 있다면, 그들을 구원하는 확실한 길이 기도라고 봐요. 그는 「대화집」 제4권에서 이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며 사후 속죄 이론을 설명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환시들을 예로 들어요.

 

 

성 그레고리오의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은 엄밀히 말해 역사적이라기보다는 설명을 더 돋보이게 하려는 예시적 성격이 더 커요. 이른바 ‘그레고리오 30일 기도’의 기원에 관한 일화도 그중의 하나죠. 유스티노라는 수사가 청빈을 거스르는 큰 잘못을 저지르고는 교회에서 고백성사를 받지 못하고 죽었대요. 그의 사후 30일 동안 그 수사의 영혼을 위한 미사가 거행됐고, 그래서 30일 연속이 된 건데, 그 마지막 날, 그가 한 동료 수사에게 나타나 자기가 구원됐다고 말해주었다는 거예요. 이 일화가 설교 때 인용되면서 그리스도교 백성들 안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한 연속적인 미사 거행 관습의 기원이 됐어요.

 

기타 유사 관습들이 생겨나면서 대중의 호응을 얻었어요. 4일 미사, 5일 미사, 7일 미사 등이 그 예죠. 심지어 41일, 45일 미사도 있었어요. 서서히 이 미사들은 사라졌는데, ‘30일 미사’는 원형 그대로 남았어요. 비록 트렌토 공의회가 미신적 성격을 지닌 남용에 대해 경고하고(1562년 제22차 회기), 해당 교령에 들어있는 연옥과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에 관한 건전한 교의 가르침으로 초대했어도 말이죠(1563년 제25차 회기).

 

공의회 교부들이 열거한 남용들 중에는 성 그레고리오로부터 시작된 ‘30일 미사’를 명확히 언급하고 있어요. 그러나 보급이 많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폐지하기보다는 최대한 주의하고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보았어요. 그리곤 미사 대수에 기대기보다 신자들 속에 미사 거행에 대한 진정한 신심과 애정을 심어줄 걱정을 해야 된다고 선언했어요. 이 공의회는 언급한 교령에서 가톨릭의 연옥 교리를 이런 말로 분명하게 선포했어요. “그곳에 갇혀있는 영혼들은 신자들의 기도와 특히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제대의 참된 희생 제사로서 도움을 받는다.”

 

 

교도권의 개입

 

끝으로 주교들에게 ‘거룩한 교부들과 공의회들로부터 전해받은 건전한 교리를 가르치고’ 확실치 않거나 틀린 것들이 유포되지 않게 하라고 당부를 했어요. 요컨대 온갖 남용을 최대한 조심하고 공식 가르침에 더욱 충실해라. 이것이 공의회의 부탁이죠.

 

그레고리오 미사에 대한 교도권의 개입은 그 후에도 계속됐어요. 우선 교황 베네딕도 14세(+1758)가 호감을 보이면서도 온갖 남용과 미신의 위험에서 정화돼야 한다는 권고를 했고, 그 후 1888년 교황청 대사성(Sacra Congregatio Indulgentiarum)은 같은 사제가 같은 제단에서 미사를 드려야 되는 것은 아니며 파스카 성삼일 동안 미사가 없다고 해서 이어지던 날수가 중단된 것도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죠. 이렇게 해서 미신을 초래할 지도 모를 세부적인 것들은 제거됐어요. 즉 행위를 ‘기계적으로’ 반복함으로써 30일 효과가 확실해진다는 미신을 없앤 거예요.

 

 

모든 것은 하느님의 손에

 

죽음 너머에 일어나는 일이 우리한테 직접적으로 계시된 적은 없어요.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죽은 이들을 위해 하느님의 자비를 힘껏 청하는 것, 특히 그리스도의 희생을 봉헌하면서 중재 기도를 바치는 것 정도밖에 없어요. 정확히 말하면 교회가 모든 미사의 최종 결실을 아는 게 아니기 때문에, 늘 인간적이고 불완전하지만 기도를 하느님께 바치고,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를 믿으면서도 반복해서 계속 그렇게 바치는 거죠.

 

또한 잊어선 안 될 게 있어요. 성체성사는 그리스도께서 이룩하신 구원 업적에 대한 감사의 행위라는 점, 그리고 중재 또는 탄원의 기도 역시 여러 다른 기도들 가운데 있는 청원 기도로서 기도가 받아들여지고 전달되는 것은 하느님 손에 놓여 있다는 점이예요. 미사는 교회의 행위요, 모두의, 모두를 위한 것이며, 죽은 한 사람이나 여러 사람이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사를 거행하면 죽은 누군가가 천상 복락에 들어간다고 아무도 확실히 말할 수 없어요.

 

하지만 거룩한 미사 거행에 예물 봉헌으로서만이 아니라 확신을 갖고서 지속적인 기도와 규칙적인 참여를 통해 참석하는 신자에게는, 하느님께서 죽은 이의 목소리를 들으시고 죽은 이는 그분만이 아시는 방법으로 죽은 이의 행복에 들어가게 할 동기가 생긴 거죠.

 

(R. Falsini, La liturgia. Risposta alle domande più provocatorie, San Paolo, Cinisello Balsamo 1998, 62-65).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계간지 분도, 2018년 가을호(Vol. 43), 번역 최종근 파코미오 원장수사(성 베네딕도회 요셉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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