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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성모동산의 꽃과 풀들: 내 이름은 성모님의 황금, 매리골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11-07 조회수6,006 추천수0

[성모동산의 꽃과 풀들] 내 이름은 성모님의 황금, 매리골드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매리골드는 쉽게 재배할 수 있으며 꽃이 아름다운 식물들 가운데 하나이다. 아름다울뿐더러 쓰임새도 다양하다. 일부 문화권에서는 가을 결혼식장을 장식하는 꽃들 중 하나로 선호되기도 한다. 이 식물의 다양한 변종들 중에는 우리말로 ‘금잔화’라 불리는 잉글리시 매리골드와 ‘만수국’이라 불리는 프렌치 매리골드가 있다.

 

잉글리시 매리골드는 라틴어로 칼렌둘라(Calendula)라 하는데, 이는 로마인들이 한 달이 시작하는 첫날을 칼렌대(calendae)라 부르고 이날부터 1개월을 계산하던 관습에서 유래한다. 이 식물의 꽃은 한 달 동안 피어 있으며, 로마인들은 이 꽃이 피고 지는 것으로 1달이 지났음을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프렌치 매리골드는 타게스테스(Tagetes)라 불리는데, 이는 이탈리아 반도에서 로마 제국 이전에 왕국을 이루고 융성했던 에트루리아인들이 예언과 지혜의 신으로 숭배한, 나중에는 로마 신화에 주피터의 아들 또는 손자로 입적된 타게스(Tages) 신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칼렌둘라.

 

 

이 식물은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지에 두루 분포한다. 그리고 각 지역의 문화와 종교에 따라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나 다양하고 흥미로운 의미와 상징성을 지니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 식물의 선명하고 짙은 노란색 꽃을 보면서 무엇보다도 태양과 관련되는 식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찍이 ‘태양의 허브(herb)’ 또는 ‘태양의 신부(新婦)’라 일컬었고, 그러니 당연히 상서로운 일과 관련된다고 여겼다. 또한 열정과 창의력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전설상의 위풍당당하고 열정적인 사자를 나타내며, 한 인간이 더욱 예술성을 발휘하도록 창의적인 측면을 자극하는 꽃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웨일즈에서는 이 식물을 보고 날씨를 점쳤다. 아침에 꽃이 활짝 피지 않고 오므린 상태로 있으면 날씨가 궂고 폭풍이 불어오는 중이라 여겼고, 그렇지만 이 식물이 그 폭풍을 막아 주리라고 믿었다. 독일에서는 이 식물을 ‘수도승의 머리’라고 불렀다. 꽃잎들이 모두 떨어져 나가면 마치 수도승의 머리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아즈텍 문화권에서는 이 식물을 신성한 꽃으로 여겼다. 그리하여 아즈텍 인디언들은 이 식물을 여러 종교 의식들에 사용했다. 나아가 이 식물이 딸꾹질을 멎게 하고 벼락 맞은 사람을 치유한다고 믿어 의약품으로도 썼다.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매리골드’

 

멕시코 전승에서는 해마다 11월2일 죽은 이들의 날(위령의 날)에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 친지, 친구들을 기억하며 기도할 때 이 꽃을 사용했다. 멕시코 사람들은 이날 죽은 이들의 영혼이 살아 있는 사람들을 찾아오는데, 이 꽃이 그들을 제단으로 인도한다고 믿었다. 죽은 이들의 영혼이 이 식물의 강한 냄새를 좇아서 제단으로 모여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묘지들이며 죽은 이들을 위해 사사로이 세우는 제대들 주변을 이 식물로 둘러싸기도 했다.

 

이 식물은 포르투갈 사람들에 의해 인도에도 전해졌는데, 인도에서는 결혼식이나 축제를 장식하기 위한 화환이나 신부의 화관을 만드는 데 이 꽃을 널리 사용한다. 특정 지역에서는 이 꽃으로 화환을 엮어서 자동차나 집을 장식한다. 힌두교에서는 신성한 꽃으로 여겨 비슈누 신과 락슈미 여신에게 이 꽃을 바치기도 한다.

 

- 타게스테스.

 

 

그런가 하면 마녀들은 재앙이 닥쳐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꽃을 몸에 지녔다고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이 식물의 꽃잎에서 짜낸 즙을 눈꺼풀에 바르고 문지르면 환시로 요정을 볼 수 있다고 믿었다. 어떤 이들은 그 꽃잎을 베개 밑에 놓아두고 잠을 자면 앞날을 내다보는 꿈을 꿀 수 있다고 믿었다. 나아가 이 식물의 꽃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사랑의 부적으로도 쓰였다. 한편, 가난한 이들은 이 식물을 값이 비싼 향신료인 사프란 대신에 향신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식물은 ‘가난한 이의 사프란’이라고도 불렸다.

 

영국의 작가 셰익스피어는 이 식물과 관련된 다양한 상징성과 흥미로움에서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 그의 희곡작품 ‘겨울 이야기’에 이 꽃의 이름을 등장시켰다. 어쨌든 긍정적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많은 식물이다. 그렇지만 이 식물은 부정적인 상징성도 지닌다. 이를테면 시련을 당하는 사람이 겪기 마련인 질투, 분노, 잔인함, 비탄, 슬픔 등의 감정 또한 이 식물로 표현된다.

 

그런데 어떻게 이 식물이 매리골드라는 이름으로 널리 불리게 되었을까. 그리스도인들은 이 식물의 노란색 꽃을 보고 황금을 연상했다. 그리고 성모님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이 식물을 매리골드(Marigold)라는 성모님을 기리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매리골드는 말 그대로 Mary’s gold, 곧 ‘마리아의 황금’ 또는 ‘마리아의 금화’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름에서 풍기는 화려하고 값비싸 보일 것 같은 느낌과는 다르게, 이 이름에 얽힌 이야기는 사뭇 소박하고 서글프기까지 하다.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에 매리골드 화분을 성모님께 봉헌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성가족이 이집트 피난길에서 강도를 만났다고 한다. 황망히 발걸음을 재촉하는 성가족을 한 무리의 강도들이 막아섰다. 그러고는 성모님의 보따리를 탈취했다. 그런데 보따리에는 금붙이나 돈이 아니라 매리골드 꽃잎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이야기에 따르면, 매리골드는 성모님께서 금은보화나 돈이 없는 가난한 이들에게 주시는 선물이라고, 그래서 초대 교회 시절에 여유롭지 못한 그리스도인들이 매리골드의 꽃잎들을 따서 성모님의 제단에 바쳤다고 한다.

 

이 이야기들은 어쨌든 성모님의 소박함 또는 성가족의 검소한 살림살이를 나타낸다. 그리고 매리골드가 성당의 제단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사용되었음을 말해 준다. 실제로 3월25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에 가브리엘 대천사가 마리아에게 구세주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 드린 것처럼, 신자들은 매리골드 화분을 성모님께 봉헌했다고 한다. 또 어떤 지역에서는 이날 성모님의 믿음과 인내심을 기리며 매리골드 씨를 화분에 파종했다고 한다.

 

한편, 매리골드가 성모님의 고통을 나타낸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아마도 매리골드 꽃의 강한 냄새가 장례 때 시신을 처리할 때 쓰는 약품을 연상시키기 때문인 듯하다. 그리고 힌두교에서는 결혼식에 널리 쓰이는 매리골드가 그리스도인들의 결혼식에서는 그릇된 믿음과 고통 또는 슬픔이라는 부정적인 상징성 때문에 기피된다.

 

일찍이 사람들은 매리골드가 다른 사람에 대해 뒷담화나 험담을 하는 고약한 버릇을 없애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만약에 그렇다면 이 꽃을 화분에 심어 집안에 들여놓는 것이 가족들 사이에 행복한 대화를 주고받는 데, 배우자들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크게 유용할 것이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11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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