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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전례 영성 - 파스카 신비: 그리스도, 우리의 파스카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1-20 조회수8,450 추천수0

[전례 영성 - 파스카 신비] 그리스도, 우리의 파스카

 

 

기도하는 교회, 기도하는 그리스도

 

전례란 무엇인가? ‘아름다운 예식’인가, ‘거룩한 봉사’인가, 아니면 ‘법적 의무’인가? 20세기 전례 운동은 전례에서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actuosa participatio)를 증진시키는 가운데, 전례의 본질을 묻는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비오 12세 교황은 그 응답으로 회칙 「그리스도의 신비체」(1943년)에 이어 「하느님의 중개자」(1947년)를 반포하였다.

 

공식적인 전례의 정의는 이렇다. 전례란 “교회의 머리이신 우리 구세주께서 아버지께 드리는 공적인 경배이며, 동시에 신자 공동체가 그 창립자이신 그리스도께, 또 그분을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드리는 예배”(「하느님의 중개자」, 20항)이다.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어 드리는 예배가 전례란 뜻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전례에 대한 이 정의를 그대로 이어받아 “그러므로 전례는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수행하는 것이다.”(전례 헌장, 7항)라고 선언하였다. 기도하는 교회와 기도하는 그리스도가 하나라는 뜻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파스카 신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헌장은 서두에서 모든 사람을 구원하시려 오랜 세월 준비해 오신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 안에서 성취되었다고 선언한다.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 특히 당신의 복된 수난과 저승에서 살아나신 부활과 영광스러운 승천의 파스카 신비”(전례 헌장, 5항)가 모든 그리스도교 전례를 이해하는 열쇠라고 말할 수 있겠다.

 

모든 성사와 준성사가 인간 성화의 도구가 되는 것도 바로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파스카 신비”에서 “그 효력을 이끌어”(전례 헌장, 61항)내기 때문이다. 파스카 신비는 전례 분야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삶 전체에 관련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 헌장에서도 언급하듯, 모든 “그리스도인은 파스카 신비에 결합되고 그리스도의 죽음에 동화되어 부활을 향한 희망으로 힘차게 나아갈”(22항) 필요와 의무를 지니고 있다.

 

 

파스카, 그 새롭고 오래된 신비

 

‘파스카 신비’란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축제인 ‘파스카’란 말과 2-4세기 그리스 문화권에서 쓰던 ‘신비’란 말을 합쳐 놓은 표현이다.

 

아우구스티노 성인(354-430년)과 성 대 레오 교황(400-461년)이 전례를 ‘파스카 신비’ 또는 ‘파스카 성사’라는 말로 설명했던 것을 20세기 전례 운동의 선구자들이 재발견하여 해석하면서, 파스카 신비가 전례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었다.

 

특히 독일의 베네딕토회 회원이었던 오도 카젤(Odo Casel, 1886-1948년)이 전례가 ‘신비’를, 더 정확하게는 ‘파스카 신비’를 현재화하는 행위라는 ‘오래된’ 관점을 ‘새롭게’ 밝혀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 문화에서 ‘신비’(mysterion)란 말은 본디 이교도들의 비밀스러운 입문 예식을 가리키는 용어였으며, 신비란 어떤 추상적인 진리가 아니라, 예식의 형태로 구원 행위가 현재화되는 경배 행위였다.

 

그리고 공동체 예식에 참여하는 일원들이 그렇게 함으로써 구원 행위에 참여하여 구원을 얻게 된다는 믿음은, 구약 성경의 파스카 축제를 특징짓는 원리였다.

 

 

구약의 파스카

 

유다인들은 파스카 만찬을 함께 거행함으로써 공동체를 형성하였다. 주님께서 하신 놀라운 일들, 곧 자신들을 이집트 종살이에서 구해 내시고 시나이산에서 계약을 맺으신 파스카 사건을 공동체 예식 안에서 기억하고, 선포하며,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것이 이스라엘 신앙의 핵심이었다. 여기서 출발하여 이스라엘 백성의 모든 전례와 축일 시간표가 파스카를 기념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안식일의 의미도 하느님의 창조 사업을 기념하는 차원을 넘어 파스카 사건을 기념하는 날로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고, 오순절 또한 파스카 축제를 마감하는 날이 되었다. 한마디로 파스카 만찬을 함께 거행한다는 것은 선택된 백성의 특권이자 의무였다.

 

 

신약의 파스카

 

구약에서 이스라엘 종교 생활의 중심이 된 파스카 축제 거행은 신약에 와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새로운 파스카 사건을 통해 그 참된 의미가 완성되었다.

 

희생되신, “우리의 파스카 양이신 그리스도”(1코린 5,7)께서는 우리를 이집트에서처럼 세속의 굴레에서 해방시키셨고, 당신 피로써 우리를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가 되게 해 주셨다. 2세기 사르데스의 멜리톤 주교는 파스카 강론에서 그리스도의 전 생애가 바로 파스카의 신비임을 역설하였다.

 

“양의 희생과 파스카의 축제 그리고 율법의 문자는 이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었습니다. 구약 시대에 생긴 모든 것과 더욱이 신약 시대에 생긴 모든 것은 그리스도를 목적으로 해서 생긴 일이기 때문입니다”(부활 팔일 축제 내 월요일 독서 기도 제2독서).

 

 

파스카 신비와 그리스도인의 삶

 

파스카 신비는 그리스도인의 모든 윤리와 영성의 기초이다. 파스카 성야의 세례 서약 갱신 때 사제의 권고는 이를 아름답게 표현한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우리는 세례로 파스카 신비에 참여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묻히고 그리스도와 함께 새 생명을 얻어 살아갑니다.”

 

주일의 성찬 전례도 하느님 백성인 교회를 일컬어 파스카 신비의 결과로고백한다.

 

“저희는 죄와 죽음에서 벗어나 선택된 겨레, 임금의 사제단, 거룩한 민족, 하느님의 백성이 되었고 저희를 어둠에서 놀라운 빛으로 부르신 주님의 권능을 온 세상에 전하게 되었나이다. 이는 파스카의 신비로 이루어진 주님의 위대한 업적이옵니다”(연중 주일 감사송1).

 

따라서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파스카 신비를 올바로 깨닫고 열심히 살아 형제들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널리 전하게”(사순 제4주간 화요일 본기도) 되는 것이고, 그렇게 “성자의 파스카 신비에 참여한 우리가 옛 죄를 깨끗이 씻고 새 사람이”(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영성체 후 기도)되는 것이며, 마침내 “파스카 신비로 새로워져 부활의 영광에 이르게”(주님 부활 대축일 낮 미사 영성체 후 기도)되는 것이다.

 

* 최종근 파코미오 -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 입회하여 1999년 사제품을 받았다. 지금은 성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원장을 맡고 있다. 교황청립 성안셀모대학에서 전례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향잡지, 2019년 1월호, 최종근 파코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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