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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성모동산의 꽃과 풀들: 마음을 전달하는 꽃들, 카네이션과 푸크시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5-11 조회수7,804 추천수0

[성모동산의 꽃과 풀들] 마음을 전달하는 꽃들, 카네이션과 푸크시아

 

 

5월이면 우리는 특별히 성모님을 기리고 공경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또한 부모님이며 스승님처럼 고마운 이들에게, 자녀처럼 사랑하는 이들에게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도 표현한다. 그런 표현을 할 때 처음으로 준비하는 것은 대개는 꽃일 터이다. 그러한 꽃으로 카네이션과 푸크시아를 생각해 본다.

 

 

카네이션, 사랑의 꽃

 

꽃잎의 끄트머리 가장자리가 핑킹가위로 자른 것처럼 뾰족뾰족하고, 그러한 꽃잎들이 다발로 모였으되 어딘가 헝클어져 보이며, 거기에서 정향(클로브)처럼 자극적이면서도 상쾌하고 달콤한 향기가 풍겨 나오는 꽃, 1월의 탄생화이자 결혼 1주년을 기념하는 꽃, 장미・튤립・국화와 더불어 가장 친숙하고 대중적인 꽃, 스페인・모나코・슬로베니아의 국화(國花)이자 미국 오하이오 주의 주화(州花)인 꽃, 바로 카네이션(carnation)이다. 남부 유럽과 서아시아가 원산지인 이 꽃을 인류는 이미 2천여 년 전부터 재배해 왔다.

 

카네이션의 학명은 디안투스 카리오필루스(Dianthus Caryophyllus)다. 디안투스라는 이름은 디아나 여신의 신화에서 유래한다고 어떤 이들은 말한다. 어느 날, 사냥의 여신 디아나가 사냥하러 갔다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피리를 부는 목동을 만났다. 화가 나 있던 디아나는 그날 사냥을 망친 것이 목동의 연주 때문이었다고 생각하고는 난폭하게 목동을 공격하여 눈알을 뽑았다. 그런데 목동의 눈알이 떨어진 곳에서는 목동의 억울한 피 흘림을 비난이라도 하는 듯이 빨간색 카네이션이 솟아났다. 그런 곡절로 해서 디아나 여신의 이름 또는 그리스어로 ‘신’을 뜻하는 디오스(dios)와 ‘꽃’을 뜻하는 안토스(anthos)가 합쳐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꽃은 ‘천상의 꽃’, ‘신들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그리고 이 꽃이 카네이션이라고 불리게 된 데에도 몇 가지 설이 있다. 어떤 이들은 라틴어로 ‘왕관’을 뜻하는 코로나(corona) 또는 ‘대관식’을 뜻하는 코로나티오(coronatio)에서 유래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리스에서 의식용 왕관을 이 꽃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은 라틴어로 ‘살’[肉]을 뜻하는 카르니스(carnis) 또는 그리스도의 강생(육화)을 뜻하는 인카르나티오(incarnatio)에서 유래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 꽃의 품종이 다양해지기 전에는 그 색이 본래 분홍색조(살의 색)를 띠었기 때문이다.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의 풍습에 따르면, 결혼식 날 신부는 카네이션의 일종인 핑크 꽃을 손에 들었고, 신부를 찾아 나선 신랑은 손에 들려 있는 핑크 꽃을 보고 자기 신부를 알아보았다고 한다. 이 풍습에서 유래하여 핑크는 결혼의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 이러한 관습이 오늘날에도 이어져서, 갓 결혼한 신혼부부들은 손에 분홍색 카네이션을 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 카네이션은 순수한 사랑과 헌신을 상징하며 ‘사랑의 꽃’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나아가 그 색깔에 따라 아래와 같은 여러 가지 상징성과 의미를 지닌 꽃으로 사랑받게 되었다.

 

- 카네이션을 드신 성모님.

 

 

빨간색 카네이션: 지순한 사랑, 경탄, 정열, 우정.

분홍색 카네이션: 결혼, 보호, 힘, 치유, 어머니의 영원한 사랑, 감사, 감사하는 마음, 기억(추억).

흰색 카네이션: 정결, 덕행, 순수함, 행운. 장례 때 죽은 이의 영혼을 위해 평화와 안식을 비는 뜻으로 흰색 카네이션 꽃다발이나 꽃상자를 바치기도 했다.

노란색 카네이션: 실망, 거절, 무시.

보라색 카네이션: 변덕스러움, 이기적인 성품. 프랑스에서는 장례 때 전통적으로 이 꽃을 사용했다고 한다.

줄무늬 카네이션: 거절.

녹색 카네이션: 녹색 물을 들인 것을 말하는데, 아일랜드에서는 나라의 수호성인인 성 파트리치오 축일을 축하할 때 흰색 카네이션과 한데 묶은 다발을 사용한다.

 

한편, 그리스도교에는 예수님의 탄생하셨을 때 카네이션이 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그런가 하면 예수님이 힘겹고 고통스럽게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모습을 지켜보시던 성모님이 눈물을 흘리셨는데, 이때 성모님의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서 카네이션이 솟아나오더니 분홍색 꽃이 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이이야기들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1476년에 그린 ‘카네이션을 드신 성모님’이란 그림을 그렸다. 그리스도교에서 빨간색 카네이션은 그리스도의 십자가형과 은총을 상징하고, 분홍색 카네이션은 성모님의 사랑을 상징한다.

 

 

푸크시아, 성모님의 귀고리

 

원산지는 남아메리카이지만 중앙아메리카에서 타히티, 뉴질랜드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분포하는 도금양목 바늘꽃과의 소관목인 푸크시아는 그 품종이 무려 3천 가지나 된다. 푸크시아에는 곧추 서서 자라며 덤불을 이루는 직립형과 덩굴 줄기를 길게 뻗으며 그 끝에서 꽃을 피우는 덩굴형이 있는가 하면, 늘 푸른 것도 있고 낙엽이 지는 것도 있다. 잎의 모양새도 품종에 따라 전혀 다르다.

 

푸크시아를 발견한 사람은 알려져 있지 않은데, 이 꽃에 대해 처음으로 기록한 이는 18세기 프랑스의 선교사이자 식물학자인 샤를 플루미에(Charles Plumier) 신부다. 플루미에는 이 식물을 발견하고는 자신이 존경하는 동료 식물학자 레온하르트 푸크스(Leonhart Fuchs)의 이름을 따서 푸크시아 트리필라(fuchsia triphylla)라고 명명했다. 플루미에가 푸크시아 트리필라의 씨앗을 영국으로 보낸 뒤로 많은 품종들이 발견되었고 또한 교배종들도 만들어졌다.

 

영국에서 빅토리아 왕조 시대에는 푸크시아가 매우 인기 있었다. 이후 제1차 세계 대전 때 시들해졌다가 1950년대부터 ‘신뢰할 수 있는 사랑’을 상징하는 꽃으로 다시금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누군가를 신뢰한다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 사람들은 푸크시아를 선물함으로써 그런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른 것이다.

 

늘어져서 대롱거리는 푸크시아의 꽃은 단아한 펜던트형 귀고리처럼 생겼다. 이 모양과 관련해서 교회에서는 이 꽃을 ‘성모님의 귀고리’라고 부른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소년 예수님이 소꿉놀이를 하시다가 이 꽃을 발견하고는 그 꽃송이들을 따다가 어머니 마리아의 귀에 걸어 드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수님의 효심 이외에, 그리스도인들은 이 꽃을 보면서 그리스도의 핏방울 또는 성모님의 눈물방울을 연상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9년 5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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