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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전례 탐구 생활15: 고백하오니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7-06 조회수5,885 추천수0

전례 탐구 생활 (15) 고백하오니

 

 

미사 때 거행하는 참회 예식의 첫째 양식인 고백 기도를 조금 더 살펴봅시다. "전능하신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고백하오니"로 시작하는 이 기도는 죄를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살펴보도록 이꿉니다. 그것은 “생각과 말과 행위로” 지은 죄와 “의무를 소홀히 함”입니다. 이것이 바로 양심 성찰의 강을 건너는 네 개의 디딤돌입니다.

 

첫째, 생각으로 지은 죄. 사도 바오로는 우리의 생각을 잘 지켜 선한 것에 집중하라고 권고합니다. “참된 것과 고귀한 것과 의로운 것과 정결한 것과 사랑스러운 것과 영예로운 것은 무엇이든지, 또 덕이 되는 것과 칭송받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마음에 간직하십시오”(필리 4.8). 예수님은 산상 설교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생각으로 짓는 죄를 경고합니다. 우리는 화를 냄으로써 다른 이의 신체에 직접 해를 입히지 않더라도 죄를 지을 수 있습니다(마태 5.22). 음란한 생각을 마음에 품어서 다른 이를 실제로 건드리지 않더라도 간음의 죄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마태 5,27-28). 다른 이를 심판하고(마태 7,1), 미래를 지나치게 걱정하고, 깊은 절망에 빠지는 것도 우리를 죄로 이끄는 생각들입니다(마태 6,25-34 참조).

 

둘째, 말로 지은 죄. 내뱉은 말은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저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야고보서는 우리 혀가 불과 같을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아주 작은 불이 얼마나 큰 수풀을 태워 버리는지 생각해 보십시오”(야고 3,5). 성경은 험담(2코린 12,20; 1티모 5,13; 로마 1,29), 중상(로마 1,30; 1티모 3,11), 욕(마태 5,22), 거짓말(콜로 3,9; 지혜 1,11; 집회 7,12-13), 자만(시편 5,6; 75,5; 1코린 5,6; 야고 4,16)과 같이 말로 짓는 수많은 죄를 조심하라고 누누이 말하고 있습니다.

 

셋째, 행위로 지은 죄. 이것은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죄의 범위에 해당합니다. 주로 십계명에 비추어 자신의 행위를 돌아봅니다.

 

넷째, 의무를 소홀히 한 죄. 여기서 의무는 법으로 정해진 것을 넘어섭니다. 그리스도인의 모든 선(善)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야고보서는 말합니다. “좋은 일을 할 줄 알면서도 하지 않으면 곧 죄가 됩니다”(야고 4,17). 심판 날에 우리는 이기심과 자만, 우리가 저지른 악한 행위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해내지 못한 선에 대해서까지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고백 기도의 이 부분은 그리스도인의 길이 단지 죄스런 생각과 말, 욕망과 행위를 피하는 부정의 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그리스도교는 궁극적으로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길’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에서 그리스도와 그분의 덕행을 입어갑니다. 바오로는 콜로새인들에게 동정과 호의, 겸손과 온유와 인내,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을 입으라고 권고합니다(콜로 3,12-15), 예수님은 그저 우리가 죄를 피하기를 바라시지 않고 자신을 내어주는 그분 사랑 안에서 성장하기를 바라십니다.

 

이것이 바로 젊은 부자 청년의 죄가 그토록 비극적인 이유입니다(마태 19,16-22). 그는 모든 계명을 지키며 살았던 매우 인상적인 유다인이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재산을 포기하지 못해서, 그 재산을 가한 이들에게 주고 예수님을 따라나서라는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응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하느님 나라의 ‘입국 심사’에 탈락했습니다. 그가 비록 고백 기도의 처음 세 영역에서 1등급에 해당하는 성적을 받았다 하더라도, 예수님께서 부르신 더 높은 선을 추구하지 않았기에 하느님 나라에서 멀리 떨어져 남아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마태 19,16-44). 미사 때 바치는 고백 기도의 이 부분은 부자 청년의 재산처럼 우리 삶에도 (꼭 나쁜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 마음을 사로잡고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따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있는지 돌아보게 만듭니다.

 

[2020년 7월 12일 연중 제15주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성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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