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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추하고 비참하게 변화되지 말고 거룩하고 성숙하게 변모됩시다!)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9-02-23 조회수1,107 추천수6 반대(0) 신고

 



추하고 비참하게 변화되지 말고

거룩하고 성숙하게 변모됩시다!

젊은 시절 무척이나

존경했던 분이 있었습니다.

무자비한 군부 철권 통치 아래

다들 숨죽이고 있던 시절,

그분은 저항의 물결 최일선에 섰습니다.

부당한 현실을 신랄하게 꼬집는

촌철살인의 글과 연설은

젊은이들 가슴을 설레게 했고

불을 지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히 틈만 나면 투옥이요,

고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그루 푸른 소나무처럼

그렇게 당당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흐른 어느날

어떤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크게 변했더군요.

변화를 넘어 변절을 했더군요.

제 정신이 아닌 사람들만

잔뜩 모아놓은 웃기는 집단으로

들어갔습니다.

국민들을 섬기기는커녕

야금야금 갉아먹고 뜯어먹는

집단의 일원이 되어,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한 그루 청정한 소나무 같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이상한 집단의 철새들,

야바위꾼들, 하이에나들과

어울려 희희낙락대며,

끝까지 분위기 파악하지 못하는 그

모습에서 노추(老醜) 끝판왕을

확인하곤 했습니다.

참으로 속이 상했습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더욱 자기 수양,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현실에 대한

진지한 사유와 통찰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독서와

부단한 자기 성찰과 시대의

징표를 읽으려는 노력이 참으로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죽기 일보 직전까지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실감했습니다.

그 변화는 추한 변화,

비참한 변화, 엉뚱한 변화가 아니라

거룩한 변모, 성숙한 변모,

영적인 변모가 되겠습니다.

이런 면에서

오늘 축일을 맞이하시는

폴리카르포 주교 순교자의

삶과 죽음은 참으로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주교님은 당시로서는 꽤 많은

나이인 86세에 순교의 영예를

얻으셨습니다.

연세에 걸맞게 너무나 당당하고

감동적인 동시에 품위있는

순교 장면을 연출하셨습니다.

순교 현장에 등장한

폴리카르포 주교님의 모습은

너무나 당당했습니다.

화형의 도구인 높게 쌓아올린

장작더미를 마주했지만,

마치 전쟁에서 크게 승리한

개선장군의 모습처럼 늘름했습니다.

머지 않아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

동참하리라는 기대감에 그분의

얼굴은 광채로 빛났습니다.

폴리카르포 주교님의 화형은

당시 경기장 내에서 치러진

순교 이벤트의 파이널 경기이자

메인 이벤트였습니다.

몇몇 순교자들에 대한 처형이

모두 끝난 다음,

마지막으로 폴리카르포 주교님의

순서가 잡혀 있었습니다.

화형이 시작되기 전 총독이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죄인 폴리카로포!

만일 그대가 지금 이 자리에서,

그대가 믿는

예수 그리스도를 저주한다면,

즉시 그대의 목숨을 살려줄 것이다.”

그러자 폴리카르포 주교님께서는

큰 목소리로 이렇게 외치셨습니다.

내가 86세가 되도록 섬겨온 그분은

나의 왕이며 구세주이시고,

또 나를 조금도 해치지 않으신

그분이신데 어떻게 배반할 수 있겠는가?”

화형이 시작되고 나면

너무 뜨거운 나머지

어떤 죄수들은 장작더미 위에서

뛰어내려 형집행이 지연되곤 했기에,

사형집행인들은

폴리카르포 주교님을 장작더미 위에

올린 다음 끈으로 묶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대못을 몸에 박아

단단히 고정시키려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주교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힘드신데 괜히 고생들 하지 마시고

그대로 두십시오,

저에게 불을 견딜 힘을 주시는

주님께서는 그대들이

굳이 못을 박지 않더라도,

제가 장작더미 위에서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서 있는 것을

허락하실 것입니다.”

장작더미 위에 올라가신

폴리카르포 주교님께서는

두 팔을 하늘을 향해 활짝 벌리고

장엄하게 기도를 드리셨습니다.

전능하신 하느님,

사랑하고 찬미하올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자신을 계시(啓示)하신 성부여,

저로 하여금 순교자의 반열에

들게 하시고 성자의 수난의 잔을

같이 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이날

이때를 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진심으로 당신을 찬미합니다.”

폴리카르포 주교님께서 마지막으로

아멘!”하며 기도를 마치셨을 때,

사형 집행인들은

장작더미에 불을 붙였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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