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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10-03 조회수1,844 추천수12 반대(0)

한국에서 올 때 여행 가방을 가지고 왔습니다. , , 필기구, 제의, 신발을 가져왔습니다. 잘 챙겨왔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쉬움이 있습니다. 꼭 가져와야 할 건 놓고 왔고, 굳이 가져오지 않아도 되는 걸 가져왔습니다. 몇 년 지낼 동안의 물건이고, 정 아쉬우면 부탁할 수 있는 물건입니다. 문득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을 떠난다면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 생각해 봅니다.

 

옆 본당의 신부님이 강론 때 닭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예전에 닭을 키울 때입니다. 닭 중에는 유난히 약하고, 병든 닭이 있습니다. 다른 닭은 활기차게 먹이를 찾고 움직이는데 병든 닭은 머리를 숙이고 졸고 있습니다. 그러면 힘이 강한 닭이 졸고 있는 닭의 머리를 쪼아댑니다. 그러면 약한 닭은 죽습니다. 병이 더 퍼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필요 없는 닭은 그렇게 죽습니다. 이것은 생존을 위한 닭의 선택입니다.” 닭만 그럴까요? 사람들의 공동체에도 그런 모습이 있습니다. 학생들 사이에 왕따가 있습니다. 왕따 당하는 학생은 악 하거나, 못된 게 아닙니다. 학생들 사이에 약하고, 지적으로 모자란 친구가 왕따를 당합니다.

 

학생들만 그런 게 아닙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익빈 부익부의 생존게임이 자연스럽습니다. 승자독식, 적자생존의 법칙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습니다. 돈도 실력이라는 말도 있었고, 땅콩이 비행기를 멈추기도 했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장관의 능력과 자질을 묻는 청문회에서 딸의 성적, 학력이 쟁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나 자신의 허물을 돌아보기보다는 타인의 잘못을 비판하는 데 익숙합니다. 인류는 최근까지 신분제도가 있었습니다. 가난하고, 병든 건 하느님께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신분제도는 사라졌지만, 권력과 재물과 능력에 따른 새로운 계층이 생겼습니다.

 

오늘 우리가 축일로 지내는 프란치스코 성인은 또 다른 삶의 길을 제시하였습니다. 병들고 약한 닭을 공동체에서 제거하는 것이 아닙니다. 병들고 약한 닭을 위해서 병원을 만들고, 공동체가 힘을 다해서 도와주는 겁니다.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내버려 두는 게 아니라, 밤을 새워서라도 찾는 착한 목자가 되라고 합니다. 돌아온 동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불평하는 큰아들이 되지 말고, 돌아온 아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아버지가 되라고 합니다. 오히려 돌아온 아들을 위해서 살진 송아지를 잡고 잔치를 벌이자고 합니다.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다면 무엇을 가지고 싶으신지요? 나를 외적으로 풍요롭게 하는 게 있습니다. 재물, 명예, 권력, 업적입니다. 그러나 그건 이 세상에서 유익할지 모르지만, 언제가 우리가 모두 가야 할 곳에는 필요 없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무얼 가져가야 할까요? 프란치스코 성인은 우리가 가져가야 할 건 외적인 게 아닌 내적인 거라 합니다.

 

어둠에 빛을 주는 마음, 의혹이 있을 때 믿음을 주는 마음, 절망이 있을 때 희망을 주는 마음,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는 마음,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는 마음, 용서받기보다는 용서하는 마음,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는 마음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있는 곳에 우리의 몸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다른 신들을 섬기고 주 우리 하느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지르며, 저마다 제 악한 마음에서 나오는 생각대로 살아왔습니다. 오늘 너희는 주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 마음을 무디게 하지 마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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