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7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10-10 조회수2,184 추천수15 반대(0)

어머니는 요양원에 계시고, 집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사람이 없으니, 집이 깨끗할 것 같은데 어쩌다 가보면 그렇지 않았습니다. 책상에도, 바닥에도 먼지가 내려앉았습니다. 화장실도 깨끗한 것 같은데 냄새가 납니다. 물을 수시로 내려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집은 사람이 없으면 깨끗할 거 같은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들이 쌓이기 때문입니다. 가끔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고, 빈집의 냄새가 납니다.

 

우리의 몸도 그렇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몸은 근육이 굳어버립니다. 장기도 운동이 부족하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적당히 운동을 해 주어야 합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걷거나,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대중교통 수단이 발전하고, 주문하면 물건이 집 앞으로 오는 시대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몸을 돌볼 기회가 적어집니다. 노동은 가족을 돌보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노동은 나의 몸을 살리는 숭고한 일입니다.

 

우리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물질, 자본, 기술, 디지털 문화는 어느덧 우리 마음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풍요로운 시대이지만 우리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영적인 갈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자아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은 정신적인 피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푸른 하늘, 가을 단풍, 흘러가는 시냇물, 지저귀는 새의 노래를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으면 우리 마음에도 근심의 먼지가, 시기의 먼지가, 욕망의 먼지가 수북이 쌓이기 마련입니다. 그러기에 나는 어디에서 왔는지, 나는 어디에 있는지,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성찰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첫째는 눈에 보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우리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우리의 배는 12척이고, 적의 배는 수백 척입니다. 당연히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과 부하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믿었습니다. 장군의 뛰어난 전략을 믿었고,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우려는 부하들의 용기를 믿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고, 제자들은 두려움에 모두 도망쳤습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함께하셨고, 부활하신 주님께서 함께하셨고, 제자들은 믿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두려움입니다. “未得先愁失(미득선수실) 當歡已作飛(당환이작비)”라는 말이 있습니다. “얻기도 전에 먼저 잃을 것을 근심하고, 기쁜 일을 만나서도 슬픈 마음 일어나네.” 현대물리학인 양자역학은 우리의 생각이 우리의 몸을 변화시킨다고 합니다. 이것은 뉴턴의 물리학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마치 빛이 상황에 따라서 파동과 입자로 변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내가 걱정, 근심, 두려움, 초조와 불안으로 가득하면 내 몸도 그렇게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좋은 체격을 가졌어도, 많은 배움이 있어도 그것들은 무기력하게 되고 맙니다. 하지만 내가 사랑, 희망, 믿음, 온유함과 친절로 가득하면 나의 몸 또한 그렇게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비록 건강하지 못해도, 많은 배움이 없어도 얼마든지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할 수 있습니다.

 

행복은 감사와 희망의 문으로 들어옵니다. 불행은 절망과 불평의 문으로 들어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편에 서지 않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화려한 식탁이라고 해서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닙니다. 비싼 침대라고 해서 편안한 잠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소박한 밥상에서도 얼마든지 행복한 가정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비싼 침대가 아닐지라도 얼마든지 단잠을 잘 수 있습니다. 불평과 불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어느 곳에 있어도 주님과 함께하기 어렵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희망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이미 예수님의 편에 서 있는 것입니다.

 

당신을 바라는 이에게, 당신을 찾는 영혼에게 주님은 좋으신 분.”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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