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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허스님과 젊은 여인의 일화를 생각하며......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9-10-22 조회수1,760 추천수4 반대(0) 신고

 

 

어느 날 날씨가 몹시 추운 겨울에 경허 스님이 묵고 있는 방 앞에 한 여인이 오갈 데가 없어서 스님께 부탁을 했습니다. 하룻밤만 묵고 갈 수 있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해서 스님이 그 여인을 받아들였고 동자승인지 누구에게 이런 사실을 함구하라고 했지만 그만 그런 사실을 알려서 절에 있는 제자들에게도 소문이 퍼져 모두가 스님의 만행에 대해 분개했습니다.

 

10일 정도 지난 후에는 더 이상 이런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스님께 스님 방에 있는 그 여인을 내쫒지 않으면 스님도 내쫒을 요량으로 스님 방 앞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안 스님은 난감했는데 방안에 있던 여인이 대중들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둘러쓰고 있는 것을 벗으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말을 했습니다.

 

저는 나병환자라고 말입니다. 얼굴과 손이 뭉개지고 차마 쳐다보기가 힘들 정도의 모습이었습니다. 여인은 자신의 모습을 보이면서 말했습니다. 스님께서 자신에게 보살펴 주신 은혜는 저승에 가서도 잊지 않겠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그만 주저앉아서 눈물로써 스님께 용서를 청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스님이 여색을 밝히는 줄만 알고 있었던 게죠. 이런 사실을 아니 스님이 얼마나 존경스러웠겠습니까?

 

스님 방에 그런 모습을 한 여인과 10일 동안 같이 있었던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겠습니까? 이 일화를 보면서 저는 두 가지를 생각해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스님 방에 여인이 있었던 사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단지 그냥 스님이 여색에 눈이 팔렸다고만 생각하지 않았겠습니까? 물론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좀 더 생각을 해보게 된다면 생각이 조금 아둔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스님이 여색을 밝혀서 그런 행동을 하게 된다고 생각을 한다 해도 그런 사실이 공개된 상황에서 그런 일을 할 수가 있었을까요?

 

뭔가 좀 이상한 일이지만 스님께서 하시는 일에는 스님의 명성도 있는데 우리가 모르는 곡절도 있지 않을까 하고 스님께서 어떤 분부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스님께서는 맨 처음부터 자신의 방에 있는 여인이 이런 나병에 걸린 여인이라고 처음부터 이야기를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지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나중에는 비밀로 하지 않는 이상 알게 될 일인데 말입니다. 제 나름 추측을 한번 해봅니다.

 

어쩌면 이런 일로 인해서 눈에 보이는 현상에만 집착하게 되면 실상을 보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다 보면 그런 일로 인해서 인간의 번뇌 망상이 생기게 된다는 걸 알려주려고 하는 깊은 뜻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저는 이 일화를 보면서 다른 측면을 한 번 생각해봤습니다. 정말 사람은 자신이 보고 들은 사실만으로도 남을 판단하면 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배웠습니다. 사실 제자들이 그런 반응을 한 건 응당 이해가 되는 사실입니다.

 

제자들의 입장에서는 말입니다. 그런데 실제는 스님이 여색을 탐한 게 아니라 누구나가 하기에 쉽지 않은 일을 했으리라고 누가 상상을 했겠습니까? 그런 상황에서요. 그러니 우리도 신앙생활을 하면서 이점을 한번 곰곰이 생각하고 진지하게 자신에게도 이런 제자의 모습이 있지는 않은지 한번 자문해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자신이 보고 들은 사실로 남을 판단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모르는 부분도 있을 여지가 있기 때문에 쉽사리 남에 대해 판단을 하는 것은 신앙생활을 하면서 절대 금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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