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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년 전으로 되돌아가 죽음과 십자가를 묵상하며....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9-11-12 조회수1,140 추천수1 반대(0) 신고

 

 

 

어머니께서 뇌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하신 지 거의 만 2년이 지나갑니다. 거의 매일 같이 2년을 어머니 곁을 지키면서 하루하루 사선을 넘는 심정으로 살고 있습니다. 2년 동안 병원생활을 하셔서 본의 아니게 주위 환자 중에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흔 여섯이라는 젊은 나이에도 죽음에 대해 묵상을 많이 하였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어머니의 영혼을 위해 거의 매일 수도원과 부산을 오가면서 눈물과 기도로 하느님께 울부짖으며 탄원도 해보고 참으로 유치한 기도도 드린 적도 있었습니다. 성당 마당 성모님상 앞에서 추운 겨울 밤에 새벽까지 추운 날씨에 성모님께 기도드리면 성모님과 예수님께서 이런 저의 모습을 보시게 되면 지 애미를 살리려고 저렇게 추운 날에 기도를 하는 모습이 애처러워서라도 제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을까 하고요. 어떤 날은 정말 어머니께 가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2년 동안 하루도 쉬지를 못했으니까 체력이 바닥이 나다 보니 정말 힘든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기도는 떨어져서 할 수 있지만 제가 매일 어머니 머리에 성수를 뿌리며 병마의 고통을 이길 수 있는 힘과 또 어머니의 영혼에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묵주기도를 하고 와야 그나마 마음이 편하지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올린 기도의 공든 탑이 무너질까 봐 걱정이 되어 비오 성인의 말씀을 생각하며 인내로 지금까지 잘 버텨왔습니다.

 

사람은 한 번 태어나면 누구나 예외 없이 마지막으로 거치는 과정이 죽음입니다. 불교에서는 공수래공수거라는 말로 많이 입에 오르내립니다. 어찌 보면 이 말은 틀린 면도 일면 있습니다. 그래도 죽을 때는 수의는 한 벌 입고 가지 않습니까?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습니다.

 

죽을 때는 가지고 가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무언의 교훈이지 않겠습니까?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에는 누구나 죽은 이를 위해 배웅은 할 수 있을지언정 동행은 할 수 없는 길입니다. 홀로 가야 하는 여정입니다. 성가 218장에 나오는 가사처럼 나중에 하느님을 뵈올 때 하느님께서 나는 너희에게 세상에서 살 때 마치 달란트 비유처럼 나를 따라오면서 자신을 부인하고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라고 말하였거늘 내가 너에게 맡겨둔 십자가를 어디 한번 보자고 하시면 무슨 대답을 드려야 될까? 참 고민 많이 해봤습니다. 제가 생각한 모범답안은 이렇습니다.

 

하느님, 어느 누구라도 십자가는 피하고 쉽지 흔쾌히 지려고 하지 않잖습니까? 저도 처음에는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세상에서 살 때 제 육신의 어미를 가슴에 묻기까지 제 가슴이 피멍으로 되어서야 십자가가 사랑이었다는 게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 삶이 성모찬송에 나오는 말처럼 귀양살이 하는 거라고 하면 하늘나라에서 지상으로 유배를 온 몸이지 않습니까? 욥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잖습니까?

 

내가 이 세상을 만들 때 너는 어디 있었느냐고 묻지 않았습니까? 그 말씀은 이미 우린 세상 창조 이전 때부터 그때는 하느님과 같이 천사처럼 살았는데 그만 하느님께 죄를 지어 타락한 천사가 되어 이 땅으로 육신을 입고 왔었습니다. 비록 죄를 지어 육신의 옷을 입고 이 세상에 나왔지만 언젠가는 다시 육신은 흙으로 되돌아가야 하고 영혼은 원래 하느님께로 돌아가야 되는 길이라면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쓸데없이 이런 일을 하시지는 않으셨을 터인지라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이 세상을 살면서 세상의 힘든 세파의 십자가로 모난 제 가슴에 고통으로 다가올 땐 정말 고통이었지만 예수님 옆에 있었던 우강도처럼 저희야 죄를 지었으니까 당연히 죗값을 치러는 게 당연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저희가 비록 죄는 지었다고는 하지만 지은 죄로 원래 하느님과 낙원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가 죄의 결과로 죽을 수밖에 없는 가련한 처지에 놓여 있는 인간을 측은히 여기시여 하늘 옥좌를 버리신 후 동정녀인 가련한 처녀의 몸을 빌려 지존하신 하느님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아들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오실 때에도 여인의 의중을 물어보시며 지극한 겸손을 보이셨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온갖 조롱과 멸시, 고통을 참아 받아내시어 저희를 살려주시려고 아무런 죄도 없는 분께서 사랑으로 이런 고통을 몸소 받으셨는데 당연히 죄인인 저희는 이런 하느님의 무한한 은혜와 사랑에 보은해야 하는데 그 길은 성모님께서 당신 아들이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실 때조차도 하느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기 위해 그 쓰라린 단장의 고통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고통마저도 하느님께 봉헌하는 믿음의 본보기를 보여주신 것처럼 저희도 하느님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성모님께서 하신 것처럼 우리가 고통이라고 여기는 하느님께서 주신 십자가를 한평생 잘 지고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그 길을 잘 따라 가는 자식이 되어야 참으로 하느님의 아들, 딸이 될 겁니다.

 

2000년 전에 저희 죄를 대신해 십자가상에서 형극의 고통으로 하느님의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드린 것 한 번으로도 안타까운 일인데 자신의 십자가를 자신이 지고 가지 않으면 또다시 그 십자가를 저희를 대신해 예수님께서 대신 대속 재물이 되실 거라고 생각하니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하는데 비록 나약한 인간이지만 우리 각자가 제 하나만이라도 제가 가진 십자가의 고통을 고신극기로 하느님께 봉헌하는 게 그나마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유일한 희생재물이라 생각해서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우리에게 맡겨주신 눈물과 애환이 서려있는 고통스러운 십자가일지라도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다면 설령 눈물이 나는 고통이 있다고 할지라도 잘 지고 갈 수 있을 겁니다.

 

하느님 대전에서 하느님을 뵈올 때 하느님 보세요 여기 하느님께서 맡기신 십자가를 제가 잘 지고 왔습니다.” 라고 자랑스럽게 말씀드릴 수 있는 모습을 한번 상상을 한다면 그때의 그 감회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벅찬 감동과 환희가 흐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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