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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사라의 죽음/아브라함[1]/창세기 성조사[32]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2-27 조회수1,022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2. 사라의 죽음

 

사라는 백이십칠 년을 살았다. 이것이 사라가 산 햇수이다. 사라는 가나안 땅 키르얏 아르바 곧 헤브론에서 죽었다. 성경에서 한 여인의 죽음을 이렇게 애도하는 글은 사라가 아마도 처음일 게다. 몇 살에 죽었는지, 심지어 그 장소까지는 뜻밖이다. 그만큼 한 많은 삶을 살아서일까? 아주 중요한 성조사의 아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사실 그녀는 하느님의 약속대로 아브라함의 후손을 낳아주었다. 그리고 하느님과 독대도 했다. 비록 저는 웃지 않았습니다”(18,15)라고 거짓말을 했을망정!

 

그녀의 죽음을 보면서 남편 아브라함의 장례준비가 더 관심을 갖게 한다. 아브라함은 빈소에 들어가 사라의 죽음을 애도하며 슬피 울었다. 이는 시신 앞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통곡하던 당시의 장례풍습을 알려준다. 그런 다음 아브라함은 죽은 아내 앞에서 물러 나와 히타이트 사람들에게 가서 말하였다. “나는 이방인이며 거류민으로 여러분 곁에 살고 있습니다. 죽은 내 아내를 내어다 안장할 수 있게, 여러분 곁에 있는 묘지를 양도해 주십시오.”

 

여기서 히타이트 사람은 아시리아와 바빌론 문헌에 따르면, 서쪽에 사는 셈족들의 땅에 사는 이들을 말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기원전 천이백 년경에 사라진 현재 터키의 아나톨리아제국을 이루었던 히타이트족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10,15). 사실 헷족이라고 일컫는 히타이트족은 성경에서 종종 이스라엘이 아닌 종족을 지칭한다. 기원전 7-6세기부터 이 이름은 시리아와 팔레스티나를 가리키게 되었으며, 여기에서의 히타이트가 이 경우에 속한다.

 

따라서 아브라함은 거류민신분으로 가나안 지역에서 유목생활을 하는 처지이기에 땅을 소유하지 않아 가족 묘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토지를 매입해야만 했다. 고대인들에게 가족 묘지는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하였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조상인 아브라함에게 그의 아내가 남의 땅에 묻힌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그는 본래의 고향인 우르가 아닌 가나안 땅, 곧 남의 땅의 일부라도 굳이 비싼 값이라도 매입해야만 했다.

 

그러자 히타이트 사람들이 아브라함에게 대답하였다. “나리, 들으십시오. 나리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제후이십니다. 우리 무덤 가운데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골라 고인을 안장하십시오. 나리께서 고인을 모시겠다는데, 그것이 자기 무덤이라고 해서 나리께 거절할 사람이 우리 가운데는 없습니다.” 사실 그곳 히타이트 사람들은 아브라함을 하느님의 보호를 받는 이로 여겨, 그 지역에서 나름으로 인정을 해 주고 있었다.

 

아브라함은 일어나 그곳 주민들 곧 히타이트 사람들에게 큰절을 하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죽은 내 아내를 내어다 안장할 수 있게 기꺼이 허락해 주신다면, 내 말을 듣고 초하르의 아들 에프론에게 간청하여, 그가 자기의 밭머리에 있는 막펠라 동굴을 나에게 양도하게 해 주십시오. 값은 드릴 만큼 다 드릴 터이니, 여러분 앞에서 그것을 나에게 묘지로 양도하게 해 주십시오.” 그가 몸을 굽혀 절을 하는 것은 정녕 고마움의 표시이다.

 

그때 에프론은 히타이트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이 히타이트 사람 에프론은 성문에 나와 있는 히타이트 사람들이 모두 듣는 데에서 아브라함에게 대답하였다. “나리, 아닙니다. 제 말을 들어 보십시오. 제가 그 밭을 나리께 그냥 드리겠습니다. 거기에 있는 동굴도 드리겠습니다. 내 겨레가 보는 앞에서 그것을 드릴 터이니, 거기에다 고인을 안장하십시오.”

 

모르긴 몰라도 에프론은 초하르 출신으로 히타이트 지역의 어느 부족의 왕자 지위를 가진 인물이었을 게다. 아브라함을 그를 먼저 찾았고 에프론은 마침 거기에 있었다. 그는 아브라함의 요청에 여러 사람들이 듣는 데에서 말했다. 그곳에 있는 많은 이들은 거기에서 들었거나 본 것에 대한 증언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성문은 통상 상거래가 이루어지고 재판이 진행되었던 공공의 장소로서의 역할도 했었다.

 

아브라함은 그곳 주민들 앞에 큰절을 하고, 그곳 주민들이 듣는 데에서 에프론에게 말하였다. “제발 그대가 나의 말을 들어 주기를 바랍니다. 밭 값을 드릴 터이니 꼭 받아 주십시오. 그래야 죽은 내 아내를 거기에 안장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자 에프론이 아브라함에게 대답하였다. “나리, 제 말을 들어 보십시오. 은 사백 세켈짜리 땅이 저와 나리 사이에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거기에 고인을 안장하십시오.”

 

아브라함은 끝내 묘지 대금 지불을 고집했다. 그렇지만 에프론이 흘린 땅값은 이만저만한 적은 금액이 아니다. 꼭 달라는 것은 아닌, 빈말일지는 몰라도 사백 세켈은 당시로는 쾌나 큰 액수였다. 이는 예레미야가 아나톳에 있는 사촌에게서 밭을 사기로 할 때 지불했던 열일곱 세켈(예레 32,9)에 비하면 지나친 금액이며, 노동자가 한 푼도 쓰지 않고 일 년보다 더 모아야만 되는 큰 액수다. 그렇지만 아브라함은 아무리 그 땅값이 비싸다 하더라도 그 값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만큼 그 땅을 사는 것이 그에게는 중요했다.

 

아브라함은 에프론의 말에 따라, 히타이트 사람들이 듣는 데에서 에프론이 밝힌 가격 은 사백 세켈을 상인들 사이에 통용되는 무게로 달아내어 주었다. 그리하여 마므레 맞은쪽 막펠라에 있는 에프론의 밭, 곧 밭과 그 안에 있는 동굴과 그 밭 사방 경계 안에 있는 모든 나무가, 성문에 나와 있는 많은 히타이트 사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아브라함의 재산이 되었다.

 

이렇게 하여 그 밭과 그 안에 있는 동굴이 많은 증인들이 보는 가운데 히타이트 사람들에게서 아브라함에게로 넘어오게 되었다. 그런 다음 아브라함은 그 밭에 있는 동굴에 아내 사라를 정성껏 안장했다. 이렇게 그 땅은 그의 가족 묘지가 되었기에, 여기에 아브라함 자신(25,9-10)은 물론, 이사악(35,27.29), 레베카와 레아(49,31), 그리고 야곱(50,13)까지 후일 안장되었다. 그러나 그 땅은 단지 묘지일 뿐, 약속의 땅은 하느님께서 차츰 선사하시리라.

 

아브라함은 참으로 사랑한 아내 사라를 그렇게 보내고 남은 마지막 여생을 준비하는 일만 남았다. 아내를 묻은 옆자리에 자신의 터도 마련해 두었다. 고령에 이제 남은 것이라곤 늦둥이 이사악의 배필을 친족 가운데에서 찾는 일만 남았다. 아들 녀석이 빨리 짝을 맺어 그에게서 많은 후손을 보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낙일 게다. 아마도 아브라함이 많은 민족의 아버지가 될 것이라는 하느님의 약속이 이제부터 서서히 실현되려나 모르겠다.[계속]

 

[참조] : 이어서 '33. 이사악과 레베카의 결혼[1]'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거류민,히타이트,막펠라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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