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4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27 조회수1,769 추천수12 반대(0)

강 건너 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강 건너에 불이 났지만 내 앞에는 물이 있기에 안전하다는 뜻입니다. 불이 강을 건너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강 건너에 불이 나서 안타깝지만 나와는 상관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 높은 장벽 아래 고립되어 살아야 하는 팔레스타인 사람, 전쟁과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의 고통이 안타깝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강도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강 건너의 불일지라도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그런 관심과 도움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 마더데레사 성녀는 그런 관심과 도움으로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었습니다. 사순시기는 강 건너에 있는 사람의 아픔, 고통, 슬픔, 외로움과 함께하는 시간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늘의 강을 건너 우리에게 오셨기 때문입니다. 눈이 먼 사람은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듣지 못하는 사람은 듣게 되었습니다. 중풍 병자는 걷게 되었습니다.

 

요즘 강 건너 바이러스를 실감합니다. 중국에서 시작한 바이러스는 강은 물론 넓은 바다를 거침없이 넘어옵니다. 장벽도, 울타리도 쉽게 건너갑니다. 강 건너 불은 보이지만 강 건너 바이러스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우리 삶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전쟁 중에도 멈추지 않았던 미사를 멈추게 했습니다. 은혜로운 사순시기의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 예식도 멈추게 했습니다. 강 건너 바이러스는 본당에서 준비한 사순특강도 취소하게 하였습니다. 본당 단체의 모임도 멈추게 하였습니다. 강 건너 바이러스는 우리의 마음에 공포, 두려움, 걱정을 심어 놓았습니다. 격리와 봉쇄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을 막기 위한 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연대와 협력입니다. 관심과 배려입니다. 감염지역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치료제 개발에 대한 국제적인 협력이 있어야 합니다. 감염 확산에 대한 책임을 묻기 전에 확진 환자를 치료해야 합니다.

 

우주 공간에는 블랙홀이 있습니다. 빛도 시간도 공간도 존재하지 않는 곳입니다. 그러나 우주에는 빛과 시간 그리고 공간이 있습니다. 그 우주에 사랑이 있고, 그 우주에 의식이 있고, 그 우주에 우리가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블랙홀처럼 나타났지만 이 또한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언젠가 우리의 희생, 노력, 연대, 공감, 사랑이 하늘의 별처럼 빛나기를 바랍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또 다른 블랙홀을 보았습니다. 편견과 이기심이라는 블랙홀입니다. 교만과 욕망이라는 블랙홀입니다. 바이러스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데 편견과 이기심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교만과 욕망은 계절마다 찾아오는 감기처럼 마음을 병들게 합니다. 그래서 수석 사제와 바리사이파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당신도 갈릴래아 출신이라는 말이오?” 그들은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표징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보아도 보지 못하였고, 들어도 듣지 못하였습니다.

 

하느님은 나의 방패, 마음 바른 이들을 구하시는 분.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하느님 말씀을 간직하여 인내로 열매를 맺는 사람들은 행복하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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