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5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10 조회수2,092 추천수14 반대(0)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먹고 마시는 걸 즐겨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함께 먹는 걸 통해서 가르치셨습니다. 오천 명을 먹이실 때도 제자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먹을 것을 나누게 하셨습니다. 나누기 전에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처음으로 보여주신 표징도 혼인잔치에서였습니다. 본당에 있을 때입니다. 회의를 하고, 기도하고, 공부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꼭 마련하였습니다. 술도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하면 고민도 함께 나눌 수 있었고, 새로운 대안을 찾기도 했고, 서운한 감정이 풀리기도 했습니다. 주일 미사가 끝나면 신자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구역에서 봉사하기도 했고, 성모회에서 봉사하기도 했습니다. 수익금은 가난한 이웃을 위해서 사용했습니다.

 

신문사에서도 가끔 직원들과 회식을 합니다. 축일이라서, 휴가를 다녀와서, 성탄이라, 부활이라서 회식을 합니다. 이번 부활은 회식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식당이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나친 음주와 늦은 시간까지의 회식은 사목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10시 이전에는 모임을 끝냈습니다. 다음날 업무에도 지장이 없고, 자매님들도 좋아하였습니다. 시골 본당에 있을 때입니다. 신자 분들은 전방에서 두릅을 따오기도 했습니다. 유정란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아오기도 했습니다. 먹는데서 인심 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계속되면서 소소한 일상이 멈추고 있습니다. 주일 점심이면 신자들과 함께 점심을 먹던 친교실이 텅 비었습니다. 모임과 식사 약속으로 채워졌던 일정표도 텅 비었습니다. 닭갈비가 구워지던 탁자 위에는 의자가 올라가 있습니다. 족발과 삼겹살이 맛있던 소나무집도 벨을 누르면 준비된 음식을 가져갈 수 있을 뿐입니다. 싱싱한 광어가 맛있던 독도야 횟집도 주문한 음식만 가져갈 수 있습니다. 언제나 사람들이 붐비던 플러싱의 노던대로가 조용합니다. 우리는 식당에서 단순히 음식만 먹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고단한 하루의 피로를 풀었습니다. 타국에서의 외로움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민자로 살아가면서 정보를 나누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코로나19가 빨리 가고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나누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신앙은 화려한 성전, 찬란한 문화, 완벽한 교리, 역사와 전통, 체계적인 조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것을 신앙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나와 다른 신앙은 없애거나,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앙의 이름으로 무죄한 이를 심판하기도 했고, 신앙의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신앙은 지금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는 것입니다. 신앙은 배고픈 이의 서러움을 이해하고, 가진 것을 나누는 것입니다. 신앙은 강도당한 이웃에게 다가갔던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신앙은 관념이 아니고, 생활이며 실천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하느님의 사랑받은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교황님의 지향에 따라서 아프리카 국가의 채무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공동체에서 일을 하면서 사람들의 모습을 봅니다. 지시한 일을 겨우 하는 사람, 지시한 일을 성심껏 하는 사람, 지시한 일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성과를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연히 더 많은 성과를 내는 사람과 일을 하고 싶어집니다. 시간이 흘러서 함께 일했던 분들의 자리를 볼 때가 있습니다. 지시한 일을 겨우 하는 사람은 늘 그 자리이고, 눈에도 힘이 없는 것을 봅니다. 성심껏 했던 사람은 새로운 자리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을 봅니다. 지시한 일은 물론이고 더 많은 성과를 내던 사람은 이제 지시를 하는 자리에 있는 것을 봅니다.

 

우리들의 신앙생활도 비슷합니다. 많은 분들이 세례를 받았고, 신앙생활을 합니다. 머리로는 예수님을 잘 안다고 하지만, 가슴으로 예수님을 받아들이고,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을 따르지 못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과 공기는 우리가 너무 쉽게 접하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잘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물과 공기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곁에 물과 공기처럼 가까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다른 곳을 보기 때문에 가까이 계시는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마음의 눈은 돈과 명예와 권력으로 자주 가려지기 때문입니다. ‘시기와 질투, 탐욕과 교만은 우리의 가슴에서 예수님의 자리를 빼앗아 버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도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나누지 않는다면, 우리가 주님께서 주신 계명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가 복음을 전하지 않는다면 하느님의 사랑을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다른 모든 민족들이 제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두셨습니다. 그러면서도 좋은 일을 해 주셨으니,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이지 않으신 것은 아닙니다. 곧 하늘에서 비와 열매 맺는 절기를 내려 주시고 여러분을 양식으로, 여러분의 마음을 기쁨으로 채워 주셨습니다. 보호자,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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