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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22 조회수2,460 추천수15 반대(0)

도연명은 귀거래사(歸去來辭)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를 돌아 나오고, 날기에 지친 새들은 둥지로 돌아올 줄 안다. 저녁 빛이 어두워지며 서산에 해가 지려 하는데, 나는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이고 있다. 동쪽 언덕에 올라 조용히 읊조리고,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는다. 잠시 조화의 수레를 탔다가 이 생명 다하는 대로 돌아가니, 주어진 천명을 즐길 뿐 무엇을 의심하고 망설이랴.” 새는 하늘을 날지만 결국 둥지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구름은 흘러가지만 결국 비가 되어 땅으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참 아름다운 시입니다. 노자도 도덕경(道德經)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뿌리로 돌아간다. 소박함으로 돌아간다. 어린아이로 돌아간다. 만물의 구별이 없는 상태로 돌아간다. 무극으로 돌아간다.” 직선적인 서양의 사상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순환하는 동양의 사상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성장과 발전을 축으로 이루어지는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자비와 연민으로 이루어지는 신앙의 세상에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살았던 천상병은 귀천(歸天)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그는 행복(幸福)에서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느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성공, 명예,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시입니다. 그러나 부끄러움을 알고, 연민을 느끼고, 겸손하게 물러날 자리를 아는 사람은 공감할 수 있는 시입니다.

 

우리는 사도행전을 통해서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하느님의 계명을 충실하게 지키는 사도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도들은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고, 그들의 삶을 통해서 신앙을 증거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도들의 기도를 들어주셨고, 놀라운 축복을 주셨습니다. 황무지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듯이, 믿음의 결실들이 아시아의 각 지방에서 맺어졌습니다. 사도들은 돌아갈 곳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한국 교회의 복자와 성인들 역시 신앙을 증거한 사도였습니다. 그분들의 이야기는 바로 한국 교회의 사도행전입니다. 그분들도 돌아갈 곳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피를 흘려야 하는 박해의 시기를 지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 어느 박해의 시대보다 더 커다란 배교의 유혹에 직면해 있습니다. ‘물질 만능주의와 자본주의는 하느님의 자리를 넘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자발적으로 물질과 자본의 노예가 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다원주의와 이성 중심의 생각은 유일하신 하느님을 상대화하기도 합니다. 우리들은 이 시대에 새로운 사도행전을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나와 세상에 왔다가, 다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 돌아갑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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