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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카르투시오 비하인드 스토리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0-07-01 조회수2,103 추천수2 반대(0) 신고

 

많은 분들이 카르투시오 수도원에 대해 오래 전에 이미 영화로 나온 위대한 침묵을 통해서도 아시는 분이 계시겠지만 한국에서 작년 연말에 방영된 다큐를 통해서도 많이 알려졌습니다. 그전에는 일부 사람들만 알고 알음알음으로 이 수도원을 아는 분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베일에 가려진 수도원인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이번에 방송에서 이 수도원에 대해 방영을 하도록 허락을 한 것은 세상에 대해 이런 삶을 알리고 싶은 의도도 있을 겁니다. 이와 아울러 이 방송을 보고 성소를 발견하고 싶은 의도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 이 방송을 보고 지금 광주에서 입회를 한 형제가 있습니다. 제가 65일에 면담을 처음으로 했을 때 수사님이 며칠 있으면 한 형제가 입회를 할 거라고 하셨습니다. 바로 그 형제님이 다큐를 보고 입회한 최초의 입회자입니다.

 

정말 지금으로서는 대단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원래 역사적으로 관례적으로 한 달 피정을 하는 게 전통인데 봉쇄수사와 평수사 두 코스를 각각 한 달씩 두 가지 경우를 다 경험을 하고 평수사의 길을 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해서 평수사를 지망했다고 합니다.

 

두 달 피정을 한 후에 집에 가서 코로나 때문에 두 달 남짓 있다가 들어왔다고 하십니다. 형제님은 생각보다 잘 적응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이 수도원에 대해 이모저모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또한 이런 소식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이 수도원에 대한 성소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면 그런 두려움을 가지지 마시기를 조언해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일주일이라는 아주 짧은 기간이지만 보고 느낀 것을 공유해드리겠습니다. 실제 다큐로 보는 것과 직접 보고 느낀 감동에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이 수도원에 계신 분이 외국 수사님이 수사 신부님을 포함해 여섯 분이고 한국 수사님이 다섯 분이 계십니다.

 

외국 수사님들은 모두 자원해서 한국에 오신 것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아시아에 진출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히셨을 때 자원하신 것입니다. 수도원에서 발령을 내서 오신 것이 아닙니다. 순전히 하느님의 복음을 미지의 세계에 전하고 설립하고자 하는 데 자신의 일생을 봉헌하고 한국 땅에 묻히실 것을 각오하시고 가족과 이별하고 오신 것입니다. 어차피 고국에서도 가족과 이별을 하신 것이나 마찬가지이십니다.

 

외국 수사님들의 가족분들도 일 년에 딱 두 번 가족을 만날 시간에 맞추어서 오시는 분들도 계신다고 하십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방송 화면에서 보는 느낌과 실제로 이분들을 보는 느낌은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외국에서 오신 수사님들 다섯 분을 뵈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한 분은 병원에 계셔서 뵙지 못했습니다. 이분들은 나중에 이 세상을 떠나실 때 바로 천국에 가시겠다는 확신이 듭니다. 한 분 신부님은 프랑스 출신이십니다.

 

이분을 보면 제가 하느님을 뵙지는 못했지만 마치 이분을 통해 하느님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상상이 될 정도입니다. 전례 때 기도를 하시면서 제 맞은 편에 계신데 여든 여덟의 고령의 연세에도 전례에 집중하는 고도의 집중력과 머리를 약간 숙이고 계신 모습을 보면 렘브란트가 그린 돌아온 탕자 속에 나오는 아버지와 같은 그런 인자함이 느껴집니다.

 

방송에서는 짧게 지나가는 장면으로밖에 나오지 않지만 실제 보면 정말 그렇게 느껴질 겁니다. 아무리 이 생활에 단련된 몸이라고는 하지만 육체적인 나이는 속이지 못하는 법인데 그 연세에도 밤기도를 주일과 축일 밤기도는 약 2시간 40분이 소요되는 것 같았습니다.

 

310분에 마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럼 자기 암자에 가서 기상 시간이 630분인데 세 시간 가량 수면을 취하고 기상해야 하는 생활입니다. 취침 시간이 저녁 730분이니 이런 식으로 잠을 두 번 나누어서 새벽에 세상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생활을 아마 제가 봤을 때 아무리 못해도 최소 50년의 세월을 거의 매일 하셨을 거라고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시다고 하는 말도 가당치 않을 정도입니다.

 

제가 이런 사실과 함께 사람에게서 하느님을 보는 느낌이라고 광주에 계신 신부님께 말씀을 드리니 신부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아마 그럴 거라고 하셨습니다. 이런 생활을 하면서 50년 동안 계속 하느님만 생각하고 찬미를 하는데 하느님의 신성이 분명 그분에게 녹아들어 가지 않겠느냐고 하시면서 그렇기에 그런 모습으로 보일 거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일 미사는 원장 신부님께서 하시더군요. 저는 크로티아에서 오신 신부님이 계속 미사를 해서 그분만 하시는 줄 알았는데 아마도 교대로 하시는 모양인 것 같습니다. 방송에서도 나오셨지만 실제 이분을 보면 이분은 아주 맑은 아이 같은 그런 모습입니다. 방송에서 본 모습과는 전혀 다릅니다. 항상 미소를 띠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 수사님이 부제로 계신 분이 계십니다. 작년에 부제품을 받으셨던 것 같습니다. 미사 때 복음을 낭독하기 위해 영대 같은 띠 같은 것을 착용할 때 신부님께서 뭔가 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그때 보면 항상 미소를 띠십니다. 정말 존경합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그런 미소가 나올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게 열악한 환경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또 이 생활을 기쁘게 하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합니다. 한번은 제 방에 오셔서 독방에서 성모님께 기도하는 게 있습니다. 그걸 가르쳐주시기 위해서 오시기로 해서 제가 방청소를 하고 스페인에서 온 물걸레로 청소를 했습니다. 약간 물기가 있어서 제가 물기가 있어서 실내화를 건네드렸습니다. 그러니 어떤 말씀을 하셨습니다.

 

한국말로 습하다고 하시는 내용으로 언급을 하셨는데 저는 한국말인 습을 영어로 말씀을 하시는 줄 알고 잘 못 알아들어서 영어 스펠링을 말씀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영어로 말씀을 해서 그때 습이 영어 습이 아니고 한국말 습기를 습이라고 하신 것을 알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부님의 모습이 너무나도 순박했습니다.

 

정말 성인의 나이이지만 성경에 나오는 어린 아이와 같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가 없다는 복음 말씀처럼 그런 천진한 모습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제 방에 오실 때 제 방 입구에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만 입구에 성모님 성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성수가 있습니다.

 

성모님 사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십자성호를 하며 예를 다합니다. 그리고 성모님께 땅을 향해 머리를 숙이면서 수도복을 깔고 수도복 위에 땅과 입맞춤을 합니다. 정말 이 모습을 보면 뭔가 성모님을 공경하는 모습에 진한 감동이 옵니다. 다른 분들도 각각 이런 모습을 다 지니고 계십니다. 이런 내용은 이 정도만 하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나중에 다시 한번 언급해드리겠습니다.

 

수도원의 모습은 가난을 아주 중요시하게 여깁니다. 그냥 생활을 해보면 얼마나 가난을 추구하는지 그냥 피부로 팍팍 와 닿습니다. 방송에서도 나왔듯이 버리는 가구를 보면서 이것 유혹이다고 하신 수사님이 재봉일도 하십니다. 이분이 우리처럼 살면 기업이 파산할 것이라고 하는 표현을 방송에서 하신 것을 봤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실제 방송에서 나온 모습 그대로입니다. 신발장에 신발을 봤습니다. 신발 밑 축이 거의 다 닳았습니다. 대부분 다 그렇습니다. 어떤 분이 하시는지는 모르지만 왠만한 것은 수도원에서 목공일로 다 제작해서 사용합니다. 정말 대단하고 기발한 아이디어 제품이 많이 있었습니다.

 

거의 1000년이라는 세월 동안 생활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이 전수되어 와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것은 너무나도 기발한 생각이고 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그런 것도 웃음이 나올지는 저도 몰랐습니다. 식사는 하루 한 번 제공됩니다.

 

삼종기도를 한 후 잠시 기다리면 방송에서 보신 것처럼 철로된 배달가방에 자기 방 배식구로 배달됩니다. 이런 내용에 대해서는 앞에서 제가 이미 밝혔기 때문에 생략을 하겠습니다. 주방은 한국 수사님 한 분과 스페인에서 오신 수사님 두 분이 담당하십니다. 방송에서도 보셨죠. 감자 같은 걸 칼로 자르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묵주도 만드십니다. 그분은 오직 스페인 말만 하십니다.

 

그분에 대해 들은 말씀은 있지만 그건 밝히기가 좀 그렇습니다. 하지만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쩌면 평범한 보통사람이 그분의 입장이라면 아주 절망하실 것 같은데 그분은 그런 상황에서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으십니다. 이분과 한국 수사님이 주방을 담당하다보니 음식이 어떤 부분에서는 이게 한국 음식인지 서양 음식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그런 메뉴가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괜찮은 반찬이 나오기도 합니다. 방송에서 염소 소리 흉내내시는 분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그분은 독일에서 오셨습니다. 종치는 분도 독일 분이십니다. 이분에 대해서 들은 바로는 다른 부식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국 음식이 잘 안 맞아서 라면 사리 그것도 진라면 사리만을 위주로 해서 드신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참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 생활을 한국에 오셔서 계속하셨을 것 같습니다. 방송에서 제가 본 걸 정확하게는 기억할 수가 없지만 최소 12년은 이런 식으로 음식을 드셨을 겁니다. 이 기회를 이용해서 하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혹시 제과 관련된 직종에 계신 분들이 이분들에게 빵 같은 걸 후원하실 뜻이 있으시면 빵도 아주 좋은 게 될 것입니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빵이 있다면 마트에서 파는 제일 싼 식방이 있습니다. 그게 나옵니다. 그리고 약간의 쨈이 나옵니다. 그리고 국은 전혀 없습니다.

 

방송에서는 비오 신부님은 쌀밥을 드시는 게 나오더군요. 나머지 외국 수사님들은 한국 음식에 잘 적응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라면사리, 건빵 같은 것하고 또 국물 같은 게 없어서 수도원에서 유일하게 국 대신 음료가 나오는 게 바로 사이다입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음식을 먹으면 목이 마르니 후식 정도로 음료가 제공되는 것입니다.

 

반찬 그릇도 세상 물건을 재활용합니다. 마트에서 파는 일회용 두부 포장 팩 같은 게 있을 겁니다. 그걸 반찬 그릇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검소하게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빨래도 손빨래를 합니다. 방송에서 보면 세탁기가 두 대가 있었을 겁니다. 그건 수도복만 세탁기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것도 가난의 실천입니다.

 

낮에 음식이 나오면 한 번으로 먹든지 아니면 나누어서 저녁에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선택하면 됩니다. 문제는 보관도 그냥 탁자 같은 것에다가 반찬 뚜껑도 없는 것도 있습니다. 그 상태로 보관을 해서 저녁에 먹든지 아니면 특수한 경우에는 아침을 먹지는 않지만 평수사 같은 경우는 노동을 하는 경우에는 관면이 되는 경우가 있어서 그것을 3등분 해서 먹을 수가 있습니다. 금요일은 물과 빵 또는 물과 맨밥으로만 먹습니다. 이건 방송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좀 특이한 게 있습니다. 대축일이 있는 날에는 그 전날 단식을 하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축일은 기쁜 날인데 인간적으로 보면 이분들에게는 대축일이 단식으로 자신을 하느님께 희생봉헌을 하는 날이 되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의 수도복과 또 다른 수도복 형식의 작업복이 있습니다. 이 옷을 보면 헤진 부분은 다른 천 옷감을 가지고 박음질해서 입습니다.

 

작업복만 그런 게 아니고 수도복도 그렇게 해서 입으십니다. 이건 수도복이라고 하긴 뭐 하지만 이분들의 정신에는 이것도 가난의 실천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수도원은 철저하게 세상과 단절된 곳입니다. 원장 신부님이 중요한 것은 꼭 수도원 식구가 알아야 되는 세상 소식은 주일에 알려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것 외에는 전혀 세상 소식을 모릅니다. 라디오, 방송, 신문 이런 건 일절 접할 수가 없습니다. 대충 이 정도 선에서만 이곳의 생활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나중에는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생활이 한번 해 볼 만하다고 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매력을 짧은 기간이지만 느낀 점을 정리해서 한번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뭔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이 수도원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걸 가능하면 최대한 전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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