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떨기 속에 나타나신 하느님[7] / 이집트 체류[1] / 탈출기[7]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7-05 조회수1,724 추천수1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7. 떨기 속에 나타나신 하느님

 

모세는 미디안의 사제인 장인 이트로(4,18; 18,1 참조. 르우엘, 호밥이라고도 불림)의 양 떼를 치고 있는 목자가 되어 있었다. 그는 양 떼를 몰고 광야를 지나 하느님의 산 호렙으로 갔다. ‘하느님의 산은 시나이 산으로도 불리며 탈출기 곳곳에 나온다(4,27; 18,5; 24,13). 사실 하느님의 산 아닌 산이 어디 있으랴만, 모세는 뒤에 시나이 산의 이야기에서 백성과 함께 이 산에 다시 오게 된다. ‘호렙황량한 곳, 불모지, 버려진 땅을 의미하는 곳으로, 신명기와 신명기계 문헌들에 나오는 거룩한 산의 이름이다(1열왕 19,8).

 

주님의 천사가 떨기나무 한가운데로부터 솟아오르는 불꽃 속에서 모세에게 나타났다. 말이 주님의 천사이지, 실상은 하느님이시다. 사실 이와 관련된 다른 고대 여러 본문에서는 주님께서 직접 모세에게 나타나신다. 그런데 여기서는 주님의 천사(또는, ‘사자라고도 함)는 아무도 하느님을 볼 수가 없다는 정통적 견해를 고수하려는 관점에서 하느님에서 천사로 수정이 된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는 주님이 직접 모세한테 나타나셨다는 것을 가리킨다.

 

이렇게 떨기나무 한가운데로부터 솟아오르는 불꽃 속에서 주님의 천사가 모세에게 나타나셨다지만, 천사의 자리에서 말씀하시는 분은 주님이신 하느님이시다. 다시 말해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나타나실 때에는 천사로 나타나시지만, 그 천사가 말할 때에는 천사가 아니라 하느님이시다. 이는 주님의 천사가 하가르를 만날 때에도(창세 16,7-13; 21,17-20), 아브라함이 외아들 이사악을 야훼 이레에서 번제물로 바칠 때 나타난 주님의 천사(창세 22,11.15)도 말이 주님의 천사이지 실제는 하느님이셨다.

 

그리고 떨기나무로 번역된 세네라는 히브리 말은 가시나무 종류인데 구체적으로 어느 나무인지는 분명하지는 않다. 세네는 시나이와 비슷하게 들린다. 또한 하느님의 나타나심의 한 형태인 불은 탈출기 곳곳에 두루 나온다(19,18). 모세가 한순간에 떨기가 있는 장소의 신성함을 감지하는 이 장면은 야곱이 베텔 성소에서 같은 체험을 하는 내용을 연상시킨다(창세 28, 11-22 참조). 떨기나무는 1미터 정도 자라는 식물로서 작은 장미 같은 꽃이 피며, 산딸기 비슷한 열매가 달려 익으면 까맣게 된단다.

 

아무튼 모세가 조심스럽게 그곳으로 가까이 다가가 보니 떨기가 불에 타는데도, 그 떨기는 타서 없어지지 않았다. 모세는 내가 가서 이 놀라운 광경을 보아야겠다. 저 떨기가 왜 타 버리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불 속에 있으면서도 타지 않는 떨기나무를 보는 모세는 무척이나 놀라워하며 호기심을 잔뜩 갖게 되었고, 급기야는 그 놀라운 광경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느님이 계신 곳으로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모세가 보러 오는 것을 주님께서 보시고, 떨기 한가운데에서 모세야, 모세야!” 하고 그를 부르셨다. 그가 , 여기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리 가까이 오지 마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신발을 벗는 예절은 제2 성전 시대에 사제들이 행하는 관습이다. 이는 거룩한 장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서 아마도 죽은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신발이 부정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여호수아가 가나안 땅에서 첫 파스카 축제를 지내고, 예리코 점령 전 그곳 가까이에 가까이 머물고 있을 때, 주님 군대의 장수가 여호수아에게도 똑같은 명령을 한다. “네가 서 있는 자리는 거룩한 곳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여호 5,15)

 

그분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나는 네 아버지의 하느님, 곧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당신의 신원을 알려 주신다. 이는 모세에게는 아주 의미심장하다. 왜냐하면 그는 이집트 왕궁에서 자라났고 이집트 인을 죽인 탓으로 미디안으로 도망쳐 와 양을 치는 모세의 뿌리와 그의 신원을 알려주기에. 사실 모세는 이스라엘 사람이다. 그는 분명히 파라오에게 속한 이가 아닌, 야훼 하느님께 속한 사람이다.

 

하느님의 말씀으로 모세가 자기 신원을 알게 되자, 그는 하느님을 뵙기가 몹시도 두려워 하느님을 보지 않기 위해 얼굴을 가렸다.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것은 그분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경외하심과 위대하심, 나아가 거룩하심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하느님을 경외하는 것은 모든 지식의 근원이고 시작일 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인정하는 믿음의 시작이요 근본이기도 하다. 하느님을 경외하는 것은 신앙의 길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이어서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집트에 있는 내 백성이 겪고 있는 고난을 똑똑히 보았고, 작업 감독들 때문에 울부짖는 그들의 소리를 들었다. 정녕 나는 그들의 고통을 알고 있다.” [계속]

 

[참조] : 이어서 '모세가 받은 소명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떨기나무,호렙,신발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