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5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7-13 조회수2,855 추천수11 반대(0)

그때 장자를 만났다.’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높은 벼슬에 있을 때도 담담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벼슬에서 쫓겨났을 때도 담담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어떤 수련을 하셨기에 벼슬에 있을 때나, 쫓겨났을 때나 그렇게 담담하십니까?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행복이 벼슬에 있을까요? 나에게 있을까요? 행복이 벼슬에 있다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담담할 밖에요. 행복이 나에게 있다면 벼슬과는 상관없으니 벼슬에서 쫓겨나도 담담할 밖에요?”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그리스와 터키도 갔었고, 샌프란치스코도 갔었고, 뉴멕시코도 갔었고, 과테말라도 다녀왔을 겁니다. 몸은 피곤했겠지만 좋은 추억을 만들었을 겁니다. 신문 홍보도 했을 겁니다. 코로나19로 텃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산보를 다니고 있습니다. 이웃 본당의 사제들과 친교를 나누고 있습니다. 고추도 자라고, 오이도 자라고, 호박도 자라는 걸 봅니다. 매일 산보를 하면서 기도하고, 강의도 듣습니다. 멋진 추억을 만들지는 않지만 뉴욕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습니다. 정부에서 지원금도 나왔으니 그것도 좋은 일입니다.

 

1년 전입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역사적인 만남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만남입니다. 저는 당시 태국에 있었습니다. 좋은 결과를 기대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랬을 겁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이 시작되고, 북한의 비핵화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길 바랐습니다. 그렇게 되었다면 지금 북한의 모습은 상당히 달라졌을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하노이의 만남은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미국은 그저 그런 하루였겠지만 북한의 입장은 자존심이 상한 하루였을 겁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도 안타까운 하루였을 겁니다.

 

최근 북한은 남한과 맺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합의를 깨겠다고 합니다. 개성공단에 있던 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당분간 남과 북의 관계도 긴장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저의 기억 속에 북한은 두 가지의 모습이었습니다. 김신조와 함께 내려온 무장간첩, 남한까지 내려오는 땅굴, 판문점 도끼 만행과 같은 사건입니다. 남한에서는 대규모 규탄행사가 있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스포츠를 통한 교류, 한반도기를 들고 올림픽에 함께 입장, 남북 정상회담과 같은 만남입니다. 대결과 긴장을 바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할 것은 없습니다. 평화와 화합을 바라지만 늦어진다고 좌절할 것도 없습니다. 국제질서의 냉혹함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럴수록 우리의 힘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오늘 이사야 예언자는 외부에서 오는 적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지켜주시리라고 예언합니다. “진정하고 안심하여라. 두려워하지 마라. 르친과 아람, 그리고 르말야의 아들이 격분을 터뜨린다 하여도 이 둘은 타고 남아 연기만 나는 장작 끄트머리에 지나지 않으니 네 마음이 약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어린 다윗을 통해서 골리앗을 물리쳤습니다. 하느님께 의지하고, 하느님을 따른다면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하십니다. 그것이 바로 임마누엘입니다.

 

대한민국의 근대사는 결코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시대가 있었습니다. 한국전쟁과 남북 분단의 시대가 있습니다. 군인들이 정권을 잡은 시대도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근대사는 역경과 고통을 이겨낸 역사이기도 합니다. 독립운동이 있었고, 독일로간 광부와 간호사도 있었고, 중동으로 간 건설 노동자도 있었습니다. 박종철, 이한열이 걸어간 민주화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회개하지 않는 우리의 마음을 이야기하십니다. 회개하지 않으면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 머물 수 없다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이 기적을 가장 많이 일으키신 고을들을 꾸짖기 시작하셨다. 그들이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개하는 사람은 이스라엘에서도 바빌론의 유배지에서도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하느님, 길 잃은 사람들에게 진리의 빛을 비추시어 올바른 길로 돌아오게 하시니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모든 이가 그 믿음에 어긋나는 것을 버리고 올바로 살아가게 하소서. 오늘 너희는 주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 마음을 무디게 하지 마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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