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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1-24 조회수2,072 추천수13 반대(0)

제가 있는 뉴욕의 신문사에서 보스턴에 있는 한인성당까지는 4시간 정도 걸립니다. 가면서 길을 5번 정도 바꾸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빠르고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95번 도로를 40분 정도 타면 15번 도로로 변경해서 1시간 정도 갑니다. 다음에 91번으로 20분 정도가면 84번 도로로 옮겨야 합니다. 1시간 정도 가다가 90번 도로를 타고 10분 정도 가다 나오면 성당에 도착합니다. 도로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고, 방향을 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95, 15, 91번에서는 북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84번과 90번에서는 동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다행인 것은 길을 잘못 들었어도 내비게이션이 다시 방향을 알려줍니다. 내비게이션은 인공위성을 통해서 차가 가야할 최적의 길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입니다. 교회가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을 별도로 지내는 것은, 부활하신 예수님의 발현으로 이루어진 그의 회심이 구원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가말리엘 문하에서 율법을 배웠습니다. 로마의 시민권자였습니다. 로마의 시민권자는 그에 합당한 권리와 대우를 받았습니다. 유대교의 율법에 정통하였고, 로마의 철학에도 능통하였습니다. 성공과 출세가 보장되는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박해하는 것은 바오로 사도의 종교적인 신념이기도 했고, 출세를 위한 발판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바오로 사도는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신비한 체험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박해하는 바오로 사도는 이제 예수님을 전하는 이방인의 사도가 되었습니다.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처럼 예수님께서 바오로 사도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올해 사제서품 30주년이 됩니다. 제게도 사제생활에 변화를 주었던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20년 전에 저는 작은 본당의 주임신부였습니다. 외롭고, 따분한 생활이었습니다. 신자들이 적었고, 해야 할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평일미사에 5명 정도 나왔고, 주일에도 60명 정도 나왔습니다. 서울까지 가려면 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동창 신부님들을 만나기도 힘들었고, 동창신부님들도 거의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어느 날입니다. 신학교에서 기도하는 사제 모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그 모임에 합류하였습니다. 매주 금요일 신학교까지 가는 길이 즐거웠습니다. 성체조배하고, 나눔을 같이 하였습니다. 기도 모임은 신학생들을 위한 30일 피정을 지도하는 사제 모임이었습니다. 매년 30일 피정을 함께 하였고, 기회가 되어서 캐나다 토론토에서 영신수련을 공부하고 왔습니다. 따분하고, 지루했던 본당 생활이 기쁨이 충만한 본당 생활로 바뀌었습니다. 환경은 바뀌지 않았는데 저의 마음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아이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아이들이 세례를 받으면서 어른들도 세례를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신나는 기억입니다. 차량 봉사단을 운영해서 멀리 계신 어르신들을 모셔왔습니다. 주일 아침이면 수녀님께서 봉사자들에게 커피를 주셨습니다. 승합차를 타고 교우들은 편하게 성당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성당 차를 놓치고 2시간 동안 뛰어왔던 아이들이 생각납니다. 정말 귀엽고, 야무진 아이들이었습니다. 도시 성당과 농산물 직거래도 하였습니다. , 포도, 쌀을 판매하였고, 재매결연도 맺었습니다. 본당에서 비디오 대여를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 종교영화, 신간영화를 마련하였습니다. 저렴하게 대여해 주었습니다. 사람들이 성당에 와서 비디오를 빌려가고, 구경도 하였습니다. 전 신자가 주문진으로 가족캠프를 갔습니다. 바닷가에서 조개를 줍고, 수영도 하고, 즐겁게 놀았습니다. 같이 먹고, 같이 자고, 함께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작은 성당이기에 충분히 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새로운 길이 보입니다. 2021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주님과 함께 새로운 길을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바오로 사도는 많은 이방인의 눈을 뜨게 하여 그들을 어둠에서 빛으로, 사탄의 세력에서 하느님께 돌아서게 하였다. 우리 조상들의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선택하시어, 그분의 뜻을 깨닫고 의로우신 분을 뵙고 또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게 하셨습니다. 당신이 보고 들은 것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그분의 증인이 되라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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