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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12월 19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12-19 조회수1,525 추천수8 반대(0) 신고

◎ 2003년 12월 19일 (금) - 대림 제3주간 금요일

    

[오늘의 복음]  루가 1,5-25

가브리엘 천사가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알리다.>

 

  5) 헤로데가 유다의 왕이었을 때에 아비야 조에 속하는 사제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즈가리야였고 그의 아내는 사제 아론의 후예로서 이름은 엘리사벳이었다. 6) 이 부부는 다 같이 주님의 모든 계명과 규율을 어김없이 지키며 하느님 앞에서 의롭게 살았다. 7) 그런데 그들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엘리사벳은 원래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자인데다가 이제는 내외가 다 나이가 많았다. 8) 어느 날 즈가리야는 자기 조의 차례가 되어 하느님 앞에서 사제 직분을 이행하게 되었다. 9) 사제들의 관례에 따라 주님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할 사람을 제비뽑아 정하였는데 즈가리야가 뽑혀 그 일을 맡게 되었다.

10) 안에서 즈가리야가 분향하고 있는 동안 밖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11) 그때에 주님의 천사가 즈가리야에게 나타나 분향 제단 오른쪽에 서 있었다. 12) 이것을 본 즈가리야는 몹시 당황하여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13) 그때에 천사가 이렇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라, 즈가리야. 하느님께서 네 간구를 들어주셨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아들을 낳을 터이니 아기의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 14)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터이지만, 많은 사람이 또한 그의 탄생을 기뻐할 것이다. 15) 그는 주님 보시기에 훌륭한 인물이 되겠기 때문이다. 그는 포도주나 그 밖의 어떤 술도 마시지 않겠고 어머니 태중에서부터 성령을 가득히 받을 것이며 16) 많은 이스라엘 백성을 그들의 주 하느님의 품으로 다시 데려올 것이다. 17) 그가 바로 엘리야의 정신과 능력을 가지고 주님보다 먼저 올 사람이다. 그는 아비와 자식을 화해시키고 거역하는 자들에게 올바른 생각을 하게 하여 주님을 맞아들일 만한 백성이 되도록 준비할 것이다." 18) 이 말을 들은 즈가리야가 "저는 늙은이입니다.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 무엇을 보고 그런 일을 믿으라는 말씀입니까?" 하고 말하자 19) 천사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하느님을 모시는 시종 가브리엘이다. 이 기쁜 소식을 전하라는 분부를 받들고 너에게 와 일러주었는데, 20) 때가 오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이 일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 하게 될 것이다."

21) 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즈가리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가 성소 안에 오랫동안 머물고 있으므로 이상하게 여겼다. 22) 드디어 그가 밖으로 나왔으나 말을 못 하는 것을 보고 그들은 즈가리야가 성소에서 무슨 신비로운 것을 보았음을 알게 되었다. 벙어리가 된 즈가리야는 말을 못하고 손짓으로 시늉만 할뿐이었다. 23) 즈가리야는 사제 당번의 기간이 끝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24) 그 뒤에 그의 아내 엘리사벳은 아기를 가지게 되어 다섯 달 동안 들어앉아 있으면서 25) "마침내 주님께서 나를 이렇게 도와주셔서 나도 이제는 사람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새로운 일들의 시작

 

  루가복음 1-2장도 마태오복음 1-2장과 같이 예수님의 본격적인 공생활(가르침과 행적)을 소개하기에 앞서 비교적 먼 과거의 예수 이야기를 엮어만든 전사(前史)에 속한다. 마태오는 "예수님의 족보"(마태 1,1-17)로서 복음서를 시작하였다. 마태오가 예수님의 족보를 기술하는 일로 자신의 복음서를 시작한 이유는 지난 17일(수)과 18일(목)의 복음묵상을 통하여 보았듯이 성령으로 말미암아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난 예수를 아브라함의 후손이요 다윗의 자손으로 명백히 해 두려는데 있었다. 마태오복음이 기존의 유다인들과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을 대상으로 집필되었다는 사실도 이를 잘 뒷받침해 준다. 루가는 복음서 시작부분에 서문을 덧붙이긴 했지만(1,1-4) 오늘 복음에 해당하는 세례자 요한의 탄생예고(1,5-25)로서 복음서를 시작한다. 이어서 루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예고(1,26-38),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1,39-45), 마리아의 노래(1,46-56), 세례자 요한의 출생과 할례(1,57-66), 즈가리야의 노래(1,67-80),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주변 목동들의 방문(2,1-20), 아기의 할례와 마리아의 정결례(2,21-38), 예수가족의 나자렛 정착(1,39-40), 그리고 12살 예수와 부모의 성전에서의 일화(2,41-52)를 차례로 기록하여 전사(前史)를 꾸몄다.

 

  루가복음의 전사(前史)가 담고 있는 특징은 세례자 요한과 예수 그리스도의 잉태와 탄생의 사건을 한층 부각시키고, 이 사건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즈가리야, 엘리사벳, 마리아, 목동들, 그리고 예언자 시므온과 안나 등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대체로 상세히 다루고 있으며, 요셉에 대하여는 비교적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마태오가 기존의 유대인과 유대교로부터 개종한 그리스도인들을 염두에 두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약의 완성자요 성취자인 동시에 신약의 설정자로 소개하면서 자신의 복음공동체를 교육시킬 생각으로 복음서를 썼다면, 루가는 유대교에 대하여 사전 지식이 없는 이방인들을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하나 하나 가르치는 입장에서 복음서를 집필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루가는 하느님을 자비와 사랑 충만한 아버지로,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완전히 새로운 인류의 구원자요 치유자이며, 보편적인 메시아로 소개하면서 자기가 기록한 복음서의 모든 것이 참되고 확실한 것임을 서문에 강조하고 있다.

 

  "세례자 요한의 출생예고"에 관한 오늘 복음은 루가복음서의 서두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루가가 말하는 "틀림없는 사실들"(1,4)로서 "우리들 사이에 일어난 그 일들"(1,1)이 오늘 복음과 더불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루가는 이 일들이 시작된 시간과 장소를 밝혀두고 있다. 시간은 헤로데(BC. 70-4)가 유대왕(BC. 40-4)으로 있을 때이다. 헤로데는 원래 유다가 아닌 이두매아(에돔) 출신으로서 로마제국의 신임을 받아 총독으로 있었던 아버지 안티파텔의 권위를 이어받아 유다, 사마리아, 갈릴래아 전역에 이르는 당시 이스라엘 전체를 다스리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유대인들은 로마제국과 헤로데가문에게 이중적으로 조국의 통치권을 빼앗긴 셈이다. 장소는 예루살렘 성전이다. 당시 제관들은 24조로 나뉘어 제사임무를 맡았는데, 즈가리야가 속한 아비야 조는 8조에 해당한다.(1역대 24,1-19) 각 조에 속한 제관들의 숫자가 많았기 때문에 제비를 뽑아 제례를 주관하는 제관들을 정했던 모양이다. 제례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임무는 분향하는 것이었는데 즈가리야가 이에 당첨되었다. 즈가리야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아내 엘리사벳과 함께 주님 앞에 의롭게 사는 사람이었다.(5-9절)

 

  루가는 이러한 시간과 장소에서 그 다음으로 어떤 사건이 시작되었는지를 밝히고 있다. 그 사건은 제관 즈가리야에게서 시작된 것으로서 바로 구약에 예언된 메시아의 도래를 준비하는 선구자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었다.(말라 3,1.23-24) 이 사건이 즈가리야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일로 들이닥친다. 즈가리야는 불신(不信)의 대가로 벙어리가 되지만 "이 일이 이루어지는 날까지"(20절) 말없이 기다리면 될 일이다. 문제는 온 세상이 기뻐할 일이 예고되었다는 것이다.(14절) 이로써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온 세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메시아보다 먼저 오게 될 선구자의 이름은 "하느님은 자비로우시다"는 뜻을 가진 "요한"으로서 엘리야의 정신과 능력을 가진 자로 묘사된다. 그는 하느님 앞에서 극기와 희생으로 사는 사람이 될 것이고, 말보다는 표양으로 일할 사람이 될 것이다. 그는 세상 것에는 마음이 없고 오직 하느님으로 가득 차 성령에 불타오르는 사람이 될 것이다. 요한은 하느님께 대한 이러한 열정으로 아비와 자식을 화해시키고 거역하는 자들에게 올바른 생각을 하게 하여 주님을 맞아들일 만한 백성이 되도록 준비할 것이다.(17절) 이렇게 세례자 요한의 탄생예고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할지를 잘 보여준다. 구세주의 탄생을 기다리는 우리 또한 요한과 같은 자세로 남은 날들을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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