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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을찾아 사마리아에 온 빌라도의 아내 끌라우디아 그리고 기적
작성자박현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9-11-15 조회수1,174 추천수0 반대(0) 신고

지나가는 로마 마차들의 행렬이라는 예사롭지 않은 일을 보기 위하여 온 에프라임(사마리아)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수많은 마차와 노예들이 호위하고 군단의 병사들이 앞서 가고 뒤따라오고 하는 가마들이 있다. 사람들은 서로 잘 알고 있다는 듯한 몸짓을하며 속삭인다. 행렬은 베델과 라마로 가는 갈림길에 와서 두 패로 갈라진다. 병사들이 호위한 마차 한 대와 가마 한 채가 멎었고, 나머지는 길을 계속 간다. 

가마의 커튼이 잠시 벌어지면서 희고 여러 개의 보석으로 장식된 여자의 손이 노예들의 우두머리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한다. 

그 남자는 말없이 복종한다. 그는 말을 듣더니, 구경하는 여자들의 집단으로 다가와서 묻는다.


“나자렛의 라삐가 어디 계시오?”


“이 집에 계십니다. 그렇지만 이 시간에는 보통 개울 근처에 계십니다. 저기 포플라가 있는 곳에 버드나무들 쪽에 작은 섬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에 계시면서 하루종일 기도하십니다.”

 

그 남자는 돌아가서 보고를 한다. 가마는 다시 길을 가기 시작한다. 마차는 있던 곳에 그대로 있다. 병사들은 개울가에까지 가마를 따라 가서 길을 가로막는다. 가마는 물줄기를 따라 작은 섬이 있는 위치에까지 간다. 섬에는 계절이 흘러가는 동안에 나무가 매우 우거졌다. 그것은 뚫고 들어갈 수 없는 푸른 덤불인데, 그 위로 포플라의 줄기와 은빛나는 잎들이 있다. 명령이 내리니 가마가 작은 물줄기를 건너간다. 교군꾼들은 짧은 옷을 입은 채로 개울로 들어간다. 끌라우디아 쁘로꿀라는 해방된 여자노예 한 사람과 같이 가마에서 내려오고, 끌라우디아는 가마를 호위하는 혹인 노예에게 따라 오라는 손짓을 한다. 다른 사람들은 개울가를 돌아온다.


끌라우디아는 두 사람을 따라 오게 하면서 아주 작은 섬 안으로 들어가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포플라 쪽으로 간다. 키 큰 풀들 때문에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 여자는 이렇게 예수께서 나무 밑에 앉아 몰두해 계신 곳에 이른다. 그 여자는 명령적인 손짓으로 신용할 수 있는 두 사람을 있는 곳에 그대로 있게 하고 혼자서 나아가 예수를 부른다. 예수께서는 고개를 드신다. 그리고 여자를 보시고 곧 일어나신다. 여자에게 인사를 하시지마는 그대로 포플라 줄기에 기대서신 채로 계신다. 놀라움이나 혹은 그렇게 들어와 방해하는 것을 귀찮아하시거나 못마땅하게 생각하신다는 표도 보이지 않으신다. 

끌라우디아는 인사를 한 다음에 즉시 동기를 설명한다.


“선생님, 어떤 사람들이 제 집에, 아니 그보다도 본시오에게 왔습니다…. 저는 긴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선생님을 우러러보는 만큼, 만일 소크라테스가 우리 시대에 살고 있다면 그에게, 또는 부당하게 박해당하는 어떤 덕있는 분에게 말했을 것을 선생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권력을 많이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하겠습니다’ 하고. 그리고 지금 당장은 선생님을 보호하고, 또 선생님을 강력하게… 하기 위해 제가 편지를 보낼 수 있는 곳에 편지를 보낼 작정입니다. 그럴 자격이 없는 많은 사람이 지금 왕좌에 앉아 있거나 높은 지위에 있습니다….”


도미나,(Domina. “부인, 마님”으로 옮길 수 있을 라틴어) 나는 부인께 명예도 보호도 청하지 않았습니다. 참 하느님께서 부인의 생각에 대해 상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부인의 명예와 보호는 그것을 열렬히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주십시오. 나는 그것을 갈망하지 않습니다.”


“아! 그것입니다! 내가 원하던 것이 그것입니다! 그러면 선생님은 정말로 내가 예감하던 의인이십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선생님을 당치 않게 중상하는 사람들이구요! 그들이 우리를 찾아와서….”


도미나, 말씀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나도 압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도 아십니까? 선생님은 죄 때문에 일체의 능력을 잃으셨고, 그 때문에 내쫓겨서 여기와서 사신다고 말입니다.”


그것도 압니다. 그리고 이 마지막 사실을 부인은 첫째 사실보다 더 쉽게 믿으셨다는 것도 압니다. 이교도로서의 부인의 정신상태는 어떤 사람의 인간적인 능력이나 인간적인 야비함은 식별할 수 있지만, 부인은 아직 영의 능력이 어떤 것인지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인은 당신들의 종교에서 끊임없는 모순으로 나타나고, 그들 사이의 불화로 인하여 쉽게 금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아주 연약한 능력을 가지고 나타나는 당신들의 신들에 대해서 환멸을 느끼고 계십니다. 그리고 참 하느님도 그와 같으실 것으로 생각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처음에 문둥병자를 고쳐 주는 것을 보신 그 때에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지금도 그러합니다. 

그리고 내가 완전히 파멸한 것처럼 보일 때에도 그러할 것입니다. 이 사람은 부인의 벙어리 노예이지요?”


“그렇습니다, 선생님.”


“이리 나아오게 하십시오.”


끌라우디아가 소리를 지르니, 그 사람은 앞으로 나아와 예수와 여주인 사이에 땅바닥에 엎드린다. 가엾은 미개인인 그의 마음은 누구를 더 공경해야 할지를 모른다. 그는 여주인보다 그리스도에게 경의를 더 표해서 벌을 받을까봐 겁을 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끌라우디아에게 애원하는 눈길을 던지고는, 가이사리아에서 하던 행동을 되풀이하여, 예수의 맨발을 거의 투박한 검은 손으로 잡고, 얼굴을 땅바닥에 갖다 대고, 머리 위에 발을 얹어 놓는다.


“도미나, 들어 보세요. 부인 생각에는 혼자서 한 나라를 정복하는 것이 더 쉽습니까, 없어진 몸의 일부분을 다시 생겨나게 하는 것이 더 쉽습니까?”


“나라를 정복하는 것입니다, 선생님. 행운은 대담한 사람들을 도와줍니다. 그러나 선생님 말고는 아무도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릴 수 없고, 소경에게 눈을 돌려줄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습니까?”


“그것은… 그것은 하느님은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부인 생각에는 내가 하느님입니까?”


“예… 혹은 적어도 하느님께서 선생님과 함께 계십니다.”


“하느님께서 악한 사람과 함께 계실 수 있습니까? 나는 참 하느님에 대해 말하는 것이지,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느끼면서도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면서 찾고, 그래서 자기 영혼의 욕망을 만족시켜주기 위해서 환상들을 만들어내는 사람의 망상인 당신들의 우상들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니라고… 나는 말하겠습니다. 아닙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우리의 제관들도 죄를 지으면 그들의 능력을 잃습니다.”


“어떤 능력입니까?”


“그야… 하늘의 징조와 희생의 대답과 새들이 날아가는 모양과 새들의 노래를 판독하는 능력이지요. 아시겠어요? 점치는 사람들과 장점(腸占)을 치는 제관들 말입니다.”


압니다, 압니다. 그래서요? 보십시오. 그리고 여보시오, 당신은 고개를 들고, 인간의 잔인한 권력이 하느님의 선물 하나를 없앤 입을 벌리시오. 그리고 완전한 육체를 만들어내신 오직 한 분뿐이신 참 하느님의 뜻으로 사람이 당신에게서 없앤 것을 가지시오.”


예수께서는 당신의 흰 손가락을 벙어리의 벌린 입 안으로 넣으신다. 호기심을 가진 해방된 여자 노예가, 있던 곳에 그대로 있지 못하고, 보려고 앞으로 나아온다. 끌라우디아는 살펴보려고 몸을 잔뜩 구부리고 있다. 예수께서는 손가락을 떼시며 외치신다.


“말하시오, 그리고 새로 생겨난 몸의 부분을 참 하느님을 찬미하기 위해 쓰시오.”


그러니까 뜻 밖에 마치 그 때까지 소리가 없던 나팔이나 악기의 울리는 소리같은 목에서 나오는, 그러나 분명한 외침이 대답한다. “예수!”하고 그리고 흑인은 땅에 엎디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예수의 발을 핥는다. 고마워하는 개가 하는 것처럼 정말 핥는다.


도미나, 내가 내 능력을 잃었습니까? 그렇게 암시하는 사람들에게 이 대답을 주십시오. 그리고 당신은 일어나시오. 그리고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생각하고 착하게 사시오. 

나는 가이사리아의 그 날부터 당신을 내 마음 속에 품고 있었소. 그리고 당신과 더불어 상품으로 간주되고, 짐승보다도 못한 것으로 간주되는 당신과 같은 모든 사람도. 당신들의 임신으로 인하여 당신들도 사람이고 카이사르와 동등하며, 당신들의 마음의 의지로 인해 어쩌면 카이사르보다 더 나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오…. 도미나, 이제는 가셔도 됩니다. 다른 말 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닙니다. 다른 것이 있습니다. 내가 의심했다는 것이 있습니다…. 나도 괴로워하면서도 사람들이 선생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거의 믿었다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나만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를 용서해 주십시오. 발레리아는 빼고 말입니다. 발레리아는 그의 신념을 항상 지켰고. 그 신념이 점점 더 확고해지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내 선물을 받으십시오. 이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이제는 말을 하게 되었으니, 더 이상 내게 봉사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 돈도”

 

“아닙니다. 이것도 저것도 받지 않겠습니다.”


“그러면 나를 용서하지 않으시는 거로군요!”


“나는 내 정체를 인정하지 않아서 이중으로 죄가 있는 내 민족의 사람들도 용서합니다. 그런데 하느님에 대한 지식을 도무지 가지고 있지 못한 당신들을 용서하지 말아야 하겠습니까? 

자, 나는 돈도 사람도 받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만, 지금은 둘 다 받겠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 돈을 가지고 이 사람을 해방합니다. 나는 이 사람을 사기 때문에 돈을 부인께 돌려드립니다. 이 사람을 사는 것은 이 사람을 다시 자유롭게 해서, 이 사람이 그의 나라로 돌아가서 이 세상에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은 그들이 더 불행한 것을 보고 그 만큼 더 사랑한다고 말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돈주머니를 받으십시오.”


“아닙니다. 선생님, 그 돈주머니는 선생님의 것입니다. 이 사람도 자유의 몸입니다. 이 사람이 제 것이었는데, 선생님께 드렸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그를 해방하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없습니다.”


“그러면… 당신 이름이 있소?” 

예수께서 그 사람에게 물으신다.


“우리는 이 사람을 놀리느라고 갈리스도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그가 붙잡혔을 때에는….”


“상관없습니다. 당신 이름을 그대로 두시오. 그리고 당신 정신으로 매우 아름다운 사람이 돼서 그 이름이 진짜가 되게 하시오. 가시오! 하느님께서 당신을 구해 주셨으니 행복하시오,”


가다니! 흑인은 계속 예수께 입맞춤하며 말한다. “예수! 예수!”하고, 그리고 다시 예수의 발을 자기 머리에 얹으면서 말한다. “선생님이 오직 내 주인”하고


나는 당신의 참 아버지요 도미나, 이 사람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게 하는 일을 떠맡으십시오. 

돈은 그 일을 위해 쓰시고 남는 것은 이 사람에게 주십시오. 도미나, 안녕히 가십시오. 그리고 다시는 어두움의 목소리를 절대로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의롭게 사시고, 나를 이해할 줄을 아십시오. 안녕, 갈리스도 안녕, 아줌마.


그리고 예수께서는 회담을 종결지으시고 개울을 껑충 뛰어, 가마가 멎어 있는 반대편으로 건너가셔서 덤불과 버드나무와 갈대들 사이로 들어가신다. 끌라우디아는 교군꾼들을 다시 불러 생각에 잠긴 채 가마에 올라간다. 그러나 끌라우디아는 잠자코 있지만, 해방된 여자 노예와 방금 해방된 노예는 열 사람 몫의 말을 하고, 병사들도 혀가 새로 생겨난 기적을 보고는 조각과 같은 그들의 태도를 잃는다. 끌라우디아는 너무 생각에 깊이 잠겨서 침묵을 명령하지 못한다. 가마 안에 반쯤 누워 베개에 기대고 손으로 머리를 괴고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다. 생각에 골몰해 있다. 그 여자는 해방된 여자 노예가 자기와 같이 있지 않고 교군꾼들과 수다를 떨고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 동안 갈리스도는 병사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병사들은 대열은 그대로 지키고 있지만 침묵은 지키지 않는다. 그렇게 하기에는 흥분이 너무나 크다!  길을 다시 가기 시작하여 다시 베델과 라마로 가는 갈림길에 이르렀다. 가마는 에프라임을 떠나 행렬의 나머지 사람들과 합류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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