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참으로 죄송하고 송구하오며 창피합니다.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1-01-17 조회수1,472 추천수1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형제자매님들께 참으로 죄송한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어 참담한 마음입니다. 그토록 바랬던 수도원 입회의 꿈을 이루게 되어 두려움도 있었지만 남은 생을 하느님만 바라보며 생을 마감하려고 입회를 지난 1월 7일 하였습니다만 수도원에서 성소가 아닌 듯하다고 해서 일주일 만에 나왔습니다. 자세한 사정은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수도원에서는 지난 여름 피정 때에 글을 쓰는 달란트를 발전시키는 게 하느님 뜻에 맞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한 번만 더 고려해 주십사하고 청했습니다. 글 쓰는 것도 포기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시 한 번 더 10월 달에 피정 기회를 주셔서 보름간 지켜보시고 입회를 허용하겠다고 하셨는데 이번에 지켜보니 아무래도 성소가 아닌 듯하다고 해서 신학교 다니다가 수도원에 입회를 한 수사님이 무릎 꿇고 다시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청하라고 사전에 원장님과 면담을 하기 전에 언지를 줬지만 고민하다가 무릎을 꿇는 것은 어려움이 없지만 성소가 아닌데 굳이 어린아이마냥 계속 주장하는 건 아닌 듯해서 그냥 포기하겠다고 했습니다.

 

원장님께서는 바로 나가는 건 좀 그렇고 며칠 정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었다 나가도 된다고 배려를 해 주셨지만 제가 다른 분들은 기도를 하는데 그냥 수도원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무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바로 나가겠다고 해서 나왔습니다. 지난 월요일에 산책할 때 원장님과 짝이 잠시되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한국에서 사신 지가 18년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43년 동안 한국에서 사신 기간을 포함해서 수많은 성소자를 봤지만 저에 대한 인상은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되었고 만약 다른 수도원에 도전을 하게 된다면 카르투시오 원장 직함을 걸고 인성과 인간미는 보증한다는 내용의 추천서를 써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아니 여기서 실패를 한 사람을 다른 곳에 추천한다는 게 좀 이상하다고 말씀을 드리니 우리 수도원에서 원하는 성소랑 맞지 않을 뿐이지 다른 수도원이면 충분한 자질이 될 거라는 판단에서 그렇게 해 주시겠다고 하셨지만 저는 이제 다른 수도원에서도 나이 제한 때문에 겨우 이 수도원도 예외를 적용해서 통과를 했는데 그냥 수도원은 깔끔하게 미련 없이 포기하고 세상에서 열심히 살겠다고 했습니다. 원장님께서 세상에서 살아도 충분히 복음의 삶을 잘 살 수가 있을 거라고 하시면서 글 쓰는 일을 통해 세상에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복음의 일꾼이 되는 게 더 하느님의 뜻에 맞는 삶이 될 거라고 하셨고 아마 그게 하느님 뜻일 거라고 했습니다.

 

제가 토탈 4주 동안 수도원에 있었습니다. 처음 1주, 이차 때 2주, 이번에 1주 이 기간 동안 저를 지켜보시면서 느낀 게 저는 마음이 참 따뜻하다고 했습니다. 여름에도 무척이나 강조를 했습니다. 세상에서 그런 마음으로 살면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수도원 공동체 모든 분들이 그렇게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제 스스로 밝히기엔 좀 그렇습니다. 지난 6월 초에 수도원에 문을 두드리면서 6월 29일 제 축일에 수도원을 나오면서 수도원에 대해서 인터넷에 글을 올려 내부 사정을 알렸습니다.

 

이때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수녀님 몇 분이 제 글을 보고 원장님께 편지를 쓰셨고 또 재정적인 후원이 이어져 다행히 수도원 살림이 그동안 적자였는데 이제 후원하시는 분이 조금 늘어서 지출보다 수입이 앞섰다고 해서 나름 그래도 변변찮은 달란트로 조금이나마 수도원에 도움이 되어 드릴 수가 있어서 물론 이 모든 것도 하느님께서 저를 도구로 사용하셔서 이루어진 것이지만 이런 일에 비록 잠시 동안이지만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만족을 하려고 합니다. 조금은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전주교구에 아는 지인들과 신부님께 밴드를 통해 알려드렸습니다. 신부님께서 이런 것도 하느님 집을 향해 가는 순례의 한 페이지라고 하시면서 다시 힘을 내서 가라고 하시면서 용기를 주셨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 면에서 영영 만날 수 없는데 다시 볼 수가 있어서 반갑다고 하신 분들도 있었고 어떤 자매님은 마치 죽은 아들이 살아온 것처럼 기뻐해 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실을 제가 잘 아는 광주 가르멜 수도원에 계신 신부님께 전하니 확실히 하느님 뜻이 세상에서 사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주일 아침에 하동 악양에 계신 프란치스코 수도원 신부님께서도 하느님 뜻으로 잘 받아들여 잘 살면 된다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사실 이 신부님으로 인해 다시 수도원에 꿈을 키웠는데 아무튼 이런 일도 지금은 이해를 할 수가 없지만 언젠가 이것도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봅니다. 아무튼 이유야 어찌되었든지 수도원에서 나온 것에 대해선 사실 너무나도 부끄럽고 형제자매님들 얼굴을 뵐 면목이 없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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