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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정한 신앙인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9-15 조회수2,204 추천수26 반대(0) 신고

9월 16일 월요일 고르넬리오 교황과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 기념일-루가 7장 1-10절

 

"그저 한 말씀만 하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낫겠습니다."

 

 

<진정한 신앙인>

 

1593년, 26세 되던 해 프란치스코 살레시오는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네시의 사제로 서품됩니다. 새사제로서 물불 안 가리고 열심히 사목에 전념하던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에게 어느 날 급히 교구청으로 와달라는 전갈이 왔습니다. 교구청에는 안네시 교구 모든 사제들이 한자리에 모여있었는데, 모이라고 한 용건은 다름이 아니라, 칼빈교도들로 인해 이미 초토화된 샤블레 지방에 파견할 선교사제 모집건이었습니다.

 

주교님은 이 일이 얼마나 시급한 일인지? 또 왕이 얼마나 이 일을 절실히 원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며 "혹시 지원할 사람이 없냐"고 물었습니다. 그 순간 지체 없이 일어났던 한 신부가 있었는데, 바로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였습니다. "주교님, 제가 그 일을 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셔서 제게 명령을 내려주시면 얼마든지 순종할 용의가 있고 기꺼이 가겠습니다."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의 아버지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벌써 아들이 죽은 것으로 생각하여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리고 즉시 주교관으로 달려가 따지기 시작합니다. "주교님, 제가 아들을 주교님께 맡긴 것은 신부를 만들라고 한 것이지 순교자를 만들라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의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굳건한 신뢰, 하느님 아버지께서 함께 반드시 함께 하시리라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샤블레 지방 상황의 위험성과 선교사 파견의 시기상조, 무모함을 강조하며 끊임없이 비관론을 제기하는 아버지 앞에 프란치스코 살레시오는 투철한 낙관론으로 대응합니다. 인간적인 시각과 상황 분석을 토대로 한 비관론 앞에 프란치스코 살레시오는 하느님의 섭리와 손길을 바탕으로 한 낙관론을 제시합니다.

    

샤블레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앞에 펼쳐진 상황은 참으로 암담했습니다. 오래 전 이 지역은 칼빈교도들에 의해 접수되었고, 전체 인구 3만여 명 가운데 가톨릭 신자 수는 백 명도 채 못되었습니다. 개신교도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들 사이에 나타난 그를 우상숭배자나 거짓 예언자로 몰아세우곤 했습니다.

 

이 지역에서의 첫 번째 강론은 어느 예배당에서 개신교 목사가 일차로 설교를 마치고 나간 뒤에 시작되었는데, 잔뜩 겁을 집어먹어 힐끔 힐끔 뒤를 돌아보던 몇 명의 천주교 신자들뿐이었고, 그 뒤로 호기심에 찬 몇 명의 칼빈교도들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모두 합해서 10명도 채 못되었습니다.

    

한겨울에도 프란치스코 살레시오는 선교를 위해 눈이 내린 시골길을 끝없이 돌아다녔습니다. 동상에 걸린 그의 발은 자주 부어터지곤 했었는데, 그로 인한 통증이 너무 심해 어떤 날은 두 손과 무릎으로 홀로 기어서 귀가하기도 하였습니다.

 

곧 쓰러질 것만 같은 피로감과 사람들의 노골적인 냉대와 급진적인 개신교도들의 위협으로 가득 찬 그 험난한 생활 가운데서도 그는 희망을 않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끊임없이 샤블레 사람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면서 하느님께서 함께 하실 때 불가능은 없다고 여기며, 언젠가 자신이 노력이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알찬 결실을 맺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에게 있어 신앙은 곤란한 상황 앞에서 더욱 그 빛을 발했습니다. 그의 믿음은 역경 앞에서 더욱 굳어져만 갔습니다. 암담한 현실 앞에서도 하느님이 섭리와 도우심을 굳게 믿고 매일 눈물겨운 투쟁을 거듭한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의 노력에 의해 마침내 8년 후에는 샤블레 지역 주민 거의 모두가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끊임없는 기도와 더불어,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인간적인 노력을 다한 뒤, 그 이후의 일에 대해 하느님의 손길에 맡기는 것, 그것이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의 신앙이었습니다.

 

만사형통하는 가운데 그 누구라도 하느님의 현존을 굳게 확신할 수 있습니다. 평탄한 지름길을 걸어가면서 그 누구라도 성실한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참된 믿음인지 아닌지는 역경 앞에서, 견딜 수 없는 고통 앞에서 보다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신앙인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가운데서도 하느님의 현존을 굳게 믿는 사람입니다. 암울한 가운데서도 굳게 믿고 바라고 희망하는 사람입니다. 마치 프란치스코 살레시오나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백부장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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