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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입만 살아서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9-12 조회수1,904 추천수20 반대(0) 신고

9월 13일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학자 기념일-루가 6장 39-42절

 

"이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눈이 잘 보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꺼낼 수 있다."

 

 

<입만 살아서>

 

아주 가끔씩 본당이나 단체의 초대를 받아 "한 말씀"을 하러 갈 때가 있습니다. 본당에서 단체장이나 간부를 역임해보신 분들은 너무나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한 말씀"(주제 강의)은 피정이나 연수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선택과목이지요.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기대치에 최대한 접근하기 위해서 "말씀이 좋은 강사"를 찾느라 참으로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러나 강의를 하는 사람들 역시 강의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랍니다.

 

저 역시 강의 때마다 받게 되는 부담은 참으로 큰 것입니다. "내가 이토록 영적으로 불안정한데, 어떻게 영적인 성장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까?", "주어진 기도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기도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 강의하다니 참으로 속보이는구나" 등등의 반성을 합니다.

 

때로 저도 모르게 열의가 앞선 나머지 지나친 "오바"라도 하는 날이면 밤잠을 설쳐가면서 "내가 도대체 미쳤지 미쳤어. 왜 그런 쓰잘대기 없는 말들을 지껄였을까"하고 후회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때로 그런 상태가 지나쳐 한동안 심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가르침을 위해서, 또는 복음선포를 위해서 남 앞에 선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절실히 깨닫습니다. 언행일치가 되는 사람, 선포하는 말씀을 직접 사는 사람이 진정 말씀 선포에 합당한 사람입니다.

 

입만 살아서, 테크닉만 늘어서 번지르르한 말들을 셀 수도 없이 내뱉었던 지난 세월을 돌이켜볼 때마다 하느님 앞에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말씀 선포자는 무엇보다도 보다 진지하고 성실하게 자신이 선포한 말씀을 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야 그가 선포하는 말씀이 설득력 있게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원 후 2세기경에 유다의 한 랍비는 "세상의 모든 위선적인 것은 대부분 예루살렘에 집중되어 있다."고 말할 정도로 예수님 시대 유대 사회는 강한 율법주의를 바탕으로 한 형식주의가 만연하고 있었습니다.

 

특별히 하느님과 인간의 중개자로서 곤궁에 처해있는 백성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 그들의 상처를 감싸주고 어루만져 주었어야 할 제관들과 성직자들이 자신들의 사리사욕만을 추구했기 때문에 진정한 예배는 전혀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그들이 선포하는 하느님이 말씀은 전혀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복음선포에 투신해야할 우리는 오늘 복음 말씀 "이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는 예수님의 질타에 대해서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이 반성해봐야 하겠습니다.

 

종교에 투신하고 있는 이들이 자신들이 선포하는 말씀을 몸으로 직접 살지 못한다면, 언행일치를 통해 세상을 정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지 못한다면, 말씀의 핵심은 간과하고 비본질적인 것들에만 지나치게 몰두한다면, 우리 역시 예수님께서 질타하시는 위선자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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