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바닥체험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9-10 조회수2,210 추천수26 반대(0) 신고

9월 12일 연중 제23주간 수요일-루가 6장 20-26절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하느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 지금 굶주린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너희가 배부르게 될 것이다. 지금 우는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너희가 웃게 될 것이다."

 

 

<바닥체험>

 

살다보면 가끔씩 철저하게도 제 자신이 망가지는 체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나름대로 정성을 다했다고, 할만큼 했다고 생각하지만 때로 올바른 지향을 두지 않았기에 참담하게 무너져 내리는 실패를 체험합니다.

 

가끔씩 바닥으로 떨어지는 참담함이나 비참함을 절절이 체험하면서 제가 얻은 소중한 진리가 한가지 있습니다.

 

우리가 쉽게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이 언제인가 하면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기를 쓰고 위로만 올라가려는 순간이라는 사실입니다.

 

때로 "이 정도면 내 인생도 꽤 잘 나가는 편이겠지?"하는 순간, 그것이 농담이라 할지라도 은연중에 제 잘난척하는 순간 하느님은 어느새 우리를 심연의 바닥으로 내동댕이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러한 바닥체험을 통해 기고만장하던 우리의 기를 꺾어 놓으십니다.

 

그렇게 잘 나가던 우리가 한 순간에 "야, 내가 어쩌다 이 모양이 되었나?", "내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놈이었구나!"라고 고백하게 만드시는 분이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럴 때 물론 괴롭기 그지없습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기어 들어가고 싶습니다. 모든 것이 싫어집니다.

 

그러나 또 한가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마다 얻게 되는 소중한 체험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씩 바닥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주 가끔씩은 바닥을 길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해줍니다.

 

참담한 실패, 죽고 싶은 마음,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 아침이 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을 때 그 고통은 이루 다 필설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생의 최저점에 설 때마다 저는 제 자신 본연의 모습, 제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을 똑똑히 확인합니다.

 

그러면서 "하느님을 떠난 나는 결국 티끌이었구나! 결국 내 생애는 하느님 자비로 이어온 자비의 역사였구나!"하는 진리에 도달하게 됩니다.

 

"하느님 저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이제 제게는 하느님 당신 밖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라고 고백하는 겸손함, 거기서 다시 한번 이 세상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새 삶의 기쁨을 느낍니다. 그 순간이 바로 행복의 순간입니다. 그 순간이 바로 구원의 순간입니다.

 

결국 우리가 저주로 여기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는 축복으로 보십니다. 가난, 질병, 고통, 착취, 시련, 한탄, 원망, 박해, 욕설, 죽음, 십자가 이 모든 것이 하느님 보시기에는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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