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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매듭 풀기(9/8)
작성자오상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2-09-08 조회수1,741 추천수23 반대(0) 신고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도 매여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도 풀려 있을 것이다."(마태 18,18)

 

 

<매듭 풀기>

 

실타래가 엉켜서

혹은 묶어놓은 끈이 홀쳐서

푸는 데 아주 애를 먹어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어떨 때는 푼다는 것이 더 엉키게 만들어

아예 못쓰게 만든 적도 있을 것이다.

 

공동체는 그 어떤 공동체든

가정 공동체든 수도공동체든

본당 공동체든 국가공동체든

늘 여기저기서 매듭이 생기기 마련이다.

 

매듭이 없이 술술 잘 풀려나가면 좋으련만

이 매듭이 없는 공동체는 사실 건강한 공동체가 아닐 수도 있다.

살아 움직이고 꿈틀거리기 때문에

마치 화단에 긴 호수로 물을 옮겨다니다 주다 보면

호수가 여기 저기 접혀서 다시 풀어주어야 하듯이

여기저기에 접히는 부분, 얽히고 설키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살아있고 생동감이 있기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공동체 안에서

이런 관계성이 꼬이게 될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가 우리의 관심사이다.

엉킨 부분을 아예 잘라내어 버리고 다시 묶는 것이 가장 손쉽고 빠른 방법이겠지만

그 잘려나간 부분은 영원히 복구할 수 없기에 희생이 너무도 크다.

실타래 한 곳이 엉켰다고 해서 잘라버리면 실타래 전체를 못쓰게 될 수도 있다.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

흥분과 분노, 짜증은 매듭을 푸는 데 오히려 더 방해가 된다.

혼자서 잘 안되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내가 아무리 용을 써도 안되는 것을

다른 사람은 사심없이 접근하기에 오히려 아주 쉽게 해결할 수도 있다.

꽉조인 병두껑을 열기 위해 아무리 용을 써도 안되는데

다른 사람이 너무도 쉽게 열어버려 무색해져 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무슨 문제든지 차분하게 혼자서 접근해 보고

안되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청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안된다면야 어찌 하겠는가?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치시는 매듭풀기 요령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매듭으로 관계가 엉킨 어떤 형제에게 따지기 위해 접근해서는 해결이 안된다는 것,

무엇보다도 차분한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첫번째 원칙으로 제시하신다.

두 번째 원칙은 혼자서 안되면 두세사람이 같이 해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세사람도 사심이나 욕심, 분노와 흥분이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매지말고 풀라는 말씀을 우리에게 들려주시지 않는가?

사실 이 말씀은 베드로 사도에게 으뜸 사도직을 맡기시면서 베드로에게 주시는

용서의 권한에 해당되는 말씀인데, 주님께서는 이 권한을 우리 모두에게 부여해 주고

계신다. 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가?

 

그렇다면 용서는 하느님이 하시되

그 매듭을 풀고 매는 것은 우리의 몫이란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분노와 흥분을 없애고 사랑 때문에 매듭 풀기에 나설 수 있도록

주님께서는 <너희 중의 두 사람이 이 세상에서 마음을 모아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는 무슨 일이든 다 들어 주실 것이다.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고 말씀해 주신다.

 

엉킨 실타래를

조심스레 한 매듭 한 매듭 풀어나가는 것이 때론 어렵고 힘든 일이겠지만

그 한가닥이 풀리면서 긴 줄이 풀려나갈 때 느끼는 그 기쁨처럼

우리 스스로가 분노와 흥분에 빠짐으로써 그 매듭을 더 어렵게 홀치게 만들지 말고

차분히 홀로 그것도 안되면 사랑의 마음으로 다른 형제자매들의 도움을 받아

함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다면 그 매듭은 시간이 걸릴지는 몰라도 분명히 풀릴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쉽게 그 매듭을 잘라버림으로써 영영 복구가 불가능하게 하기보다는

인내심과 사랑을 갖고 차분히 그 매듭을 정확히 바라보고 어디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찾아내어야 한다.

 

사실 매듭은 그 엉킨 출발점만 찾아낼 수 있다면 아주 쉽게 풀 수 있다.

그것을 못찾아서 여기저기를 막 쑤시다 보니 오히려 더 강하게 얽히게 되는 법이다.

분노와 흥분, 짜증과 판단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침착성과 인내심, 사랑과 올바른 분별력이 없이는 어렵다.

바로 이러한 것을 얻기 위해 우리는 기도가 필요한 법이다.

 

성 프란치스코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이렇게 해법을 제시한다.

<하느님의 종은 죄 외에 어떤 일도 못마땅해 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누가 어떤 죄를 지을 경우라도 하느님의 종은

이 죄를 보고 사랑이 아닌 다른 이유로

흥분하거나 분개하면 그 죄를 판단할 하느님의 권한을

자기 것으로 하는 것입니다.

어떤 일 때문에도 분개하거나 흥분하지 않는 하느님의 종은

진정코 아무 소유도 없이 사는 사람입니다>(영적인 권고 11).

 

나에게는 어떤 매듭이 있는가?

이 매듭을 풀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럼 그대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다시 마음을 가라 앉히고 곰곰히 기도 안에서

그 매듭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분명히 바라보고나서

내 안에 분노와 흥분이 사라졌다고 확신하면

사랑의 마음으로 다시 그 매듭을 풀기 위해 앉아 보라.

결국 매듭은 그대가 매었고

그 매듭을 풀 수 있는 것도 그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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