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라면이 커졌어요.
작성자정은정 쪽지 캡슐 작성일1999-02-06 조회수3,436 추천수4 반대(0) 신고

     라면이 커졌어요.

     

     고등학교 때 연합동아리 활동을 했었는데, 여름이면 캠프를 갑니

     다. 보통 2학년이 그 조의 조장을 맡게 되고, 2박  3일동안 한 조

     원이 함께 먹고  자는 것이죠. 그런데  제가 1학년때 음식재료를

     사오기로 한 친구가 병이  나는 바람에, 캠프를  떠나는 날 우리

     조만 먹을 것을 거의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기는

     하지만 그때는 용돈외에 돈이 생길 구멍이 없어, 우리 모두는 쫄

     딱 굶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우리 조의 조장 선배가 라면을 끓여놓고, 각자 돌아 가면

     서 기도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식사전의 짧은  기도도 아니고

     한 명씩 기도를 하라고 하니 좀  우스운 일이었죠. 그런데 8명정

     도가 기도를 하고 나니, 코펠 가득히 라면이 우동처럼 팅팅 불어

     있었습니다. 그 조장선배는 기도중에 절대  눈을 뜨지 말라고 했

     었고, 우리는 시키는대로 했었죠. 눈을  뜨고 나니, 적을 것 같던

     라면이 그토록 커져있었습니다. 물론 라면맛이야 집에서 끓여 먹

     는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오늘 복음은 오천명의 군중들을 배불리 먹게 하신 예수님의 기적

     입니다. 그 복음을 묵상하면서 불가능이라는 것, 인간  세상의 불

     가능이라는 것이 어디까지 일까 생각합니다. 어쩌면 기적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절이 분명하지만, 또한  우리 스스로가 그

     기적을 만들어 낼 사람이라는 것이 분명하지만, 자신감이 없어서

     배부른 사람은 더  배부르고 배고픈 사람은 더 배가 고픈  이 시

     절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맛있는 라면은 아니지만, 그래도  함께 골고루 나눠먹는 기

     쁨, 그것이 기적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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