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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난한 사람들은 교회의 영혼입니다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7-03 조회수1,187 추천수13 반대(0) 신고
7월 4일 연중 제14주간 월요일-마태오 복음 9장 18-26절


“안심하여라, 네 믿음이 너를 낫게 하였다.”



<가난한 사람들은 교회의 영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회당장의 딸이 죽어 누워있는 곳으로 가는 도중에 한 여인을 만나십니다. 그 여인은 끔찍하게도 12년 동안이나 하혈병을 앓아오던 여자였습니다.


하혈병이란 어떤 병입니까? 하혈하는 원인이 다양하기에 여러 추측이 가능하겠습니다만, 어쨌든 매일 두 눈으로 자신의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아만 하는 괴로운 병입니다.


각혈을 한다든지, 혈변을 본다든지, 코피가 난다든지, 외상을 입어 출혈을 한다든지, 여러 모습으로 피를 바라볼 수 있겠는데, 피를 보면 우선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그것도 다른 사람의 몸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몸으로부터 흘러나오는 피를 바라보면 어떻습니까?


다른 무엇에 앞서 두렵습니다. 위기의식을 느낍니다. 출혈이 멎지 않고 계속 피가 나면, 생명이 위험할텐데... 하는 마음에 공포에 시달립니다. 이러다 죽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오늘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댄 여인은 일 년, 이 년이 아니라 장장 12년간 하혈을 계속해온 여인이었습니다.


매일 빠져나가는 다량의 피를 바라보면서 매일 죽음의 공포를 느꼈을 것입니다. 피가 빠져나간다는 것은 생명이 빠져나간다는 것입니다. 삶의 에너지가 빠져나간다는 것입니다. 자주 하혈을 하니 얼굴색은 밀랍처럼 하얗게 변해만 갔을 것입니다. 매일 삶의 엑기스가 왕창 왕창 빠져나가니 힘도 없고, 살아갈 의욕도 없었을 것입니다. 수혈도 안 되던 시대, 핏기가 가신 파리한 얼굴의 여인은 매일 죽음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그렇게 견뎌왔을 것입니다.


그런 가련한 여인 앞에 자비 그 자체이신 예수님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랑 가득한 눈길로, 연민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안심하여라, 네 믿음이 너를 낫게 하였다.”


오늘 불행했던 한 여인이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서 한 평생 지고 살아왔던 십자가를 내려놓고 새 삶을 얻는 장면을 묵상하면서 다시 한 번 한 가지 진리를 깨닫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늘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 불행한 사람들,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휘청휘청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에 현존하시며 절대로 그들을 외면하지 않으신다는 진리를 말입니다.


복음서 전체를 한번 훑어보면 이 사실은 명백하게 입증됩니다. 물론 예수님께서 아주 드물게 고관대작의 집에 초대도 받으셨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가난하고 소외받은 민중들 사이에서 지내셨습니다.


또한 선택의 기로에서 예수님은 언제나 주도권이나 기득권을 쥔 사람들 편이 아니라 고통 받는 백성들 편에 서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장 불행한 모습으로 태어나셨는가 하면, 임종 때도 가장 불행한 모습, 더 이상 비참할 수 없는 저주받은 자로서의 십자가형을 당하셨습니다.


결국 현실적인 눈으로만 바라본다면 예수님=가난한 사람, 불행한 사람이셨습니다. 또한 스스로를 ‘머리 둘 곳조차 없는 사람’으로 지칭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과 함께 있다면 우리는 바로 예수님과 함께 있는 것입니다.


결국 교회가 가난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예수님께 가까이 다가간 것입니다.


존경하는 요한 23세 교황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교회는 누구에게나 열린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우리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레르까로 추기경님께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이렇게 강조하셨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교회의 영혼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교회의 조직, 정체성 그 한 가운데를 관통하고 있어야 합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도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성령의 역사하심의 표지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철저히 예수님을 추종한다면 결국 우리는 예수님을 따라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 곁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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