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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금의환향의 꽃길이 아니라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7-02 조회수1,120 추천수15 반대(0) 신고
7월 3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마태오 복음 10장 17-22절


“너희는 나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참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다.



<금의환향의 꽃길이 아니라>


오늘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대축일입니다. 신부님께서 직접 쓰셨던 서한집을 영적독서로 읽으면서 그분의 생애가 인간적인 눈으로 볼 때 얼마나 신산(辛酸)했는지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오랜 사제 양성기간을 마치고 그토록 학수고대했던 사제의 꿈을 이룬 김대건 신부님의 귀향길은 금의환향의 꽃길이 아니라, 끔찍한 옥살이와 서슬 퍼런 칼날만이 기다리고 있는 십자가의 길이었습니다.


혹독한 추위, 거센 풍랑, 탈진과 굶주림을 겨우 겨우 이겨내며 김대건 신부님은 몇 번이나 조선 입국을 위한 탐색여행을 시도했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조선에 입국한 신부님께 어찌 부모님 소식이 궁금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들려오는 소식은 정녕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게 할 소식이었습니다. 이미 부친은 참수당하셨고, 모친은 의탁할 곳조차 없어 이곳저곳 떠도는 부랑인 신세가 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소식, 가슴 미어지는 소식 앞에 김대건 신부님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큰 뜻을 품은 신부님이셨기에 목자 없이 방황하는 조선의 양떼들을 위해 다시금 훌훌 털고 일어서십니다. 다가오는 죽음과도 같은 현실을 기꺼이 직면하십니다.


이 세상에 두 발을 딛고 서 있었지만, 이미 하느님 나라를 살고 계셨던 분, 죽음 그 너머에 있는 부활을 미리 내다보셨던 분, 절망 가운데서도 환한 얼굴로 희망을 바라보고 계셨던 분, 그래서 죽음과도 같은 암담한 현실 앞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기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갔던 김대건 신부님이셨습니다.


매일 다가오는 암담한 현실과 끝도 없는 시련을 참아내는 일, 나 자신의 비참함을 기꺼이 견뎌내는 일, 신앙의 눈으로 그 열악한 현실과 똑바로 직면하는 일, 아무리 주어진 상황이 어려워도 긍정적으로 마음먹는 일, 고통 가운데서도 기뻐하는 일은 이 시대 또 다른 순교의 얼굴입니다.


처형당하기 직전 쓰신 유언과도 같은 옥중 서한의 말미 부분이 이번 한 주간 우리들 삶의 양식이 되면 좋겠습니다.


“공경하올 신부님들, 안녕히 계십시오. 머지않아 천국에서 영원하신 아버지 하느님 대전에서 다시 만나 뵙기를 바랍니다. 저는 그리스도를 믿습니다. 그분의 이름 때문에 묶였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형벌을 끝까지 이겨낼 힘을 저에게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그리스도를 위하여 묶인 조선의 교황 파견 선교사 김 안드레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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